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오전 6시를 조금만 넘어도 새벽이랄 수 없다. 새벽이 아니라 다 밝은 아침이다.
어제는 구름이 가득하고 바람까지 선들 부는 아침이더니, 오늘은 같은 시각임에도 햇빛이 쨍쨍하다. 한치도 안봐주겠다는 듯이. 

 

 

 



 

 

 

 

 

 

 

 

 

 한 권을 붙들고 끝날 때까지 못읽는다. 이 책 읽다가 한 숨 돌리고 싶으면 다음 책으로, 또 다음 책으로. 

그러다가 음악도 듣다가.  

 

 

 

오늘 아침 어쩌다 이 노래를 듣게 되었는지.
Ave maria중에서도 더욱 처절하게 들리는 Caccini의 Ave maria이다. 

아침 준비를 대충 해놓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들어오다 보니, 집 앞 감나무에 벌써 감이 열리고 있었다. 아직은 초록의 감이지만, 벌써부터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연상되어 나도 모르게 입이 바로 저 서재 로고 모양이 되었다. 무슨 일이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못 알아차릴 뿐이지. 

낮에, 안 오는 버스 기다리며 짜증 나려고 할때, 어제처럼 버스 터미널 잘못 찾아 헤매고 다니면서 정신 없을 때, 비는 오고 빨래 안 마르고, 온 집안이 눅눅한 것 같아 기분도 눅눅해지려고 할때, 오늘 아침에 본 요 감들을 생각해야겠다. 열심히 열심히 영글어가고 있는 감들을, 더위에 누가 보거나 말거나, 알아주거나 몰라 주거나,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는 감나무를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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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09-08-04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Andrea Bocelli 가 불러서 더 처절하게 들린건 아니었을까...

hnine 2009-08-04 20:54   좋아요 0 | URL
그랬을 수도 있겠지. 아침에는 좀 신나는 음악을 들어야하는데, 새벽과 아침은 또 다른 것 같아.

바람돌이 2009-08-05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감들이 새파랗더라구요. 그래도 기특하게도 많이 열렸던걸요. 우리 아이들은 아직은 못먹어 하는 말에 스리슬쩍 만져기만 하면서도 좋은거 같더라구요. ^^

hnine 2009-08-05 05:17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도 보셨군요 나무에 열려있는 감들을. 제가 키운 것도 아니면서 바라보고 있으니 괜히 가슴 뿌듯하더라구요.

세실 2009-08-05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림이 합창단 할때 이 노래 불렀었는데....
누가 알아주던 말던 제 일 열심히 한다는거 생각보다 어려워요. ㅎㅎ

hnine 2009-08-05 21:08   좋아요 0 | URL
부르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합창곡으로 부르면 어딘가 더 성스러운 느낌이 났을 것 같은데요?
누가 알아주던 말던 할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아예 습관으로 자리잡지 않은 이상 정말 어렵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