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사흘 밖에 안 남았다.
2월이야 또 돌아오겠지만 2009년 내 나이 마흔 넷의 2월은 이번 한번 뿐이지 생각하니 아쉽다.

오늘로써 닷새 째 할머니 댁에 가있는 아이는 잘 놀고 잘 먹으며 잘 지내고 있는데, 조금 아까는 웬일로 시무룩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할머니로부터 나눗셈 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데 (본인의 요청에 의한 것), 자기는 아무리 봐도 맞게 계산했는데 거꾸로 곱해서 검산을 해보면 나눠지기전 처음의 그 수가 안 나온다는 것이다.
 

나: "그래? 문제를 한번 불러봐." 

아이: "8407 나누기 6 이요." 

나: "다린이가 계산한 답은 뭔데?" 

아이: (계산한 과정을 쭉 얘기한 후) "답은 141 하고 1이 남게 되요. 그런데 맞게 했나 보려고 141 곱하기 6 하고서 나머지 1을 더하면 처음의 8407 이 안 나와요." 
 
이 대목에서 아이 목소리에는 울음이 반쯤 섞여있다. 속상한가보다. 

왜 틀렸는지 알겠으나 전화로 설명해주기에는 곤란하고. 엄마는 2학년때 나눗셈은 커녕 겨우 구구단 외우기 시작했는데 다린이는 대단하다 어쩌구, 할머니께 다시 여쭤 보면 아마 잘 설명해주실 거다 저쩌구... 하면서 횡설수설 하고 있는데, 

아이: "할머니가 이런 문제 열개 내 주시고 10분 후에 본다고 하셨는데 이제 세 문제 밖에 못했어요." (목소리에 울음이 더 들어가있다.)

나: "다린아, 괜찮아. 엄마 같았으면 아마 하루 종일 걸릴지도 몰라." (심한 오바 ^^) 

전화기 저 편에서 '시간은 할머니가 조정해줄 수 있다고 했는데~~' 하는 아이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거 못한다고 야단치실 할머니가 아닌데도 제딴에 잘 안되니까 눈물부터 나오나보다.

내일은 가서 아이를 데려오기로 한 날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헤어져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아이는 또 눈물 바다를 이룰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랑 헤어지는게 서운해서.

엄마는 그러신다. 네가 어릴 때부터 그렇게 눈물이 많더니 다린이가 너 닮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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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9-02-26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께서 너무 어려운 문제를 내셨네요.^^
나눗셈의 답에 0이 들어가는 문제, 예를 들어 1401이 답이 되는 경우, 틀리는 아이들이 꽤 많답니다.
집에 오면 집중적으로 그런 문제만 설명하고 풀게해야겠네요.
다린이의 마음이 이해가 되네요. 잘하고 싶었을텐데...

hnine 2009-02-26 18:10   좋아요 0 | URL
혜덕화님, 제 어머니께서 아이들이 어디서 실수를 하는지 제대로 간파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다른 문제 몇 개 풀고서 다 맞았다고 자신있어 하길래 마지막으로 이것만 더 풀어보자 하고 '0'이 들어가는 문제들을 내셨다네요 ^^

프레이야 2009-02-2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고비가 있더군요.
그걸 잘 넘고 나면 또 대단한 성취감도 느끼고요.
다린이, 대견하네요. 애살이 있어서 그런것이니..
어머님도 대단하시구요.

2009-02-26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6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9-02-27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린이는 심각했지만, 저는 왜 이리 이쁘고 귀여운지요. 사랑스러움 그 자체네요. 그리고 할머니도 너무 근사해요. 엿보는 건데도 너무 포근하게 느껴져요. ^^

hnine 2009-02-27 01:00   좋아요 0 | URL
그렇게 봐주시는 마노아님 마음이 이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
다린이 할머니, 제가 어릴 때는 완전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치시더니, 손주한테는 안그러시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