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눈에 안보이는 사랑

그것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생각할때면

나는 언제나

박형진 시인의 시 <사랑>

그 시 속에서 답을 찾아왔다.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길을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있음의 제 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잎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 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저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







사랑에 대해 얘기할때

저 시 이상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새벽

그에 버금하는 또 다른 시 한편을 만났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 베르톨트 브레히트 -




정신 차리고 길을 걷게 하는 것

정신 차리고 계속 살아갈 힘을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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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22-11-10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떨어지는 낙엽에라도 다칠세라 몸조심해라.‘ 퇴직 앞둔 공무원들이 하는 말이에요. 순전히 졔몸사리는 이기적인 생각이지요. 근데 저 말이 굉장히 의미심장 하게 다가와요. 아차하면 한순간에 날아가는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거든요.
그냥 떠오르는 생각입니다^^

hnine 2022-11-10 21:50   좋아요 0 | URL
아차하면 한순간에 날아갈수 있다... 글로 읽어도 바짝 긴장이 되는걸요. 직접 그 상황을 지나고 있는 당사자라면 더 그렇겠지요.
긴장 풀고 대충 살자 하고 있다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그 한마디, 누군가에게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자각에 정신 차리고 살게 되는 그런 사랑. 이런 힘을 주는 사랑이라면 절대 놓치면 안될것 같아요.

호우 2022-11-10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 차리고 계속 걷는 것, 계속 살아가는 것. 이 마음이 사랑이로군요. 그저 버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랑이었다니. 마음이 조금 따뜻해집니다. 박형진 시인의 시도 좋군요. 시인은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른 거 같습니다.

hnine 2022-11-10 21:52   좋아요 1 | URL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모든 경우 그렇지는 않겠지요. 때로 파괴적이고 무책임한 사랑도 있으니까요.
박형진 시인의 시, 좋지요? 사랑 그 이상의, 물아의 세계를 말하고 있다는 생각에 제가 참 좋아하는 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