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어머님 기일이다.
내일 낮, 아이 학교 종업식이라 엄마들이 다 함께 참석하여 크리스마스 파티를 미리 해주어야 한다기에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어제부터 조금씩 미리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 새벽엔 잠깐 누워서 쉰다고 하다가 깨어보니 아이 등교전 25분 전. 결국 밥도 못 먹이고 미안해하며 그나마 있던 빵으로 남편이랑 아이 아침을 대신하게 했는데, 그 와중에 우유 사다 놓은 게 없다고 핀잔하는 남편이 좀 서운했다.

식혜, 나박김치, 나물, 탕, 전 까지 이제 겨우 마쳤고, 산적, 조기 등 남은 몇가지는 내일 해도 되지 않을까 가늠하는 중. 기름 냄새좀 빠지라고 집안의 창문을 다 열어젖히고 쉬는 중인데 추운 줄도 모르겠다.

일찍 돌아가셔서 나는 한번도 뵌 적이 없는 어머님. 남편도 어릴때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단다.
사진을 보니 남편은 얼굴이 어머님을 판박이처럼 닮았다.

살아계셨으면 남편 어릴 때 얘기도 듣고, 어떻게 자랐는지도 여쭤보고, 그러면 아마 남편을 이해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워낙 말이 없는 남자. 혼자 그냥, 무조건,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내 그릇이 모자랄 때가 너무 많으니까.

그래도 어머님의 염원으로 자기가 이만큼이나마 올 수 있었다고 남편은 가끔 얘기한다.

어머님, 왜 그렇게 일찍 돌아가셨어요.

제가 아직도 음식이 많이 서툴지만 그래도 제가 직접 정성껏 준비하고 있으니 이해해주시고, 아들이 잘못 되지 않고 잘 살도록 계속 지켜봐주세요.

어머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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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1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되다 하지 않고 긍정의 언어로 바꾸어내는 그 마음가짐이, 마음 씀이 참으로 고와요.

울보 2008-12-17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요,
언제 뵈어도 참 멋진 분이세요,,

진주 2008-12-1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착한 며느리라는 칭송도 쬐금 받았는데
실상은 사악한 며느리였나봐요.
시어머님이랑 살았던 시절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고요,
병수발 들다가 제가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돌아가셔서 저는 입원을 면했지요.

참 좋은 시어머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시어머님 안 계신 결혼살이도 꽤 괜찮을거라고 생각이 막 들어요..무늬만 착한 며느리였나봐요...

hnine 2008-12-17 16:21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저희 친정 쪽에서는 제사를 따로 안지내는지라 처음에 혼자 제사 준비를 할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은 뭐, 고된것도 아니지요 ^^ 마흔도 되시기 전에 돌아가신 어머님이기 때문에 마음이 더 숙연해지더라구요.

울보님, 제가요? 에궁~ ^^ 새해엔 진짜 멋진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진주님, 실제로 시어머님 모시고 사신 분 앞에서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겠습니까 ^^ 무늬만이 아니라 정말 착한 며느리셨네요.

진주 2008-12-17 20:57   좋아요 0 | URL
'입원 면했다'라고 간단히 적었지만
실은 돌아가셔도 눈물 한 방울 나지 않고요..더 살으셨다면 내가 먼저 지쳐 죽었을거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지금까지도 전혀 그립지 않습니다. 주위에선 워낙 고부간에 사이좋고 살갑게 지낸다고 아들인 남편보다 제가 더 시어머님을 그리워할거라고 했지만...저 지금까지 전혀 어머님 그립지 않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1년 동안 정이 다 떨어졌던가봐요..아..그때 생각도 하기 싫다 ㅠㅠ

상미 2008-12-1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다린 아빠 많이 아껴주면서 살렴..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부모님을 여읜다고 생각하면 하늘이 쪼개지는 기분이 들거 같은데.
어린 나이에 엄마 잃고....

2008-12-17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18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08-12-18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뻐요, h님의 마음은.^^

bookJourney 2008-12-18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너무 고우세요.

hnine 2008-12-20 21:56   좋아요 0 | URL
...님, 어머님께서 외동따님이시군요. 제사 준비하는 동안 쓸쓸하시기도 하셨겠지만, 외할머님 생각을 더 많이 하실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셨을거예요. 돌아가신 후이지만 그래도 아직 어머님을 위해 뭔가 해드릴게 있구나 위안도 되고요. 오랜만에 사촌들 만나 신나게 놀던 다린이도 조금 아까, 새벽 1시가 되어 잠들었네요 ^^

L.SHIN님, 예쁠때도 가끔 있지요 ^^ 하지만 그렇지 못할때가 더 많은게 문제여요.

책세상님, 제 희망사항이랍니다. 비록 고운 얼굴은 못되어도 마음이라도 곱게 가지려고요 ^^ 아~ 직 멀었답니다 흑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