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rmacy (약국) 에 대한 메모



헨리 키터리지가 약국 점원 드니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묘사한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He pictured everything through Denise's eyes, and thought the beauty must be an assault.

(그는 모든 것을 드니즈의 눈을 통해 그려보았고 그 아름다움은 분명 하나의 공격일거라고 생각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드니즈가 넋이 나간듯 마음을 못추스리고 있자 헨리 키터리지는 드니즈 마음에 위로가 될까 해서 약국에 아기고양이를 데려온다. 드니즈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매우 좋아한다.

He felt immensely pleased.

(그는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몹시 기뻤다.)

좋아하는 드니즈를 보고 흡족해하는 헨리 키터리지. 


이런 감정은 뭘까. 사랑과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은 이런 감정. 더 따뜻하고 잘 안 변할 것 같고 사랑보다 더 안심이 되는 이런 감정.


5쪽에서 29쪽에 걸친 Pharmacy 전체 중 가장 난해하면서도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생각되어 여러번 읽어야 했던 곳은 맨 마지막 문단이었다.

How could he ever tell her - he could not - that all these years of feeling guilty about Denise have carried with them the kernel of still having her?

(그가 오랫동안 느껴온 드니즈에 대한 죄책감은 사실은 아직도 그녀를 자기 안에 붙잡고 있다는 증거의 씨앗이다. 이걸 그녀에게 말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He cannot even bear this thought, and in a moment it will be gone, dissmissed as not true. 

(헨리 키터리지는 이런 생각을 품고 있을 수 없었고 곧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해버렸다.)

For who could bear to think of himself this way, as a man deflated by the good fortune of others? No, such a thing is ludicrous.

(세상에 누가 헨리 키터리지가 이런 인간이라고 생각이나 하겠느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잘되는 것을 보고 위축되는 그런 사람이라고 말이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헨리 키터리지의 성격, 그리고 더 나아가 그가 사는 방식을 제대로 잘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생각된다. 그는 죄책감의 형태로 여전히 사랑이란 감정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면 자아가 무너진다는 생각에 스스로 그걸 부정하고자 한다. 헨리는 스스로 the man deflated by the good fortune of others 가 되고 싶지 않고, 되면 안되는 것이었다. 

 

상당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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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2-08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 원서를 읽으시다니 참 대단하시네요.그런데 쓰신글을 보면 일종의 로맨스 소설같은 느낌이 드는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hnine 2026-02-08 17:03   좋아요 0 | URL
이 책을 같이 읽으실 분들이 알라딘 서재에 있으시기에 시작할 수 있었지, 자발적으로 원서를 찾아 읽는 타입은 아니랍니다 ^^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라기 보다,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50대 여성과 그의 남편, 그리고 주위 인물들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소설이라고 보여요. 삶의 대부분은 견디는 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메시지랄까요. 퓰리처 상 수상작이랍니다.

다락방 2026-02-0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번역본으로 읽었을 때 헨리와 드니즈가 나눈 그 감정을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아마도 아이스크림 에피소드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둘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던가 하는 장면이요.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 같아서, 올리브 키터리지를 원서로 읽는 것은 큰 기쁨일거라고 나름 짐작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오늘 나인 님의 이 페이퍼를 보니,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아요. 특히 오늘 인용하신 문장들은, 번역본 없으면 저 스스로는 해석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hnine 2026-02-08 17:00   좋아요 0 | URL
드니즈와 헨리 사이에 공통점이 많지요. 헨리와 올리브 사이에 공통점이 별로 없는 것과 대조적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부부로서 더 어울리는 것은 (연인이 아니라 부부) 헨리와 올리브의 경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이 책을 번역본으로 읽을 당시만 해도 그런 생각을 별로 못했는데 그동안 나이가 좀 더 들면서 생각이 바뀌어가나봐요.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관계요.
다락방님, 저는 처음 부터 어려울거라 각오하고 시작했어요. 잘 모르는 곳은 인터넷도 뒤지고 chatGTP 도움도 받아가면서 떠듬떠듬 읽어요. 그리고 올리브 키터리지는 youtube에도 참고 영상이 많이 올라와있어서 그것도 참고를 많이 하고요. 원서로 읽으니 속도는 느려도 훨씬 더 꼼꼼하게 읽게 되는 것 같네요.
그런데 제가 이 책 번역본을 2019년엔가 분명히 읽고 다른 사람에게도 많이 권했는데, 세상에, 지금 그 내용이 거의 생각이 안나는거있지요. 처음 읽는 것처럼 읽고 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