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본 영화 두 편에 대한 이야기이다.
1.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 <카모메 식당>을 마침내 보았다.
아래 사진은 자우림의 여자 싱어 '김 윤아'를 많이 닮은 이 식당 주인의 깔끔한 모습이다.
커다란 사건을 겪은 등장 인물들일지 몰라도 영화 상에 큰 사건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식당 주인 '사치에' 만큼이나 군더더기 없고,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겠다는 조용한 결단이 엿보이는 영화.
영화 중의 대사, '저마다 다 사연이 있군요.'에 나는 이 영화의 주제가 담겼다고 말하고 싶다.
2. 요즘 상영 중인 영화 <토이 스토리 3>
한 마디로 재미있다. 잘 만들었다.
<토이 스토리1>은 오래 전부터 우리집에 비디오테입으로 소장하고 있는 영화 중 하나인데, 결혼 전 토이스토리 영화를 좋아하는 남편이 산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1편을 보면서 재미없지도 않지만 기대하던 만큼 특별한 재미를 맛보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엊그제 본 이 영화는 그런 나에게조차 재미있다.
전 세계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10개국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한다. 우리 나라도 그 중 하나인데, 그리고 실제로 나름 일본과 미국의 유수한 애니메이션 작품의 하청을 주로 맡아오던 우리인데, 우리 나라가 이런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요즘은 컴퓨터 그래픽의 도입으로 그동안 우리 나라가 뒤떨어지던 색감이나 기술적인 문제들이 많이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그런 아쉬운 생각이 자꾸 들었다. 영화를 보고 와서 남편에게 그런 얘기를 했더니 문제, 기술적인 문제, 자본의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나라에서 토이 스토리 같은 기발하고 창의적인 스토리가 탄생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라고. 즉 아이디어의 문제라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기발한 생각을 응원하기 보다는 그 반대의 시각으로 보는 사회, 다양성보다는 획일성이 아직도 주류를 이루고 있는 사고의 경직성이 이런 세계적인 히트작을 내는데 더 걸림돌이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주인공 소년이 어릴 때부터 함께 하던 장난감을 대학 진학과 함께 집을 떠나면서 모두 정리를 하는 장면에선, 어떤 물건 하나를 손에 넣으면 오래 함께 하면서 손때 묻고 정도 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손때가 묻기도 전에, 아무리 물건이지만 정이 들기도 전에 새로운 것이 눈에 뜨이면 바로 새것으로 갈아치우는 요즘의 분위기를 못따라가고 있는, 아니 안따라가고 있는 내 자신이 좀 위로도 받았다고 고백해야겠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마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리라.
이참에, 내 핸드폰 볼때마다 왜 안바꾸냐고 자꾸 성화부리는 분들, 저 좀 그냥 내버려두세요. 8년째 쓰고 있지만 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버리기가 힘들단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