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칠순을 맞으시는 엄마.
잔치는 절대로 안하시겠다는 말씀에 아버지와 함께 여행만 보내드리기로 하고 스페인 8박 9일 코스를 예약해놓은 것이 약 한달 전. 오늘이 그 출발일이다.

추석 때 가서 뵙고 오기는 했지만, 두분만 공항으로 가시게 하는 것에 영 마음이 안 좋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일러서 그 시간엔 공항 버스도 안 다닌다고 하여 택시 예약해드리고, 여행사 가이드가 모이라고 한 곳으로 알아서 찾아가셔야 하는데, 그래도 자식들이 보내드리는 여행이니 옆에서 모시고 가서, 게이트로 들어가시는 것 까지 보고 오면 참 좋으련만.

연세에 비해 정정하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칠십대 노인네 둘이서 커다란 짐가방 들고 어둑한 새벽길 나서시게 하는 것이 암만해도 마음이 참 그렇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엄마에게 전화해서  다시 한번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드렸다. 4시 50분에 택시를 예약했으니 이제 택시를 막 타셨겠구나.
'엄마, 함께 못 모시고 가서 죄송해요. 가셔서 구경 많이 하고 오세요. 박물관 대학에서 배우신 것 직접 눈으로 복습도 하시고요 ^^'

건강하게 잘 다녀오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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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8-09-19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두분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실거예요......

2008-09-19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8-09-19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이 함께 하는 스페인 여행이라니, 참 금사합니다. 함께 하지 못한 마음이 짠해요. 그래도 그 마음까지 다 알아주실 분들이지요.

하늘바람 2008-09-19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부럽습니다
전 아마도 그렇게 못해드릴것같아서요.
정말 부럽네요
두분 건강하게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hnine 2008-09-19 14:23   좋아요 0 | URL
하양물감님, 여행 마치고 오신 다음 날 가서 뵙기로 했는데 그날이 기다려져요. 얘기보따리 풀러 놓으실 그 날이요 ^^

속삭이신 천사님~ 한때 그렇게 엄하시던 부모님께서 나이 들어가시는게 느껴질 때 가슴이 먹먹해지곤 해요.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이 자식 생각하는 것에 비교나 되겠어요. 예~ 마음 놓고 있겠습니다 ^^

마노아님, 여행도 안가겠다고 우기시는걸 제가 거의 독불장군처럼 밀고나가 성사된것이랍니다. 저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텐데 동생들이 둘이나 있어 함께 힘을 모았지요. 스페인 한 나라만 8박9일이니, 스페인이 참 크긴 큰 나라인가봐요 ^^

하늘바람님, 저도 오랫동안 저금했어요 ㅋㅋ ^^
말씀대로 건강하게만 잘 다녀오시면 좋겠네요. 부모님, 특히 엄마께서 나이가 드시니 엄마의 인생에 대해 가끔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엄마가 뿔났다"에서 엄마가 딸들에게 그러잖아요, 너희가 언제 엄마의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본 적이 있냐고요. 내 엄마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인생이요.
여행 무사히 다녀오시길 바래주시니 감사드려요 ^^

bookJourney 2008-09-1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이야 늘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겠지만 ... 두 분이 함께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신다니 정말 멋지세요~. 어머님의 칠순 축하 드리고, 오래오래 부모님과 함께 하실 수 있기를 빕니다.

hnine 2008-09-19 17:57   좋아요 0 | URL
책세상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여러분들께서 축하해주셨다고 어머니 여행에서 돌아오시면 말씀드려야겠어요 ^^

2008-09-20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9-20 12:21   좋아요 0 | URL
부모님께서 자식들에게 해주신 것에는 비할 바가 못되겠지만, 이렇게 가끔이라도 뭔가 해드릴수 있는 시간과 건강을 주셔서 그것도 자식들이 부모님께 감사드릴 일이겠지요.
무탈한 여행 되시길 기원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부모님을 여의신 분들께는 괜한 글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