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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의 지붕
마보드 세라지 지음, 민승남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란 출신 친구가 있었다. 나보다 나이는 훨씬 어렸지만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친하게 지내던 아이였다. 이란의 테헤란에서 나고 자라다가 가족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했는데, 미국에서의 정착도 쉽지 않았는지 이 친구는 오빠와 함께 영국으로 유학을 와 있는 중이었고 부모는 다시 이란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영국에서 미국식 영어 발음을 유창하게 구사했고 본국을 떠난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무슬림의 전통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와 보였지만 여자들에 가해지는 제약, 지나치게 가족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관계의 불편함 등에 대해 종종 이야기하곤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친구 생각이 났다.
이 책의 저자는 원래 이란 출신의 미국 작가인데 열아홉살 때 가족과 함께 이란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지금까지 미국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고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역시 저자가 이란을 떠나 온 나이와 비슷한 십대 후반의 젊은이들이며 글의 화자가 되는 '파샤'는 특히 저자가 겪었듯이 곧 미국의 대학으로의 진학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 이란의 독재 국왕 팔레비가 미국으로 추방되기 바로 몇 해 전, 독재 정권 유지를 위해 국민에 대한 탄압과 제제가 심하던 시기이다. 그런 압력에 대해 불의를 느끼고, 앞서 간 선배들을 추모하며 반항심을 느끼지만 십대 후반이란 나이에 맞게 사랑과 우정에 쏟는 생각과 시간들로 자신의 인생을 어둡게만 엮어나가지 않는 주인공과 그 친구들의 현재의 삶과 미래에 대한 꿈이 잘 그려져 있다. 주인공인 '파샤'가 오랫 동안 흠모해오던 이웃 소녀 '자리'는 이미 결혼할 상대가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고, 그 상대 남자는 파샤도 존경해 마지 않는 인품과 주관을 가진 사람이기에 드러내지 못하고 혼자 연정을 품고 있던 중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파샤는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파샤는 정신 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른다. 체제에 대한 반항심을 몸으로 보여주는 자리의 행동, 흠모하던 대상을 하나씩 잃어가며 오는 상실감, 학교 역시 국가의 감시와 탄압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파샤와 그의 친구들의 방황은 계속되지만 매일 밤 집의 가장 높은 곳, 지붕에 올라가 하늘의 별을 보며 키우는 꿈보다 큰 절망은 없었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꿈을 꾸고 키울 수 있으며 그렇게 삶을 계속 진행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을 희망적이고 아름다웠다고 기억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청소년 시절에 실제로 지붕 위에 올라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작가로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붕이라는 장소는 지나간 과거를 되돌아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곳을 바라보며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하는 장소가 되어주나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이 '테헤란의 지붕'인 것은 상징하는 바가 있다고 하겠다. 지붕 위에서 갖게된 작가의 꿈을 50대에 이르러 첫 소설을 펴냄으로써 마침내 이루게 된 작가의 행보를 봐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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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23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팔레비 체제하의 이란의 지붕 위에서 꾼 꿈을 50대에 이뤘다니 부럽습니다.
절망적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건 쉽지 않지만 그래서 또 희망이 있는 거겠죠.
이런 작품이 뉴베리상을 많이 받던데...

hnine 2010-03-23 13:10   좋아요 0 | URL
순탄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꿈보다는 이렇게 절절한 사연을 거쳐 이루어지는 꿈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지난 해 아주 많이 읽힌 책 중의 하나라고 해요.

2010-03-23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3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0-03-23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50대. 50대에 가면 저도 꿈을 이룰 수 있을지.

hnine 2010-03-23 13:13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무슨 말씀을요.
하늘바람님보다 훨씬 일찍 50대에 도달할 저는 어쩌라고요~ ^^
일단 그렇게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지고 계시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