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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Talking (Hardcover)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Mark Elliott 그림 / Simon & Schuster / 2007년 6월
평점 :
앤드류 클레먼츠는 <프린들 (Frindle)>의 작가라고 하면 기억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프린들>을 읽고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졌으니까.
<No talking> 이란 제목이 말 풍선 안에 들어 있고, 두 아이가 그에 맞는 동작을 하고 있는 표지 그림을 보면서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읽고 나니 역시 앤드류 클레먼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직 초등학교 교사였던 경력때문인지 그는 가족보다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즐겨 쓴 것 같다. 우리 말로 뭐라고 제목을 옮기면 좋을까. <말하지 말기>, <말 안하기 시합>?
초등학교 5학년 즈음 되면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 사이에 서로 협동 관계보다는 반목과 대립 관계로 진입하는 시기인가 보다. 이 학교의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 역시 서로 무시하고 놀리며 상대 안하는 분위기. 남자 주인공 데이브가 여자 아이들의 말 많음을 놀리는 말을 무심코 던지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시한을 정해놓고 5학년 전체 남자, 여자 편을 갈라서 '말 안하고 버텨 보기' 시합을 벌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하필 말하지 않는 시합을 하게 된 배경에는, 데이브가 마침 인도의 간디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난 후라는 것도 작용한다. 말 한 마디 안하고 비폭력 저항으로 영국을 설득시킨 그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은 후였던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 아이들의 이 시합을 단순히 아이들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게임, 혹은 놀이의 하나로서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읽어가면서 더욱 더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하루 종일 하는 말 중에서 과연 필요한 말은 얼마나 될 것인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서 최대한 한번에 세 단어까지의 말만 허용하기로 하자 놀랍게도 대부분의 말들이 세 단어로서 충분히 의사 표현이 가능함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비단 아이들 뿐 만이 아니라 이 학교의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제한하니 내 생각을 일단 쏟아 내어 관철시키려는데 열 올리는 대신 다른 사람의 생각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말 하는데 쏟는 신경을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 행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수업 분위기도 훨씬 좋아진 것이다. 아이들의 이 시합에 대한, 학교 선생님들의 반응도 눈여겨 볼만 하다. 허용하자는 쪽과 못하게 해야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나뉘긴 하지만, 그 어느 선생님도 '무조건' 허용, 비허용이 아니라 어떤 편견과 선입견을 벗어나서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는 열린 마음이 일단 되어 보는 것이다. 기존의 틀과 다르다 싶으면 일단 거부감부터 나타내는 우리는 어떤가.
서로 네가 잘 났네, 내가 잘 났네, 입씨름을 일삼던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 사이에, 말 안하기 시합이 진행되는 동안 이해의 기미가 싹트게 되는 의외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참 잘 짜여진 스토리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매일 쏟아 내는 말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차단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의 의미도 상실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좁히고 만다.
이 작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져 버렸다. The Janitor's Boy 라는, 작가의 다른 책이 이미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