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공부 -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며 얻어낸 진한 삶의 가치들
양순자 지음, 박용인 그림 / 가디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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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른공부)에도 내용이 거의 드러나는 듯 하고 저자 이름 (양순자) 도 평범하여 그냥 지나칠 뻔 했다. 저자 이름이 아무래도 익숙하여 소개글을 보니 오래전에 이분의 <인생 9단> 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찾아보니 무려 2007년. 15년 전이다.

사형수 교화의원으로 일하며 체험담을 입말체로 쓴 책인데, 독특한 직업을 가지면서 겪은 일들이라서 그런지 표현이 문학적이지 않고 자극적인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에 와닿았던 기억이 난다.






이 책 <어른공부>는 2012년에 나온 것을 올해 개정판으로 다시 낸 것이다.

그러는 사이 2014년, 73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음을 알게 되었다. 대장암 판정 4년 만이었는데 두번 항암 치료가 전부, 더 이상의 치료를 포기하고 죽음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셨다고 한다.

사형수들의 교화위원으로 일한 30년 체험얘기가 대부분, 자신이 겪은 대장암 얘기가 조금 들어가있을 뿐이다. 책 마지막에는 딸들에게 남긴 유서 내용이 나와있다. 명단에 적힌 23명에게만 연락하라, 사망 바로 다음날 화장하고 조의금은 받지 마라, 수의를 따로 입히지 마라, 제사 지내지 마라 등의 내용이다. 그걸 보고 딸들은 얼마나 울었을까.

죽음을 목전에 두고 하루 하루 긴장하며 살아가는 사형수들의 삶을 수십년 봐왔기 때문일까. 

유서가 딸들에게 남긴 편지라면 그 뒤에는 자신을 치료해준 두 사람의 의사에게 각각 편지를 남겼다. 

이분의 말씀처럼 사람은 죽음 앞에서 생의 의미를 깨닫게 되나보다. 그걸 자기 생에 적용시키기엔 이미 늦었으니 다음 사람들이라도 참고하라고 이렇게 글로 남기고가나보다.

오랫동안 생각하고 공부하여 깨우치게 된것을 글로 남긴 것들도 읽으면서도 감동을 받지만 이렇게 직접 겪고 살아내어 알게 된 것들을 읽으면서는 나 역시 그 감동이 머리로만 들어오지 않고 마음 속으로도 들어오는 느낌이다.


어떤 아이는 비싼 장난감이 없어도 보채는 일 없이 혼자서 고물고물 잘 놀아. 어떤 아이는 산더미같이 쌓인 장난감 속에서도 보채고 칭얼거리며 저 혼자 노는 일이 없어서 엄마를 힘들게 해.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야. 어른이 돼도 혼자 못 놀고 다른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어.

(55쪽, '어른도 고물고물 혼자 잘 놀아야 예쁘다' 중에서)

맞다. 어른 중에 그런 사람 많다.


종교는 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복 받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지. 세상 어디에도 기적은 없어.

(177쪽,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어' 중에서)

본인은 기독교인이었지만 구한다고 기도만 하면 다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절규하듯 매달리고, 전도하는 사람은 한술 더 떠 구하는 대로 된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무엇을 얻기 위한 믿음으로는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으며, 구하는 것은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을 저자는 어른공부라고 부른 것이리라. 따로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 학교도 따로 없다. 이 공부는 정말 잘 하고 싶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2022년 개정판이 2012년 구판과 다른 점은 아마 화사한 그림이 들어가 있다는 것 같은데, 그림을 그린 박용인 님이 양순자 할머님의 사위되시는 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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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1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어른이 되고싶다고 늘 생각만 하면서 현실은 못따라가는거 같아 속상할때가 많네요. 이런 책의 어른들을 보면 나이가 든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수 있을거 같아요.

hnine 2022-11-16 20:00   좋아요 1 | URL
좋은 어른 보면 저절로 닮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따라하기란 어렵단말이죠 ^^
우선 다른 것보다도 나를 드러내는 것은 줄이고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사시는 분들 중에 좋은 어른 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분은 실제 옆에서 보면 매우 깐깐한 분이셨을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대쪽같은 그런 성격이 글에서 보이거든요. 그런데 그게 자기를 위함이 아니라는게 보통 사람들과 다른 것 같아요.

호우 2022-11-27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먹는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느낍니다. 제대로 살고 삶에서 배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늘 바랍니다. 양순자님은 꼭 그런 분이셨네요

hnine 2022-11-29 17:14   좋아요 0 | URL
네, 그렇더라고요. 그냥 어른이 되는 것 아니고, 그냥 행복해지는 때가 오는 것도 아니고요.
양순자님, 살아생전에도 대단하시다 생각했는데 마지만 가시는 순간까지 그러셨더군요.
이제 이분의 책을 못볼 생각하니 아쉬워요. 교화위원 일은 누군가 대신 하시고 계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