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엔 엄마를 더 찾는 것 같아도
아이는 아빠를 무척 좋아한다.
내가 저녁식사 준비하는 기미가 보인다 싶으면 벌써 아빠에게 전화해도 되냐고 내게 물어본다.
언제 오냐고 전화를 걸어서는 혹시나 지금 가고 있는 중이라거나, 막 출발하려고 한다는 말을 들으면 아이는 얏호! 소리를 지른다.
집이 1층인 관계로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기척이 모두 들리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진 않아도 아빠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이 있는지 느닷없이 밖을 향해서 "아빠야?" 외칠 때도 있다.
보통은 11시나 되어야 잠자리에 들던 아이가 요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관계로 저녁 9시만 되면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아빠를 못 보고 잠 드는 날이 많았다. 그게 남편도 많이 아쉬웠는지 어제 토요일엔 퇴근하여 들어오자 마자 갑자기 예정에도 없던 바닷가 갯벌체험엘 가자고 했다.
그래서 오늘 일요일 다녀온 곳, 집에서 두시간 거리 충남 서천군 바닷가이다.

더울 땐 집에서 꼼짝하기 싫어하는 나는 사실 별로 내키지 않았으나 말없이 따라나서 아이와 조개캐는 흉내를 내었다. 휴가철이 거의 끝나가는 갯벌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길도 안 막히고 예정보다 일찍 집에 돌아오는 길, 부여의 능산리 고분터에 들렀다가 내가 좋아하는 꽃을 보고 사진에 담았다. 수레국화인지 구절초인지, 늘 헷갈리는 이 꽃.

일기쓰기를 마친 아이를 재우려고 누웠는데 아이가 아까 바닷가에서 우리가 조개캐는 갈고리도 빌리고 나중에 새우깡을 사기도 했던 그 구멍가게의 빨간 옷 입은 아저씨가 생각난단다. 연세도 꽤 있으신데, 귀도 어두우시고 셈도 잘 못하시던 아저씨였다. 나도 어릴때 자려고 누우면 문득 낮에 본 방문판매 아주머니라던지, 좀전에 멍개떡 사라고 외치며 지나간 아저씨 등이 떠오르며, 많이 못 팔았으면 어떻하나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고추잠자리가 눈에 많이 뜨이고, 오늘 새벽에 보니 해가 그새 조금 짧아졌다. 5시면 벌써 제법 훤하던 것이, 지금은 아직도 어둑한걸 보니.
더위에 맥을 못추다 보니, 선풍기 켜지 않고도 선들한 이 새벽 시간이 너무도 감사하고 좋아서 요즘 매일 이렇게 늦게까지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