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외국어 하기 딱 좋은 나이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양지연 옮김 / 사계절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균 수명이 늘어나 100세 수명 운운하는 때에 살면서, 60세에 무엇을 새로 시작하는 것을 유별나게 볼 일은 아니다. 나이를 핑계 삼아 새로 배우기에 너무 늦었다는 말도 섣불리 하지 말아야 한다. 나이보다는 의지력의 문제이고 용기가 부족한 것을 나이를 앞세워 핑계삼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나이 든 할머니가 60세에 외국어를 공부하는 분투기 쯤으로 보고, 노년을 저렇게 생기 발랄하게 보낼 수도 있구나 정도로 가볍게 보면 오산일수 있다. 이분은 와세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현재 와세다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일본어를 영어로 번역한 여러 권의 번역서를 낸 바 있는 전문번역인이기도 하다. 미국 문학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영어 속에 침투해있는 스페인어의 흔적을 무시할 수 없었고 다양한 언어를 해 보고 싶다는 순수 동기도 작용하여 우선은 일본 자국내에서 NHK 라디오 어학강좌로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자꾸 미루게 되고 진척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7년부터 스페인어가 쓰이고 있는 현장을 답사해보고 싶은 마음에 멕시코, 쿠바 등을 여행하기 시작했으며, 2010년에는 드디어 멕시코에서 열 달 머무를 기회가 생겼는데, 어학 연수와 홈스테이를 함께 할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고 일년도 아니고 일주일 단위로 등록할 수 있는 편리성이 있다는 것에 이끌려 마침내 스페인어가 사용되고 있는 나라에서 스페인어 배우기를 시작하게 된다. 멕시코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과달라하라 (Guadalajara) 에서였다. 30대인 1980년대 중반에 스페인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이후로 30년 후 나이 60세때 일이다. 

이 책은 어렵게 쓰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신변잡기나 여행기 정도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학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답게 미국 영어에 스페인어가 많이 들어와 쓰이고 있게 된 배경, 그러자니 미국과 스페인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해놓았고 멕시코에서 사용하고 있는 스페인어와 스페인에서 사용하고 있는 스페인어가 어떻게 다른지, 왜 다르게 되었는지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놓았다. 역시 한 나라의 언어는 역사이고 문화이고 정체성이라고 하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진지하게 스페인어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으나 관광차 왔다가 머무는 동안 스페인어도 한번 배워볼까 하여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보고 나도 놀랐다. 그래서 수업 기간도 1주일 단위로 적용하는 학원이 많은 것이다. 형편에 맞는 기간 만큼 배우고 가면 되고, 원하면 나중에 또 와서 연계해서 더 배울 수도 있다. 이건 일종의 관광상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어라고 하니까 우리는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먼저 떠올리지만 전세계에서 스페인어 사용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로 1위는 멕시코, 2위가 미국, 3위가 스페인이라고 한다. 스페인어는 스페인 이외의 국가에서, 즉 미국과 중남미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는 것이다 (참고로 4위는 콜롬비아). 

멕시코의 국경일로 독립기념일이 있는데, 어디로부터의 독립일까? 바로 스페인이다. 2만년에 걸친 멕시코 역사의 대부분은 과거 아시아 대륙에서 건너온 사람들, 즉 인디오의 역사이고 이들은 마야, 아즈텍 이라는 고도의 문명까지 발전시켰던 민족이다. 1521년 스페인이 아즈텍제국을 정복하면서 토착민 세계는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다. 그러다가 1821년에 스페인에서 독립하였지만 과거 인디오들이 다시 멕시코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현재, 멕시코 국민의 80%가 인디오와 스페인인의 혼혈이라고 한다.

멕시코의 스페인어가 스페인의 스페인어보다 문법적으로 조금 더 단순화되어 있다는 것은 나도 스페인어 공부를 어줍잖게 나마 해오면서 알고 있던 것이다. 나야말로 아무 특별한 목적없이 어느 날 스마트폰에 앱 하나 다운 받고 혼자서 스페인어를 연습해온지 1년이 좀 넘었다. 아마 이 책도 그래서 더 눈에 들어왔는지 모른다.

저자가 멕시코에서 홈스테이하던 집 주인에게 나처럼 나이 많은 학생을 받은 건 처음 아니냐고 묻자, 이전에 80살 노부부가 온 적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직 50대인 나는 배우고 싶은 것만 있으면 된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고, 떠나지 못하게 발목 잡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사서 걱정을 하자면, 배우고 싶은 것이 없어질까봐, 그것이다. 그건 시간 없어서, 돈 없어서 못 배우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일테니까.










제목 Cielito Lindo. 예쁜 연인이라는 뜻.
스페인어를 몰라도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멕시코 노래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ama 2022-11-09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테말라의 안티구아는 여행자들이 일정기간 머무르면서 스페인어를 배우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요. 저도 찍어둔 곳인데 언제 갈런지요. 다리도 아파오는데...

hnine 2022-11-09 19:35   좋아요 0 | URL
어학연수가 마치 관광상품처럼 되어 있다는 인상이 드네요. 나쁘지 않죠.
nama님도 배우고 싶은게 많으실 것 같아요. 절반 정도 계획도 가지고 계시고요.
말씀하신대로 제일 문제가 될 것은 건강일텐데, 꾸준히 관리하고, 필요하면 치료받고, 그러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scott 2022-11-0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재밌을것 같네요
전 브라질 포루투갈어로 배웠는데 리스본에 가니 독일어처럼 들렸어요
스페인어는 정통으로 배워서 칠레 아르헨티나에서 쓰이는 어휘나 어법이 달라서 놀랬습니다
언어는 현지에서 부딪치면서 배우는게 가장좋지만 요즘은 팟캐스트 어학공부 틈틈이 해도
좋죠 ^^

hnine 2022-11-09 19:38   좋아요 0 | URL
제목이 좀 장난스럽다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는 학구열도 높고 연수 프로그램이 어떠하든 본인은 제대로 잘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분이었어요. 완벽주의 기질도 있어보이고요.
스페인의 스페인어보다 멕시코의 스페인어가 16% 더 저렴하다는 (더 쉽다는) 말이 본문 중에 나오더군요. 멕시코에서 배우길 잘 했다면서요.
요즘은 말씀하신 팟캐스트도 있고 앱이 좋은게 많아서 심지어 제가 제대로 발음을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도 체크해주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