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전 100가지 - 알면 알수록 신비한
사마키 에미코 외 지음, 박주영 옮김, 홍영남 감수 / 중앙에듀북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알면 알수록 신비한' 이란 말은 이 책의 제목 앞에 작은 글씨로 붙어 있는 어구이다. 유전에 대한 것은 정말 알면 알수록 신비하고 경이롭다. 생존하기 위해서, 또한 자신뿐 아니라 자기 자손까지 오래 생존하게 하기 위해서 생명체들이 마련해놓고 있는 장치들을 보면 이렇게 정교한 기계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 유전에 관한 결코 사소롭지 않은 기본 지식들이 실생활과 관련하여 에피소드식이랄까 아니면 시트콤 형식이랄까, 한 가지 주제가 네 쪽을 넘지 않게 하는 짤막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구성의 장점이라면 일단 빨리 읽힌다는 점이다. 이유는 첫째,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설명이 짧고, 둘째, 설사 지금 읽고 있는 페이지가 이해가 잘 안되더라도 막히지 않고 부담없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새로운 주제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째,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또하나의 이유로서 자연스런 번역을 들겠다. 비슷한 형식의 책들을 많이 보았지만 그때마다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은 전공자가 아닌 사람의 번역의 문제, 또는 읽는 사람의 흥미를 끌기 위해 문제 제시는 잘 해놓았으되 설명은 지나치게 피상적인 경우, 반대로 전공서로 쓰여지지 않았음에도 설명이 난해하여 계속 읽기에 지루한 경우 등의 이유였다. 그런데 이 책은 읽는 동안 표현이 부자연스럽거나, 용어가 잘못 해석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거의 없을만큼 번역이 훌륭했다. 전공자가 아닌 번역자의 번역임에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읽히는데는 번역자의 능력은 물론이고 아마 감수자의 충실한 역할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1장에서는 역시 생명의 근본적인 문제로 시작하여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의 수준에서 설명이 되어 있고 2장부터 유전학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유전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멘델의 이야기, 그리고 유전 물질인 DNA의 이야기를, 중요한 이야기 다 하면서도 장황하지 않게 풀어 놓았다. 저자의 노고의 결과물이 아닌가 한다. 3장에서는 DNA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DNA가 어떻게 유전 물질로 일을 하게 되는지, DNA에 잘못이 일어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여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4장에는 아마 일반인들이 제일 궁금해할 사항들, 즉 사람을 특징지을 수 있는 것들 중 어떤 것이 유전에 의해 물려 받은 성질이고 어떤 것이 유전과 상관이 없는 것들인지 예시를 해주고 있는데 이 책의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5장에서는 유전과 진화가 어떻게 맞물려 내려오고 있는지에 대해, 마지막 장인 6장에서는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관한 내용으로 맺고 있다.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진지 겨우 50년도 채 못되어 사람들은 생명체를 복제시키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얼마나 더 빨리, 어떤 기술이 이 세상에 출현할 것인지. 다른 기술과 달리 '바이오'테크놀로지에는 왜 항상 '윤리적인 문제'가 따라다녀야하는지 알고 얘기하려면 유전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유전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배운 정도의 기초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수준의 책이라고 생각하고, 전공으로 유전을 공부한 사람에게도 그런 사람 나름대로 도움이 많이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유전과 관련된 어떤 것을 설명할 때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지 난감할 때 이 책은 바로 여기서부터 이렇게, 이 정도로 설명하면 된다고 분명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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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0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7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8-17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끄러운 번역이 한몫했나봅니다. ^^
문득 어려운 주제일수록, 난해한 설명일수록 번역이 잘 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유전이라. 전 윗세대들에게 뭘 받은걸까요? ㅎ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

hnine 2010-08-18 07:52   좋아요 0 | URL
번역에 거의 흠잡을데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만큼 다른 책들의 번역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말도 되겠고요.
윗세대들에게 물려받은 것들...책 제목의 100가지보다 훨~씬 많겠지요.
아이를 낳아 키우다보면 어딘가 날 닮은 구석을 발견할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유전현상'을 바로 확인하는 순간이랄까요 ^^

2010-08-18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8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0-08-1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기술과 달리 '바이오'테크놀로지에는 왜 항상 '윤리적인 문제'가 따라다녀야하는지 알고 얘기하려면 유전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공감합니다~
이분야 전공이신가요?

번역이 흠잡을 데 없다는 말에,장바구니에 넣습니다.
(아웅~ㅠ.ㅠ이럼 안되는데,이럼 안되는데...벌써 요번 주에만 님 서재에서 두 권이랍니다.)

hnine 2010-08-19 17:36   좋아요 0 | URL
예, 저 이 분야 전공 맞습니다 ^^
그런데 솔직히 전공하지 않은 분들이 읽으시기에 어떨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쉬운 듯 하면서도 꽤 전문적인 이야기도 들어가 있어서요. 단, 제가 위에 썼듯이 그래봤자 설명이 네 쪽 이상 길게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읽다가 막혀서 멈추게 되지는 않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