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을 받을 때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미움, 복수, 반항심, 죄책감, 무가치함, 자기 동정 같은 것들이다. 체벌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자기가 한 일에 대해 뉘우치고 어떻게 개선해야할지 생각해볼 기회를 갖는 대신 아이는 어떤 복수의 환상에 사로잡히기부터 한다. 즉, 아이를 체벌함으로써 우리는 아이가 자기의 잘못된 행동에 내면적으로 대응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을 박탈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체벌대신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 체벌의 대안책 (Alternatives to Punishment) -- 

 

1단계: 부모의 감정을 강력하게 표현한다.- 인신 공격은 배제할 것 
 
"네가 내 새연장을 쓰고 제 자리에 갖다두는 대신 밖에 버려둬서 비를 맞아 녹이 슨 것을 보니 무척 화가 나는구나." 
('너'를 주어로 말하는 대신 '나'를 주어로 말한다.)

2단계: 부모가 기대했던 바는 무엇인지 말해준다.
"나는 네가 내 연장을 빌려다 쓴 후엔 제자리에 갖다 놓기를 기대한단다." 

3단계: 아이가 저지른 일의 결과에 대해 돌이킬 방법이 있으면 알려준다.
"이제 녹슨 이 톱은 철수세미랑 기름칠할 재료가 필요하겠구나." 

4단계: 아이로 하여금 선택의 기회를 준다.
"내 연장을 빌려갔으면 쓰고서 제 자리에 돌려놓던가, 그렇지 않을거면 쓸 수 있는 특권을 포기해야한다. 네가 결정하렴." 

5단계: 조치를 취한다.
아이: 왜 공구 박스에 자물쇠가 채워져있죠?
아빠: 이유는 네가 알지 않니. 

6단계: 문제 해결 과정을 밟는다. 
"네가 필요할때 내 연장을 사용할 수 있으려면, 그리고 내가 필요할 때엔 내 연장들을 제 자리에서 꺼내 쓸수 있게 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해보자."
(아이와 아빠가 함께 생각해낸 모든 방법을 종이에 일단 모두 적어서 리스트를 만든 후에, 하나씩 점검하여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 방법들을 하나씩 지워간다.)   

 
   

 

  

  

 

 

 

 

 

 

 -- 이상, 이 책의 3장 내용 일부를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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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무언가 잘못 했을 때에는, 야단부터 치기 전에, 체벌부터 하기 전에, 그 일로 인한 결과를 아이가 체험하게 하는 것이 좋다. 아침마다 늦잠을 자는 아이를 매일 똑같은 말로 야단쳐가며 억지로 깨워 지각을 면할 수 있는 시각에 가까스로 학교에 도착하게 등 떠미는 것 보다는, 늦잠을 자서 생기는 결과가 어떤지 한번 스스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 낫다.

체벌이란,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아이로부터 일정 기간 무엇을 박탈하거나, 고통을 주는 의도적인 행위이다.

훈육(discipline)과 체벌(punishment) 은 구별되어야 한다. 
올바른 훈육을 위해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한 분명한 경계선이지, 좁은 경계선이 아닌 것이다.

 

 나의 실천 사례:

학교 다녀온 아이에게 간식으로 우유와 고구마를 주고서, 나는 하던 방청소를 마저 끝내기 위해 방으로 가면서 보니, 식탁에 앉아 한켠으로 책을 보며 먹고 있는 아이의 자세가 옆의 우유 컵을 자칫하면 건드려 쏟을 것 같아서 아이에게 알려주었다. 아이는 보던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건성으로 대답을 할 뿐이었다. 역시나, 얼마 안가서 아이의 앗 소리에 돌아보니 한컵 거의 가득 담겨 있던 우유는 방금 힘들게 청소를 마친 부엌의 바닥으로 다 쏟아지고, 나는 화가 날 수 밖에. 그럴 것 같아서 기껏  말 해주고 돌아서자 마자  벌어진 일이라 더욱 화가 났다.
간식 먹은 후 아이는 하고 싶어하던 컴퓨터를 30분간 할 수 있도록 허락받아 놓은 상태였는데,  당장 취소시키는 일종의 벌을 주겠다는 말이 거의 나갈 뻔 한 순간이었다.
"너 엄마가 금방 말했지. 우유 쏟을 것 같으니 멀찌감치 밀어놓던지, 다 먹고 책보라고! 그거 봐라. 그 벌로 컴퓨터 하게 허락했던 것, 취소야. 못해!"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우유를 쏟은 것과 컴퓨터를 못하게 하는 것은 아무 관련이 없는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아이가 저지른 일의 결과와 관련된 것을 하도록 시켜야한다고 읽은 기억이 났다 (위의 대안책 3단계에 해당).

그래서 대신 내가 한 말은,
"엄마가 그럴 것 같아서 얘기해주었는데, 듣기만 했구나. 저기 걸레 가져다가 우유 흘린 곳 닦아라. 닦은 후엔 걸레 다시 비누칠 해서 빨아서 꼭 짜서 원래 자리에 두고."
아이는 아무 불평없이 내가 시키는대로 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아이에게 다른 잔소리를 하거나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었고, 방금 애써 청소한 곳을 다시 걸레질 하느라 힘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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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1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3-21 11:30   좋아요 0 | URL
엄마 입장이 되고 보니, 그게 참 힘들더라구요. 다그쳐서라도 내 자식이 손해 안보게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앞서거든요. 훌륭한 어머니들은 이렇게 저처럼 책에서 배우지 않고서도 자연스럽게 실천하시는 것들을, 저는 이렇게 유난을 떨지요 ^^

2009-03-21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03-2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무래도 이책 살까봐요. 지난번 (4) 올려주신 대로 해봤더니 애한테 비난조의 말을 덜 하게 돼서 실제로 좋더라구요. 다 hnine님 덕이라는..

hnine 2009-03-21 11:32   좋아요 0 | URL
Manci님, 이 책 읽기도 별로 어렵지 않고, 실제 생활에 적용해보기도 쉽게 되어 있어서 구입해서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한번 읽고 마는 책은 아니더라구요 ^^

하양물감 2009-03-2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도 잘 안돼요. 에구. 요즘 한솔이 야단치는 일이 많아져서 저도 슬그머니 걱정이 됩니다.

hnine 2009-03-22 20:57   좋아요 0 | URL
아이들 나이와 비례해서 잔소리 할 일이 늘어나더라구요. 저도 오늘만 해도 아이를 몇번이나 야단쳤는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