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라고 쓰면서 '나무'를 떠올리긴 처음인것 같다.
오늘, 버스에서 내려 버석거리는 나뭇잎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온 때문인가.
소리가 듣기 좋아 일부러 낙엽이 쌓인 곳들만 골라서 걸었다. 

어제 저녁, 갑자기 만두를 먹어야겠다는 아이의 만두 타령때문에 만두를 사러 가는 길에 낙엽 밟는 소리가 재미있다고 아이가 그랬었다. 바사삭바사삭 거린다나. 분명 과자 생각 했을거다, 녀석. 

스스로 새벽형 인간이라고 자처하던 것이 무색하게, 알람 소리를 듣고서야 가까스로 일어나길 몇 주째. 오늘 오랜 만에 원래 일어나던 그 시간에 눈을 떠서 날이 밝아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알았다. 아침 6시까지 아직 컴컴하다는 걸.
'아, 겨울이 오고 있구나.' 
가을은 안중에도 없이, 관심 한번 주지 않은 채, 스스로 파놓은 동굴 속에 틀여 박혀 있는 동안, 바로 겨울이 와버리려나 보다, 2009년엔 내게 가을은 없었다, 혼자서 속으로 또 막 너스레를 떨었었는데. 

오늘 오후, 버석버석 거리는 낙엽을 밟으면서도, 집 앞 거리의 나무들이 노랗고 빨갛게 물든 것을 한동안 바라보면서도, 나는 여전히 가을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겨울이 멀지 않았구나.' 를 중얼거리고 있다. 

가을을 느끼며 잠깐 뭉클할 여유도 없이, 그렇게 2009년의 가을을 흘려보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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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09-10-29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젤이 눈에 들어오는구나.

여의도도 점점 노랗게 물들고 있어.
몇 주동안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구나.

hnine 2009-10-29 22:56   좋아요 0 | URL
여의도 벚꽃도 장관이지만, 가로수 은행나무 노랗게 물든 모습도 참 좋았지. 시범이랑 대교, 삼익 부근...그립다.

무스탕 2009-10-2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정성이가 '오늘 무슨 요일이야?' 묻길래 '물 날이야' 대답해 줬었는데.. ^^
지난 일요일엔 일찍 일을 나가야 해서 집에서 6시 30분쯤 나섰더니 어둑한 기운이 막 가시려 하더라구요.
겨울이 다가오구 있구나.. 싶었지요.

hnine 2009-10-29 23:30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몸도 안좋으신데 그 시간, 아직 환해지기 전에 집을 나서실 때 발걸음이 무겁진 않으셨는지요.
안그래도 조금 아까 신문에서 날씨를 보았더니 다음 주 부터 기온이 많이 내려갈 모양이어요.
내일은 쇠의날? ^^ 몸조리 잘 하시어요.

Kitty 2009-10-2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나 hnine님 안녕하세요!!!!!!!!!!! 반가와요!!!!!!!!!!!!!!!!!!!! (새삼 ^^;;)

hnine 2009-10-29 23:32   좋아요 0 | URL
에이, Kitty님, 정말 새삼스럽게 왜 그러세요, 쑥쓰럽잖아요 ^^

같은하늘 2009-11-0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2004년도에 올리셨던 사진과 변함이 없으시네요. ㅎㅎㅎ

hnine 2009-11-04 12:45   좋아요 0 | URL
2004년도 사진...ㅋㅋ 예, 머리 숱이나 헤어스타일은 별로 변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피부와 얼굴은 많~이 변하던걸요. 아이가 옆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길래 얼굴 안 나오게 저리 가서 찍으라고 막 그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