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이 소녀를 엄마라고 불렀죠
소녀의 꿈은 동화 속에 나오는
예쁜 다락방을 갖는 것이었죠
다행히 소녀의 집엔 다락방이 있었죠
소녀는 다락방에 올라갔죠
그곳은 동화 속에 나오는 다락방과는 달랐죠
후끈 달아올랐다가 금방 쌀쌀해지고
온갖 먼지가 덩어리가 되어 굴러다녔죠
소녀는 그 다락방이 싫었죠
이건 내 다락방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혼자 있고 싶을 때나 도망치고 싶을 때
그나마 갈 곳이 그 다락방뿐이었죠
소녀는 다락방을 깨끗이 닦고 치웠죠
하지만 다락방은 어찌 된 일인지
금방 더러워지고 다시 온갖 잡동사니가 쌓였죠
소녀는 구제불능인 다락방에 화가 났죠
소녀는 또 다락방을 치웠고
다락방은 또 더러워졌죠
다른 소녀들 같으면 그런 골치 아픈 다락방일랑
잊어버리고 새로운 다락방을 찾아 떠났을 텐데......
소녀는 어쩐지 그럴 수 없었죠
소녀는 그 다락방에 잘 어울리는 그런 소녀였던 거죠
그렇게 치우고 어지르고 치우고 어지르고
다락방 때문에 애태우고 다락방을 훈계하고
소녀는 다락방이 철이 들기를 기다렸죠
어느 날 다락방이 소녀에게 엄마라고 불렀죠
-- 성 미 정 시집 '사랑은 야채같은 것' 중에서 --
(나는 아직 엄마 되려면 멀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