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한때 귀한 향 피워
이승의 인간들 마음을 흔들었지
소리없는 부름을 어떻게 듣고
때로는 저승의 영혼들도 나와 흘끗거렸어
천 삼백년 전 어느 날
세상이 시끄러워지고
타오르는 불길 속에 휩싸이던 날
누군가 나를 들고 뛰어나가
물동이 진흙속에 급히 던졌어
깜깜한 진흙속에서 숨죽여
기다렸다네
다시 세상을 볼 수 있을까
향을 피울수 있을까
진흙탕 물 속에서 나는
녹지도 썩지도 않고 버텼네
천 삼백년을
다시 향을 피울 수 있을까
국립부여박물관 소재 백제 금동 대향로국보 287호1993년 12월 백제 부여능산리사지 출토
국립부여박물관 소재 백제 금동 대향로
국보 287호
1993년 12월 백제 부여능산리사지 출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