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친, 엄마

 


한달 전에 돌아간 엄마 옷을 걸치고 시장에 간다

엄마의 팔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팔을 꿰고

엄마의 목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목을 꿰고

엄마의 다리가 들어갔던 구멍에 내 다리를 꿰고, 나는

엄마가 된다

걸을 때마다 펄렁펄렁

엄마 냄새가 풍긴다

-엄마……

-다 늙은 것이 엄마는 무슨……

걸친 엄마가 눈을 흘긴다

- 이 경림(19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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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6-2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여전히 참 애틋한 단어지요.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아이들 기말고사 시험공부하게 하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습니다.

hnine 2008-06-22 16:45   좋아요 0 | URL
다린이는 할머니댁에 갔고, 남편은 결혼식 갔고,
저는 채점하느라 하루 종일 답안지만 보고 있네요.
오늘만 100명분도 더 했는데, 앞으로도 잔뜩 쌓여있어요. 다린이 오기 전에 다할려고하는데 아무래도 다 못할 것 같네요.
초등학교는 이제 기말고사 시험기간이군요. 빨리 시험이 끝나야할텐데~ ^^

비로그인 2008-06-23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를 낳고 나서 기억이 무뎌졌어.'
'그래, 난 셋 밖에 안낳아서 기억이 아주 생생하다'
'난 최근 일이라 그래. 엄마도 하나 더 낳아봐'
'여기서 어떻게 또 낳냐!!!'
소리를 꽥 지르기도, 다 늙은 것이 엄마는 무슨..이라고 흘기기도 하고. 엄마와 딸은 참 이상해요.이상스럽게 좋아요.

hnine 2008-06-29 07:19   좋아요 0 | URL
Jude님, 그렇게 실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가 좋은거죠. 저도 엄마와 지금도 옥신각신, 잘 해요. 그런데 제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제가 더 우기고 엄마가 많이 져주시네요. 그러면 안되는데...
위의 시는 그런 엄마가 세상을 뜨고 나서 쓴 시라서 더 찡 한것 같아요.
그건 그렇고, '엄마'라는 자리가 힘들긴 해도, 행복하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