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일간지엔 토요일마다 '책과 세상' 섹션이 실린다.
그 중 하나, 신이인 시인이 다른 시인의 시집을 소개하는 란에 오늘은 김이듬 시인의 시집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가 소개되었다.
김이듬 시인의 열번째 시집이라는데, 나는 처음 읽는다.
머잖은 나의 미래가 극으로 상연되고 있다
편지 써도 부칠 데 없겠지
시를 써도 발표할 데 없겠지
여기 와인은 다 가벼워요 따뜻한 지방에서 성장한 포도는 맛이 깊지 않아
나는 노인이 따라 주는 와인을 받아 마신다 테이블 아래와 찢어진 소파 속까지 세찬 빗줄기 들이찬다
(김이듬 시인의 시 '막간극과 분리불안')
그런데, 김이듬 시인의 시집을 소개하고 있는 신이인 시인의 글도 한번 읽고 가기엔 서운하다.
쓴다는 것은 원체 사서 외로운 것이며 사서 고민하는 것이라고, 나직하게 진실을 알려주는 듯한 시행을 읽으면 삶도 문학도 편안하게만 느껴진다.
시를 쓰면 정말로 걱정할 일이 없다. 앞날이 밝으면 다행스럽고 어두우면 쓰기 좋겠다. 그뿐이겠다. 김이듬 시인은 밝으나 어두우나 매일의 풍광으로 부터 얻는 사유를 산책하듯 받아 적는다. 잠잠한 날도 있고 격정적인 날도 있으나 그대로 쓰며 지나오면 그뿐이라고 보여 주는 것만 같다. 지혜와 위로가 담긴 선배의 보법이다. (신이인 시인의 글)
이런 소개글을 읽고 어찌 김이듬 시인의 시집을 지나칠 수 있으랴.
반드시 어둠에서 명작이 건져올려진다는 법은 없으나 긴 밤을 버틴 글은 유독 빛나게 읽힌다. 그 사실을 느끼게 되면서부터 깜깜해 보이는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신이인 시인의 글)
새해 첫 주문을 김이듬 시인의 시집으로 하며, 난 이렇게 밤이 긴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듯한 글을 주워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