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라고 쓰면서 '나무'를 떠올리긴 처음인것 같다.
오늘, 버스에서 내려 버석거리는 나뭇잎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온 때문인가.
소리가 듣기 좋아 일부러 낙엽이 쌓인 곳들만 골라서 걸었다.
어제 저녁, 갑자기 만두를 먹어야겠다는 아이의 만두 타령때문에 만두를 사러 가는 길에 낙엽 밟는 소리가 재미있다고 아이가 그랬었다. 바사삭바사삭 거린다나. 분명 과자 생각 했을거다, 녀석.
스스로 새벽형 인간이라고 자처하던 것이 무색하게, 알람 소리를 듣고서야 가까스로 일어나길 몇 주째. 오늘 오랜 만에 원래 일어나던 그 시간에 눈을 떠서 날이 밝아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알았다. 아침 6시까지 아직 컴컴하다는 걸.
'아, 겨울이 오고 있구나.'
가을은 안중에도 없이, 관심 한번 주지 않은 채, 스스로 파놓은 동굴 속에 틀여 박혀 있는 동안, 바로 겨울이 와버리려나 보다, 2009년엔 내게 가을은 없었다, 혼자서 속으로 또 막 너스레를 떨었었는데.
오늘 오후, 버석버석 거리는 낙엽을 밟으면서도, 집 앞 거리의 나무들이 노랗고 빨갛게 물든 것을 한동안 바라보면서도, 나는 여전히 가을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겨울이 멀지 않았구나.' 를 중얼거리고 있다.
가을을 느끼며 잠깐 뭉클할 여유도 없이, 그렇게 2009년의 가을을 흘려보내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