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한때 귀한 향 피워

이승의 인간들 마음을 흔들었지

소리없는 부름을 어떻게 듣고

때로는 저승의 영혼들도 나와 흘끗거렸어



천 삼백년 전 어느 날

세상이 시끄러워지고

타오르는 불길 속에 휩싸이던 날

누군가 나를 들고 뛰어나가

물동이 진흙속에 급히 던졌어



깜깜한 진흙속에서 숨죽여

기다렸다네

다시 세상을 볼 수 있을까

향을 피울수 있을까

진흙탕 물 속에서 나는

녹지도 썩지도 않고 버텼네

천 삼백년을

다시 세상을 볼 수 있을까

다시 향을 피울 수 있을까



































국립부여박물관 소재 백제 금동 대향로

국보 287호

1993년 12월 백제 부여능산리사지 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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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1-23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여박물관 가 본 지 몇 년 되었어요.
백제 대향로 다시 봐도 아름답네요
님이 쓰신 시도 아름다워요.

hnine 2021-11-24 06:40   좋아요 1 | URL
경주, 서울, 심지어 공주 국립 박물관에 비해 아주 소박하지요.
그럼에도 백제 대향로는 자기 방이 따로 있어요 ^^
볼 때 마다 잠시 ˝얼음!˝ 이 되어 동작 그만하고 멈춰 보게 되지요. 너무 아름다와요.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마치 생명있는 것을 대하는 듯 의인화 시켜 보기도하고 그래요.
부여박물관 가보신 분 많지 않은데 프레이야님 다녀오셨군요. 바로 옆에 정림사지 석탑도 있는데, 멀리서 봐도 그 비례 자체가 아름다움이더라고요.

scott 2021-11-2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아름다운 자태!
지금이라도 봉황새가 날개짓을 할 것 같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도 이런 세공 기술로 만든 화로가 있었는데
부여는 분명 그 시절 국제적인 도시국가 였을 것 같습니다!


21세기 기술로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에이치 나인님 시도 멋집니다 !^^

hnine 2021-11-24 14:17   좋아요 0 | URL
요즘 길가에 노랗게 단풍든 은행나무들, 금동향로 모습을 닮지 않았나요? ^^
아무리 봐도 우아하고 섬세하기 이를데 없는 향로입니다. 향로 치고 크기도 크고요, 거기서 흘러나왔을 향냄새를 상상하고 있으면 묘하게 신비한 느낌이 들어요.
능산리 절터 발굴 작업중 물동이 속에서 진흙에 뒤덮여 발결되었다고 해요. 그렇게 천년의 세월을 보냈을 걸 생각하니 뭉클하기도 하고요.
박물관가기는 저의 취미~ ^^

2021-11-28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1-11-29 06:24   좋아요 1 | URL
뭔가 감상을 쓰고 싶었는데 그냥 문장으로는 멋있다, 아름답다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고, 보면 볼수록 마음 속에서 향로에 의인화가 일어다나보니 아쉬운대로 시의 형식을 빌어 느낌을 적게 되었네요. 감히, 시를 써야겠다 라고 작정하고 쓰진 않았고요. 그래도 잘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아예 북플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보니 친구 신청 이런것이 들어왔는지도 몰라요. 번거롭게 해드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