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도 코를 훌쩍거리다가 눈이 떠졌다. 방문을 열고 나와 시계를 보니 2시 20분. 어제 밤에 11시 좀 넘어서 잠이 든 것 같은데, 심하군...4시만 되었어도 좋을걸.

우연히 어느 분 블로그에 들어가게 되어 실컷 구경하고 나오고,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다시 듣기로 들으며 책상에 앉아 해야할 일을 좀 했다. 4시가 되는 것을 보고 사과먹고 커피 마시고, 다시 책상에 앉았다. 밖에서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이그...이 상황에 비라니. 이 상황이란 몸이 으슬으슬한 상황이다. 우리 집은 아파트 1층이서어 겨울이 되면 무지 추운데, 온풍기를 틀어보니 고장이 났는지 아예 전원도 들어오질 않는다. 할수 없이 위에는 스웨터 하나 걸치고 무릎에는 얇은 이불 하나 덮고 앉아 있으려니, 고등학교 때 난방 시원찮던 추운 우리 집에서 완전 무장하고 앉아 시험 공부할 때 생각이 난다.

어제밤 아이를 재우려고 누웠을 때 전화가 오는 소리가 들려 받아보니 다음 주 결혼을 하는 친구였다. 내 나이 또래의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중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데 그 친구는 임자를 늦게 찾아 이제 결혼한다. 그런데 결혼을 앞두고 여러 가지 심난한 얘기들을 털어 놓는다. 그 친구를 위로해주려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또 결국 내가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하지 않던 얘기를 들려준다. 누구한테도 하지 않고, 누구한테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얘기를, 난 이런 상황에서, 친구 마음을 달래준답시고 하나 하나 풀어놓는다. 잘 하는 짓인가? 밧데리가 다 나갈때까지 전화를 하고 방에 들어가보니 아이는 혼자서 잠들어 있다. 내일은 학교에 안 가도 되는 날이니 밤 새도 되는 날이라고 좋아하더니. 밤 새면서 뭐 할건데? 물었더니 엄마랑 놀거란다. 샤워하고 머리까지 드라이로 말려주고 나서인지 아주 편하게 잠들어 있다. 내일 엄마랑 많이 놀자. 앗, 이제 오늘이구나. 오늘 아이랑 많이 놀아주려면 지금 하던것 빨리 마무리 지어야겠다. 총총...

(한마디 더, 친구야. 내가 생각하는 결혼 생활이란 말이다. 외로울 때 위로가 되고 힘들 때 의지가 되는 그런 것이라기보다, 물론 그런 면도 있긴 하지만, 나로 하여금 인간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주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단다. 아프지 않고는 성장하기 힘든 거, 알지? 내일 함 들어온다며 지금쯤 푹 잘 자고 있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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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7-11-24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게 아니 일찍 일어난 동지로 반갑네요~.^^;;;
지금 비가 오나요???둔해서 몰랐네요, 아님 주문에 열을 올리느라 몰랐는지...
저희 집은 난방이 그럭저럭되는데도 개별난방이라 난방비 아낀다고 저도 지금
털스웨터에 이불 무릅에 덮고 슬리퍼 신고서 글 올려욤~.ㅎㅎㅎ
새벽의 경치라고 해얄지...ㅎㅎ

저두 님처럼 다른 사람을 위로, 내지는 뭐 그러다가 제 얘기만 실컷하는 케이스에요~.^^;;;
것두 반갑네요,,,이 새젹 님 덕분에 외롭지 않아 좋아요~.
가끔 이렇게 좋은분을 예기치 못한 시각에 만나는 것도 기쁨이 되는군요~.
오늘 아이와 놀아 주시려면 얼렁 주무세요~~.

hnine 2007-11-24 06:20   좋아요 0 | URL
저랑 비슷한 복장을 하시고 컴퓨터 앞에 앉아계시는 나비님을 상상하며 쓰옵니다 ^^ 이제 조금씩 히터가 들어오기 시작하네요.
벌써 레슨 다니기 시작하셨나봐요. 희망이 봐주실 분을 구하셨나요?
희망이, 희망이, 부르는 사람에게도 희망을 주는 것 같은 이름이어요.
오늘도 소중한 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미즈행복 2007-11-2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렌트비와 전기세만 냅니다. 난방비를 안내요. 그래서인지 한국정부가 주장하는 실내온도 18도를 너무 잘 지켜요. 한국도 아닌데... 저는 집에서 내복, 목폴라, 조끼까지 입고도 머플러 감고 거위털 이불 덮고 잡니다. 애들은 런닝셔츠, 내복, 티셔츠, 조끼입고 이불덮고 자고요. 80년 된 아파트라 라지에터가 있는데 내일 죽을 노인네 숨소리만큼만 바람이 나와요. 고장 아니냐고 관리인을 불렀더니 고장 아니라고, 실외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온풍의 양이 조절되어 나온다면서 자기는 이런 온도에는 반팔 옷을 입고 산다고 큰소리 치더군요. 땀이 난다면서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그 사람이 이상한 건가요? 저도 한국서 개별난방이라 난방비 아낀다고 낮에는 안틀고 저녁에만 틀고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흑흑...

hnine 2007-11-24 13:38   좋아요 0 | URL
미즈행복님 계신 곳도 겨울나기가 만만치 않은 곳이군요. 한국 사람들은 그저 따뜻한 훈기 속에서 마음도 안정을 찾는데 말이어요. 영국도 그렇더군요. 실내에서 스웨터에 털양말에...추워서 아주 혼났던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