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움직이는 모든 것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자전거 경주도 그랬다.
누가 빨리 타나 해볼까?
네가 그 말을 다 마치기도 전
내 가슴은 쿵쾅거렸지만
기특하게도 나는
피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아홉 살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 리 없다.
아니, 나라면 그럴 수 도 있을 것이다.
자전거 손잡이를 잡은 손은
출발하기도 전에 파열해버릴 것 같았다.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의 아찔함, 아득함은
나를 구름 위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인간은 살면서 얼마나 자주 이런 순간을 견뎌야 하는거지?
그 생각이 더 나를 아득하게 하는데
자전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 빨리 달릴 수도 없었다
더 천천히 달릴 수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숨을 멈추고
자전거에 몸을 맡기는
것
자전거야
나를 너무 무섭게 하지마
기도하는 마음이 되는 것
나는 그날 자전거 시합에서 이겼던가
아니, 졌던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긴 했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이 나지 않을 수 밖에
자전거 경주는 아직도 계속 되고 있는걸
자전거야
나를 너무 무섭게 하지마
기도하는 마음이 되는 것
손잡이 잡은 손에
한번 더 힘을 꽉 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