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런던의 수학선생님 - 런던 아줌마 김은영의 페어플레이한 영국도전
김은영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저자의 약력을 보자. 한국의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으나 영어에 관심이 많았던 듯 하다. 통역대학원 시험을 여러번 응시했었다는 것을 보면. 결국 통역대학원에 진학은 못했지만 통역관련일로 회사에 근무하던 중 영국에서 한국으로 파견나와있는 지금의 영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 영국으로 이주한다. 영국에 가서 그동안의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다시 자신의 원래 전공을 살려 영국의 대학에서 수학과 학부과정, 그리고 PGCE (Post Graduate Certificate of Education), 즉 대학원 수업과 실습을 병행하는 1년 코스를 마치고, 보조 교사 과정을 거쳐 중학교 수학 교사가 된다. 그러면서 아이도 낳아 키우고.
2002년에 영국으로 이주하여 그동안 그녀가 경험한 이야기 속에는 영국의 교육 제도, 영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영국에서 아이 키우는 이야기등,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길래 읽어보게 되었다.
그녀의 경력에서도 엿보이듯이 작은 체구이지만 소신있게 선택, 결정하고,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으며 자기 개발을 위해 한시도 쉼없이 정진하고자 하는 삶에 대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글도 꽤 꼼꼼하게 비교하여 쓴 내용들이 많았고,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생각을 주관있게 펼쳐나갔다.
영국의 모든 제도가 우리 나라에 비해 좋다, 혹은 나쁘다 식으로 단정짓지 않고 객관성을 지키려 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이론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실습을 병행시키며,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가정 생활이나 특수 상황 등을 일일이 신경쓰며 배려해주는 분위기, 교사로 하여금 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 조차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신체적인 벌칙이나 불미스러운 일을 미리 방지하자는 방침, 안전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신경쓰는 것 등, 우리 나라와 다른 점을 조목조목 잘 짚어 놓았다. 학제부터 우리와는 많이 다른 영국이 아니던가. 실습을 중시한다는 것은 영국에서 대학 2년을 마치면 1년은 학교를 떠나 현장 실습 기간으로 하는 것을 보며 익히 짐작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비단 학부과정에서뿐만 아니라 대학원 과정에서도 그렇고, 보조 교사 기간을 따로 두어 충분한 실습을 경험하게 한 후 다시 자격 시험을 통과한 후에야 정식 교사가 되게 하는 제도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영국은 멘토 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는 나라이다. 저자가 보조 교사 수습 기간을 밟을 때에도 그 학교에서 그녀를 위한 멘토를 지정받아 그녀가 학교에서 겪는 모든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지도하여 주었다고 한다.
영국의 교육 제도를 말하면서 저자가 가장 흥분하며 우리 나라의 교육 제도에 대해 비판 했던 것은 과중한 학습량도, 지난친 사교육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공부를 못하면 사람 대접 못 받는 사회 분위기, 그것도 둘째 사항이었고, 문제는 열 몇살에 문과, 이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해서 아직 미래에 대해 정확하게 고민하고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할 시기에 벌써 진로를 정해야 하고, 한번 진로를 정하면 거기서 그 방향을 수정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우리 나라의 교육 제도, 그것이었다. 열 몇 과목을 하루에 다 치뤄서 그 점수 가지고 대학엘 가야하는 대학 입학 시험에 대해 말하자 그 말을 들은 영국 사람들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모든 학생들이 열 몇 과목을 전부 시험 과목으로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도 이해가 어렵거니와 하루에 몽땅 시험을 봐버리면 혹시 그날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경우라면?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대학엘 들어가고 나니 대학생들은 졸업할 무렵이 되어 다시 고민에 빠진다. 이제 무엇을 해야하나,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이게 무슨 시간과 인력의 낭비인지. 내가 평소에 하던 생각과 같아서 무척 공감이 하며 읽었다.
영국의 의료 제도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영국의 의료 제도는 전국민 무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병원에 수납창구가 없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그렇다 보니 제대로 한번 진찰 받고 치료 받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우리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길다는 것이다. 또한 연봉 4,000만원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한달에 의료보험비가 20만원이 넘는다니, 무료가 사실 따지고 보면 무료가 아닌 것이다. 대신 집 없고, 소득이 없는 사람이 아플 경우 결코 돈이 없어서 병원 문 앞에도 못가보는 일은 없다고 한다. 다른 세금과 마찬가지로 의료 보험 제도도 역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도 공평하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에 촛점을 둔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형편이 어렵지는 않은 사람들에게 부담이 좀 되더라도 말이다.
영국의 고질병, 절대 버리지 않는 것이란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 전혀 쓸 일이 없는 물건 조차 꽁꽁 싸놓고 절대 버리지를 않는단다. 침대를 주문하고서 도착하기까지 몇달을 기다려야 하는 것을 참다 못해 집에서 문짝 가지고 침대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다는 얘기도. 그러니까 한국이 그리운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읽으며 제일 부러웠던 것은 역시 육아 제도. 영국에서는 아이를 봐주는 사람을 childminder 라고 하는데, 우리 나라 처럼 이웃에서 알음 알음으로 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교육을 받고 정식 직업으로 등록되어 있어  세금까지 내는 사람들이 childminder 라고 한다. 아이가 학교 또는 유치원에서 끝날 무렵이면 가서 아이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와서 먹여 주고, 숙제도 봐주고, 함께 놀이도 하다가, 5~6시 쯤 부모가 퇴근하면서 집으로 데리고 가는데, 나라에서 가끔 childminder집을 방문하여 안전 시설이라든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고 있는지를 조사까지 한다고 하니. 이건 확실히 영국이 우리 보다 낫지 않은가? 하긴, 육아 정책에 있어 우리 나라보다 낫지 않은 나라가 몇이나 될까.

얄팍한 두께에, 별 기대를 안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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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0-07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세상이에요.

hnine 2009-10-07 11:52   좋아요 0 | URL
영국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더라구요. 하지만 육아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우리 나라가 확실히 많이 뒤쳐져있음은 분명한 것 같아요.

같은하늘 2009-10-07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쓴분의 이력도 눈에 들어오고 영국의 사는 모습을 살짝 엿보니 완전 딴 세상이군요.

hnine 2009-10-07 18:58   좋아요 0 | URL
우리와 정말 많이 다르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비슷한 점도 있어요. 영국 사람들도 '체면' 중요시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 시키는 것 잘 못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