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올리는 아이의 사진을 보고 싶은 마음에 이 서재에 종종 방문하는 아이의 외숙모, 즉 나의 동생 처가 어느 날 그런다. 흰 가운 입고 실험실에서 일하는 모습만 연상이 되었었는데 여기 저기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놀랄 때가 있다고. 아마 내가 가끔 올리는 그림이나 사진등을 보고 하는 말이리라. 그러면서 하는 말, 아이와 지낸 알콩달콩한 얘기들, 자상하게 빵도 직접 구워 주는 얘기 등을 읽으면서 그야말로 아이에게 상냥하고 모범적인 엄마 이미지라고.
너무 뜻 밖이라는 듯 놀랄 일도 아니다. 내가 제3자가 되어 내 서재의 글들을 둘러 보더라도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너무 우울하고 갈피를 못잡을 때, 마음이 한참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때에는 글을 올리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그나마 마음이 조금 추스려 지고 정리가 되었을 때, 아니면 최소한 그러려고 하는 기미가 보일 때, 그때서야 뭔가 여기에 끄적거리기 시작한다.
나란 사람은 그다지 생기발랄, 늘 웃음 가득한,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오히려 늘 심각한 얼굴, 일정량의 고민은 늘 머리 속에 담고 사는 사람, 간단한 것도 복잡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 사람, 감정 기복이 심하고 자주 극단적 결론에 빠지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성향에 counteract 할 수 있는 그림도 보고, 사진도 찍고, 그것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도 끄적거려 보고, 음식도 만들고, 빵도 만들며 나를 업 시키려는 노력을 나름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 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남 부러울 게 없을 만큼 내가 많은 걸 가져서가 아니다. 내가 보는 어떤 사람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내 눈에 비친 모습이지, 그 사람 자체와는 별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다른 사람 눈에 드러나지 않는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고, 극복하고 싶은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하루 종일 어떤 일때문에 우울해하다가, 그래, 털고 일어나자, 이 세상엔 이보다 더 힘든 일도 꿋꿋하게 이겨내며 씩씩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다짐하며 서서히 추스리고 있는 중이다. 내 문제로 힘들 때도 있지만, 아이 일로 힘들 때에는 어느 책에서 읽은 대로, '충분해. 건강하게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너는 할 일 다 했어!' 아이에 대해 이런 생각도 해본다.

지금까지 청소도 못하고, 책상 위는 여기 저기 자료가 흩어져 있어,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아 참,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세수도 안했다 ㅋㅋ 이제서야 정신없는 집안 꼴, 후즐근한 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가 들어오기까지 약 1시간. 고고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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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8-11-26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고씽~!!

저는 가끔 속상하거나 화나는 일을 풀어놓긴 하는데요, 서재사람들이나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분들의 격려는 무척 힘이 되는데, 혹시나 정말 제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이 볼까봐 저어되더라구요...그건 두배의 괴로움이 되어 돌아오거든요^^

그나저나 사람들은 모두 두가지 이상의 자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 어느 부분을 보여주느냐, 혹은 들키느냐의 차이겠지요. !!!! 힘~!! 아참, 지금쯤은 세수는 하셨겠지요..ㅎㅎㅎ

hnine 2008-11-26 18:01   좋아요 0 | URL
저 이래서 서재 이웃분들이 모두 제 친구같고 때로 스승같고 그래요^^
그런데 혹시 저 위에 제가 어느 책에서 읽었다고 써놓은 말, 짐작이 가시지요 어느 책인지? ^^ ( 저 하양물감님 리뷰 읽었거든요.)

비로그인 2008-11-2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과는 같은 동네에 살아서 오다가다 차한잔씩 마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꼭 빵사진들에 혹해서 만은 아닙니다 ^^;)
감정을 한번 거르고 여기 글을 쓰신다니 때로는 감정의 배설과도 같은 블로그들이 산재하는 요즘에 그것도 참 좋아보입니다.
우울할만큼 우울해하고 그래도 새롭게, 또 새롭게 시작하는거겠지요.

hnine 2008-11-27 08:45   좋아요 0 | URL
Manci님 댓글에 제 마음 한켠이 아주 따땃~해져옵니다.
예, 우울한 것도, 그리고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는 것도, 모두 살아가는 일 아니겠습니까. 어제는 두문불출해서 몰랐는데 오늘 아침 한바퀴 돌고 오니 날씨가 생각만큼 그리 춥지는 않네요.

마노아 2008-11-2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건강한 우울'의 정서가 느껴져요. 우울하다는 건 마음이 아프다는 건데, 그런데도 어떤 '믿음'같은 게 느껴지는 감정의 바닥같아서요. 이 글이, 참 짠하게 다가와요.

hnine 2008-11-27 09:40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건강한 우울'이라 이름붙여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말 참 마음에 드는데요? ^^ 우울로 시작해도 결론은 우울로 끝내지 말아야겠지요. 저를 더욱 더 단단하고 여물게 만드시옵소서...이런 바램이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