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느 왜
쨍쨍 해 나는 날 보다
흐리고 빗방울도 떨어지락 말락 하는 날
하필 동물원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걸까
점심도 다 먹고 나서
"우리 이제 뭐할까?" 남편의 말에
"동물원 갈까?" 하고 말한 것은
아이가 아니라 바로 나.

아마도, 아이가 지금보다 어릴 때,
동물원에 데리고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느라
비가 부슬부슬, 으슬으슬 춥기까지 한 날
오후 늦게, 문 닫을 시간을 얼마 안 남았을 때,
1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찾아간 동물원
그 때의 그 독특한 느낌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게 무슨 청승이람, 우울해 하고 있는데
아이는 혼자서도 너무나 신이 나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좋아하던 그 모습에
가슴이 이상하게 찡해오던
그 시간이 내 기억 어딘가에 무의식으로 자리잡았나 보다.

예전엔 동물원에 오면 그야말로 이렇게 동물 구경이 주 관심사였고,
어려서 그런지 탈 것들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에
이 날도 당연히 놀이기구 이용권이 아닌 동물원 입장권만 사가지고 들어갔는데

이제 이만큼 자라서인가,
이것도 타고 저것도 타겠단다.

비가 오락가락 하여 놀이 기구에 따라 운행을 하다 쉬다 하고 있던데
그 중에 운행하는 것은 거의 다 탔나보다.

좋아해서 그냥 못 지나치는 해바라기.
두팔 활짝 벌리고, 얼굴도 반짝 들고,
이렇게 솔직한 꽃이 또 있을까.

이런 색 호박을 처음 봤다.
노란 색이 초록색으로 변해가는 중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이번이 가보니 새로이 <플라워 랜드> 라는 곳이 생겼는데, 들어서자 백합꽃 향기가 진동.
"백합꽃 향기가 이렇게 진했던가?" 하는 남편의 말에,
"그래서 방에 백합꽃 꽂아놓고 방문 다 닫고 잠 자면 안된다는 말도 있잖아." 라고 얘기해주었다.

허접하지만 이런 미로길도 만들어놓았고,
이런 것 처음 보는 아이는 우산 들고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다.


빨간 색 칸나 사이로 높게 올라온 꽃 전등.
며칠 전에 본 영화 <아더와 미니모이>에 나오는 정원 생각이 났다.

<보라 위의 노랑> 이라고, Rothko의 그림 제목 흉내 내어 제목 붙여보고 싶었던 사진인데,
흔들리고 말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