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의 나홀로 기차여행 : 북미대륙 편 - 나의 기차는 멈추지 않는다
김효선 지음 / 바람구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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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여자 나이 중년은 나홀로 여행을 떠나기에 좋을 때이다.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있던 전업 주부로서 일을 하고 있던, 바쁘게 돌아가던 일상에서 한발짝 걸어 나와도 표가 안나는 시기에 접어 드는 시기이니까.
저자는 뉴욕에서 시작하여 캐나다 뱅쿠버까지, 미국 암트랙 25일, 캐나다 비아레일 17일, 도합 42일 동안 혼자 기차로 아메리카를 횡단하는 여행을 한다. 기차에서 1박은 그래도 준수한 편이고, 2박도 불사해야 하는 이동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기차가 주는 매력에 주저없이 택한 여행인 듯 하다. 책을 읽어보면, 사실 기차를 타고 향하는 방문지가 여행의 목적이라기 보다, 기차로 이동하는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라고 해도될 정도로 저자는 그 시간을 즐기고 있고, 그 안에서의 경험을 더 생생하게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차에서 바라본 풍경과 그로 말미암아 드는 생각들, 기차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사람들과의 대화, 그들에 대한 묘사 등등. 목적지에 도착해서 그 도시 여기 저기를 방문한 느낌을 써놓기도 했지만 어쩐지 그것이 이 책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계산을 해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미국이나 캐나다의 어느 장소에서 보낸 시간보다 아마 각각의 장소 사이를 이동하면서 기차 안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거나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동생이 대학 입학하던 해 여름에, 버스로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횡단하는 여행을 거의 한달 동안 감행한 적이 있다. '감행'이란 말을 쓴 이유는, 여행을 거의 끝내고 서부의 어느 도시에서 그곳에 잠깐 체류중이던 나와 만났는데 20대 팔팔안 나이 임에도 동생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나를 보자 긴장이 풀렸는지 하루밤을 몸살로 끙끙 앓던 것을 보고, 우리 나라도 아니고 그 넓은 나라를 대중 교통 수단으로 장기 여행을 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일이 못되는 구나 생각했었다. 아마도, 눈으로 많은 것을 보고자 하는 사람이나, 그런 욕구에서 떠나고 싶을 때보다는, 시간을 충분히 이용하면서 마음을 새로이 채우고 싶을 때, 일부러라도 혼자 되는 시간을 벌고 싶을 때 하면 좋은 여행이 기차 여행이 아닐까 한다. 사람이 여행을 떠나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와 사연이 있으니까.
끝으로, 책의 편집 유감이다. 책 속의 작은 소제목이 들어가 있는 페이지에는 내용 없이 사진을 배경으로 제목만 쓰여 있는데, 그 제목이 제본철 속에 파묻혀 있어 중간의 몇 글자가 꼭 그 안에 파묻혀 안보인다는 것이다. 크지도 않은 글자가 말이다.
내용 중에서 또 한가지. whole foods market은 저자의 추측처럼 음식백화점이라기 보다, 가공을 하지 않은 식품, 주로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 또는 그런 재료로 만든 간단한 음식등을 파는, 미국내 자연식품 체인점이다. 그러니까 whole foods의 whole 은 '여러가지'가 아니라 '전부 (全)', 즉 '가공하지 않은 원재료 그대로'의 뜻으로 사용되었다고 봐야한다.
본문에 보면 저자가 사진을 찍으려고 애쓰는 부분이 여러 군데에서 나오는데, 정작 책에는 저자가 찍은 듯한 사진들이 별로 없다는 것도 좀 의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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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2-17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홀로 북미대륙을 아 상상만 해도 넘 멋져요

hnine 2010-02-17 18:21   좋아요 0 | URL
그런데 겁도 좀 나지 않았을까요? ^^

비로그인 2010-02-17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리 가진 못해도, 기차여행은 꼭 설렘을 가져다 주곤 했던 것 같습니다. 올리신 글의 책에 나오는 그리 긴 여행은 못되더라도 스물 무렵 7-8시간 되는 기차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네요.

옆자리에 앉아 많은 얘기를 나눴던 사람들, 쪼그만 노트에 뭔가를 끄적이던 흔적에 대한 기억이 한꺼번에 몰려 오네요. 한편 어릴적. 그러니까 머릿속의 공간이 한참이나 작았던 때는 잠자리에 들면 저 멀리서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곤 했었습니다.

그때 듣던 기차소리는 참, 뭉게뭉게 구름같았는데 말이죠..^^

hnine 2010-02-17 22:47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에게는 얘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