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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기 책들이 대개 그렇지만, 이 책 역시 400쪽이 넘는 분량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단숨에 읽혔다. 제주도가 고향인 저자가 산티아고 여행을 하고 돌아온 후 어떤 계기로 인하여 우리 나라에도 그와 같은 걷기 코스를 만들기로 작정을 하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6코스의 걷기 코스를 개척하는 얘기인데 이 책에는 6코스까지 실려 있지만, 현재 11코스까지 진행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주도라는 우리 땅의 아름다움이 이렇게 새로이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또 이 책을 읽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순간부터 제주도 걷기 여행을 꿈꾸게 되었겠나 생각하니, 저자가 참으로 보람있는 일에 자신의 노력과 시간, 열정을 투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히 제주도 걷기 여행을 소개하는 여행서로만 읽히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더 관심있게 읽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전문적인 여행가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제주도 여행 코스를 목적으로 하고 일을 시작했던 것도 아니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되기 까지의 저자의 인생 경험이 바로 이 제주 걷기 여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선행된 또하나의 여행이었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에도 밝혀 놓았고, 훨씬 전에 저자가 산티아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라디오 인터뷰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하는 말을 들은 바에 의하면, 기자라는 직업을 수행하며 당장 눈 앞에 떨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하루하루 쉴새 없이 달려야 했던 수십년의 세월에 염증을 느끼고, 이게 인생의 전부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자각. 그것이 출발점 아니었을까. 살다 보면 이렇게 '일단 정지'의 순간이 오게 되나 보다. 회사를 그만 두고, 그녀는 걷는다. 무슨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라기 보다, 서울 시내도 좋고, 한강 둔치도 좋고, 집이 있는 곳에서 여의도 까지도 좋고, 그저 걷는다. 그러면서 걷기의 비밀이라고 할만한 것을 알아내었다고 할까? 그녀는 말한다. 걷기는 온몸으로 하는 기도요, 두발로 추구하는 선이었다고. 머리로 해결 안되던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걸으면서 치유되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이어서 산티아고 길을 떠나게 되고, 우리 나라에도 이러한, 걸을 수 있는 코스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어, 보통 사람이라면 여기서 그칠 수도 있었을텐데 실행에 옮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것이다.
이렇게 길을 터 놓았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리라. 그리고 느끼리라. 사람들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길 위에 올라, 조금씩 다른 마음을 하고 돌아오리라.
제주도 여행에 꼭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