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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
캐서린 호우 지음, 안진이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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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제목을 보고 이것 또 뱀파이어 류의 내용이 아닐까 지레짐작하고 조금 우려했었다. 개인적으로 뱀파이어 등장하는 책을 별로 재미있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나도 모르게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주인공인 코니 굿윈의 박사 과정 자격 시험 장면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하버드 대학 역사 전공생인 코니는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다. 코니의 엄마처럼 역시 혼자 사시다가 돌아가신 외할머니 댁이 세일럼의 어느 숲 속에 버려져 있는 것을 코니의 엄마는 다시 수리해서 처분하고 싶어하고, 그 일을 코니에게 부탁한다. 주소를 들고 헤매다가 숲 속의 덤불 속에서 겨우 찾아낸 오래 된 외할머니의 집은 온갖 약초들이 무성하고 집 안 역시 알 수 없는 라벨이 붙어 있는 유리병들, 그리고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책들로 가득 차 있다. 처분을 하려면 집도 손을 봐야하고 박사 논문 자료 조사도 할겸 코니는 여름 방학을 전기도 안들어오고 전화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이 집에서 지내기로 한다. 집을 정리하기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코니는 외할머니가 살던 때보다 더 옛날인 17세기의 성경, 오래 된 열쇠, 알 수 없는 이름이 적힌 양피지 등을 집 안 구석구석에서 발견하고 호기심이 발동한 것은 물론, 역사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으로서 마침 논문 자료 수집을 하고 있던 차에 이 집에서 발견된 물건들을 단서로 그것들과 얽힌 시대적 사건을 조사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 책의 원제는 <The physick book of Deliverence Dane (딜리버런스 데인의 마법책)>. 여기서 Deliverence Dane (딜리버런스 데인)는 외할머니 집에서 찾아낸 오래된 양피지에 적혀 있던 이름인데 코니는 조사 끝에 이것이 17세기에 실존하던 인물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리고 그녀가 그당시 마녀 사냥에서 '마녀'라는 죄를 뒤집어 쓰고 교수형에 처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가 어떤 생을 살았었고, 외할머니가 살던 이 집은 그녀와 어떤 관계가 있기에 그녀의 이름이 적힌 양피지가 남아 있는지를 하나 하나 밝혀 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줄기를 이루고 있다.
어릴 때 동화책에서나 보고 잊고 있던 '마녀', '마법', '주술' 이란 말들을 오랜 만에 아이들 책이 아닌 소설의 소재로 다시 만나게 되고 더구나 소설 속의 코니는 저자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여 더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저자 캐서린 호우 역시 마녀로 몰려 처형을 당한 조상을 두고 있고 자신이 박사 논문 자료 수집중에 이 책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소설 중간에 저자의 생각인 듯 마녀 사냥, 주술 등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 드러나있기도 하다. '마녀 사냥은 사회 불안이 투여된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133쪽)'  라든지, '주술에 걸렸다'는 문헌 상의 기록은 문자 그대로 누군가가 주술을 행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유기물 이외의 것이 원인이 된 질병을 가리키는 말로서 흔한 질병이 아닌 독극물 중독, 하나님의 신비로운 섭리가 작용했다기보다는 외적 요인에 의해 생긴 병을 가리킨다는 설명 (520쪽) 등등. 
의료 행위와 마법을 써서 치료하는 행위 사이의 구분을 확실히 하지 못하던 시대, 그래서 약초를 써서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행위가 마녀의 행위로 오인받던 시대, 실제 역사상에 있던 그 시대의 흔적을 글의 소재로 삼았고, 소설의 말미로 가면서 주인공 코니가 살고 있는 1990년대에도 여전히 마법이 통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저자는 우리가 더 이상 믿지 않는 것들에 대해 다시 의문 부호를 던져 주며 그 가능성을 완전히 묻어버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술을 다른 식으로 해석했듯이 마법도 17세기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여전히 우리들 삶에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500쪽이 훨씬 넘는 분량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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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3-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500쪽이라고요? 엄청나네요^^

hnine 2010-03-18 17:17   좋아요 0 | URL
그런데 금방 읽혀요 ^^

2010-03-18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3-19 06:27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재미있게 읽었어요. 아래 빵은 저는 맛을 못봐서 정말 맛있는지 모르겠어요. 먹은 사람들도 아무 의견 없었고요. 맛있다는 말 좀 해주면 좋으련만~ ^^

하늘바람 2010-03-2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보니 책 제목이 참 호기심 만땅인 책같아요.

hnine 2010-03-23 13:14   좋아요 0 | URL
아주 재미있게 썼더라고요. 역사적 사실을 제시하면서 그것의 의미를 재해석해나가는 전개 방식도 참 좋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