열세 번째 아이 - 제12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8
이은용 지음, 이고은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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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다. 참고로 11회 수상작은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 11회 대상작은 '봉주르 뚜르', 10회 대상작은 '거짓말 학교', 9회 대상작은 '책과 노니는 집'. 8회 대상작은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이니,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은 대중적으로도 어느 수준 이상의 성공작들을 낳은 장이 되고 있다고 본다.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으로 연령대가 표시되어 있는데, 요즘 우리 나라 초등학생들의 독서 수준을 잘 가늠하지 못하겠지만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리뷰의 제목에도 밝혔듯이 이 책의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내용이 의미하는 바가 꽤 진지한 것에 비해 그만큼 재미있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순.

유전학과 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맞춤제작된 아이 '시우'가 주인공이자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끌어간다. 이 아이는 2075년 현재 열 세번째로 맞춤제작된 결과물. 최초로 주문제작된 사람인 김선 박사는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이며, 열 세번째 시우 역시 영재로서 장래에 뭐가 되면 제일 적합할지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인간이 맞춤제작되는 시대이니, 주문형 로봇을 제작하여 수행하고 다니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학교에 올때도 아이들은 자기 소유의 맞춤 로봇을 데리고 오는 아이들이 많다. 그렇게 편리 목적으로 제작된 로봇들은 불필요해지면 폐기되며 기술의 발달로 감정을 가지는 로봇이 만들어지기에 이른다. 성능에 감정이 더해지면서 이들을 제작하고 폐기하는 과정이 복잡해진다. 주인공인 열 세번 째 아이 시우와 그를 위해 제작된 맞춤형 로봇 레오와의 갈등, 우정, 이것이 이 책의 줄기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로봇이 성능 위주로 제작되다가 거기에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기능을 첨가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대한 인간의 수준까지 끌어올린 로봇을 만들어 인간이 아니면서도 인간과 비슷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럼, 감정 기능이 첨가되면서 예전처럼 폐기시키기 쉽지 않게 되는 것은 왜 그럴까?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정신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생명체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로봇이라고 별 생각 없이 부르긴 하지만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면 이미 '로봇'은 아닌 것이다.

요즘 이런 주제의 책들이 한두권 나오는 것이 아니고 독자들의 층도 다양해진 만큼, 작가는 주제 의식도 좋지만 기술적인 면도 치밀하게 조사하여 내용에서 헛점이 없도록 하고 더욱 더 설득력 있게 주제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예전에 창비에서 나온 '씽커'는 기술적인 서술이 너무 자세하여 읽기의 호흡을 끊어놓을 경지까지 갔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반대로 좀 허술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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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8-25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맞춤제작되는 세상이 정말 올까요? 그러면 세상은 더 무서운 곳으로 변할 것 같아요. 기술진보가 끝장으로 치닫는 느낌을 받는 저는 자연주의자일지도 몰라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이미 로봇이 아닌 것이다, 이 문장에서 가슴이 철렁. 저보다 어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지네요. 사실상 그 아이들이 주도권을 쥔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hnine님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hnine 2012-08-26 06:15   좋아요 0 | URL
인간이 맞춤제작되는 세상...글쎄요, 제가 좀 극단적으로 말하는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아이들은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제도에 후천적으로 맞춤 제작되어지고 있지 않나요?
각종 기술의 혜택을 편안하게 누리고 있으면서 기술진보가 끝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양심에 찔리고요.
저의 평범하고 아둔한 머리로는 이 문제 역시 참 한마디로 의견을 말하기 어려워요.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에 대해서는, 독서를 아주 진지하고 심도있게 하는 아이가 아니라면 초등학교 고학년 중에 이 책을 스스로 골라서 읽을 아이들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아이들은 '재미'있는 책을 고르니까요.

파란놀 2012-08-25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가 때이니 이런 동화책도 나오는구나 싶은데, 만화책 <불새>에서 다루는 만큼 다루지 못한다면, 문학상을 받든 못 받든 그리 알뜰히 읽을 만하지 못하리라 느껴요. 줄거리가 너무 뻔할 수밖에 없는지 모르나, 스스로 미래를 비관으로 그리며 '과학기술'에만 눈길을 맞춘다면, 오늘날 사회에서 '학교가 아이들을 바이오로봇처럼 만드는' 모습은 어떻게 바라보며 그려야 할까 궁금하기도 해요.

hnine 2012-08-26 06:20   좋아요 0 | URL
이 책은 '동화'책은 아니어요.
말씀하신 만화책 <불새>는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제가 안봐서 잘 모르겠네요. 요즘은 아이들을 바이오로봇처럼 만드는 것은 단지 학교뿐 아니라고 봐요.
이 사회 전체에서 추구하는 바가 반영되고 있는 것이겠지요. 필요한대로 만들어내고 필요없으면 폐기하고. 먼 안목이라는 것 보다 당장 필요한지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이요.
답글 쓰다보니 미래를 비관으로 그리는 게 바로 저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