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적인 시

 

 


 

 

일년 석달 아흐레
혼자가 아니어 행복했네
다시 혼자가 되어
일년 석달 치 빚을 갚는 중

 


삼천 원 짜리 백반을 먹고
삼백 원 짜리 커피를 마셨어
나의 허기는 삼천 삼백원 어치


 


천원 짜리 한장으로
버스를 탔지

눈만 열고 전부 닫으니
버스는 다른 세상을 향해 가네
난 가만 있는데
눈 앞에 보이는 것이 계속 바뀌는 거야




그것도 어디쯤에선 내려야했어
다시 천원 짜리 버스를 타고
갔던 길을 되돌아오니
나의 소풍은 이천원



 

집까지 까마득한 언덕
바람 맞으며 혼자 오르기 싫어

맥주를 샀지

이천 오백원
달과 함께 맥주를 마셨으니
이천 오백원 어치 위안 




빚을 갚아야 하는데
빚이 자꾸 늘어가는 기분
나는

나머지 인생을
일년 석달 아흐레
그 빚을 갚는데 쓰게 될까
그래서 행복할까
계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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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1-12-12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를 두 병 샀군요
500들이로
셈(계산)을 하는 시이니까
살작 셈을 해 보았습니다..

hnine 2011-12-12 05:19   좋아요 0 | URL
(저, 솔직히 제가 직접 맥주를 사본 적이 없어요. 맥주 하나에 얼마나 하냐고 남편에게 물어봤더니 역시 술 별로 즐기지않는 남편이 이천원 정도 하지 않냐고 하길래...ㅋㅋ)

파란놀 2011-12-13 07:55   좋아요 0 | URL
가게마다 맥주값이 다 달라요.. @.@
대형할인마트부터 시골 구멍가게까지...

줄잡아서 말한다면,
640들이는 1650~2000원쯤,
500들이는 1150~1600원쯤,
330들이는 950~1500원쯤 해요.

관광지에서는 500들이를 2000원에 팔기도 한답니다 @,.@
제가 살아가는 전라남도 고흥 면소재지에서는
500들이만 파는데 1250~1400원 사이를 받더라고요.
가게마다 50원이나 100원씩 값이 벌어져요 ㅋㅋ

마녀고양이 2011-12-12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다.............
나인언니, 이거 너무 행복하고 따스하고 달빛같은 시잖아요.
부비부비....아우, 다사로운 빚을 저도 지고 갑니다. 이렇게 갚아야할 빚을 주시다니!

hnine 2011-12-12 21:50   좋아요 0 | URL
그렇게 읽어주는 마녀고양이님때문에 저는 지금 시리던 등이 다시 따땃해지고 있어요.
저 혼자 끄적거리고 자신없어서 즐찾에만 공개해놓았는데 ^^
이 곳에 마녀고양이님이 안계시다면 무척 적적할거예요.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