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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1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징코프에게
나는 이제 너의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사실은 훨씬 전부터 너와 비슷한 아이를 하나 알고 있었지.
징코프. 누군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길 늘 기다리고 있는 너.
윌로우 가의 헤어진 동생을 삼십년째 기다리며 사는 할아버지의 그 기다림을 안타까워했던 너. 네 자신이 기다림이라는 것을 이 세상에서 제일 못견뎌 했으면서도 말이다.
네가 기다리는 것은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었던거지?
그런데, 알고 있는지.
네가 바로 네 주위를 밝고 따뜻하게 밝혀주는 손난로 같은 존재라는 것을.
축구 시합에서 트로피를 타지 못한 것을 못내 서운해하는 친구 앤드류를 위해, 슬쩍 뒷문 밖에 네가 받은 트로피를 두고 집으로 들어왔지. 너도 그토록 자랑스러워한 트로피를 말야. 어떻게 그럴 생각을 했니? 그 트로피보다 친한 친구 얼굴의 그늘을 보는 것이 더 마음 아팠던거지? 친구가 좋아할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트로피보다 더 너를 행복하게 했던거지?
건강상 문제로 인해 넌 심심찮게 토를 하곤 했지. 담임선생님이신 비즈웰선생님이 애지중지하는 칠판 지우개에 실수로 토를 하는 일이 있자 불같이 화가 난 선생님은 너에게 당장 나가라고 하시며 다시는 학교로 돌아오지 말라고 까지 하셨지. 나중에 교장선생님이 아시고는 선생님께서 미안하다고 하시기는 했지만, 대신 너에게 노란 플라스틱 양동이를 사주시고는 항상 그것을 가지고 다니다가 그 안에만 토를 하라고 하셨어. 마음이 상했을수도 있었을텐데 징코프 너는 그 노란 양동이 안에 토하는 대신 예쁜 돌멩이와 색유리 조각을 담는 용도로 썼지 않니. 너란 아이는 그런 아이란다. 알고 있니? 네게 주어진 것을 예쁜 돌멩이와 색유리로 채울줄 아는 그런 아이.
집을 잃은 꼬마 여자 아이 클라우디아를 찾아 헤매느라 눈 오는 날 새벽 1시가 되도록 골목을 헤메다 간신히 제설차 아저씨에게 구조된 너를 바라보는 너의 엄마 얼굴이 왜 기쁨과 슬픔이 번갈아 왔다갔다 요술을 부렸는지 이젠 알겠니?
축구팀 주장에게 이름이 맨 나중까지 불리지 않고 남겨져도 풀이 죽지 않을 수 있는 너, 아빠처럼 우체부가 되어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뭐!"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너에게 친구가 되어달라고 청해도 될까?
너는 정말 친구로 곁에 늘 두고 싶은 아이거든. 너랑 친구가 되어 너의 마음을 닮아 가고 싶어.
이 책의 제목처럼 너는 절대로 '문제아'가 아니란다. 너처럼 될수 없는, 너를 문제아로 부르는 많은 어른들이 바로 문제어른들임을 알려주고 싶어.
지금처럼 밝고 꿋꿋하게, 그렇게 너만의 파란 세상을 펼쳐 나가렴.
만나서 반가왔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