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몬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5
알랭 푸르니에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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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푸르니에는 1886년 프랑스에서 출생하여, 작가로써의 역량을 막 펼치던 즈음 1차 세계 대전에 동원되어 27세라는 젋은 나이에 전사함으로써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위대한 몬느>는 1913년 그가 죽기 1년 전에 출간된 책으로써 이전에 여기 저기 발표한 짧은 소설 몇편을 제외하면 그가 생전에 집필을 완료하여 책으로 출간된 유일한 소설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전에 다른 출판사, 다른 번역자, 다른 제목으로 출판된 바 있으나 현재 절판된 상태로 알고 있고, 알랭 푸르니에에 관한 저서를 낸바 있는 번역자가 이 책을 새롭게 번역하여 2014년 민음사에서 위대한 몬느라는 제목으로 새로이 출판되었다. 

세 명의 남자아이와 한 여자아이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열 대여섯 살 정도 되는 몬느, 쇠렐, 프란츠 라는 세 아이는 각각 다른 인물이지만 읽다 보면 셋 사이의 관계가 오묘하게 교차되었다가 분리되었다가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알게 된다. 

쇠렐이 다니는 학교에 몬느라는 남자 아이가 전학을 온다. 잘 나서지 않고 몸도 허약한 쇠렐에 비해 큰 키와 다부진 외모의 몬느는 남들이 하지 않는 말과 행동으로 전학 첫날 부터 학교 아이들의 눈길을 끈다. 어느 날 선생님의 심부름을 핑계로 허락없이 학교를 빠져나간 몬느는 숲에서 정체모를 성을 발견하여 들어가보는데 축제 분위기의 그곳에서 몬느는 자기 또래의 프란츠라는 남자아이와 그의 여동생 이본 드 갈레를 만나게 된다. 성에서는 막 프란츠의 결혼식이 거행될 참이었고 몬느는 그 모든 환상적인 분위기에 빠져들지만 프란츠의 신부 될 아가씨가 도망가는 바람에 결혼식은 취소되고 몬느도 성을 뒤로한채 마을로 돌아온다. 

쇠렐은 어딘가 불안해보이고 비밀스러워 보이는 몬느를 따라다니며 그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몬느는 쇠렐에게 그날 성에서 있었던 일, 만났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곳에 다시 한번 가보자고 한다.

이 소설은 이렇게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흘러간다. 

이후 프란츠는 독일로, 몬느는 파리로 떠나고, 쇠렐은 고향에 남아 졸업 후 선생님이 된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 쇠렐이 몬느를 다시 만나는데 몬느는 아직도 어릴때 성에서 계속하지 못했던 신비로운 모험과 만남을 이어가려는데 집착하여, 보헤미안처럼 떠돌아다니며 존재와 거처도 분명하지 않은 프란츠를 찾아나서고 싶어함을 알게 된다. 

쇠렐! 생트아가트에서의 내 이상한 모험이 나한테 뭘 의미했는지 너는 잘 알지. 그건 내가 희망을 품고, 내가 사는 존재 이유였어. 그 희망을 잃어버린 지금 내가 뭣이 될 수 있지......? 모든 사람들과 같은 방법으로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모든 게 끝났고, 잃어버린 영지를 찾는 것 또한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파리에서 살아 보려고 안간힘을 썼지. 그런데 한번 낙원에 들어갔었던 사람이 어떻게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살지? 다른 사람한테는 행복인 것이 나한테는 하찮은 우스갯거리로 보인단 말이야. (247쪽)

위의 인용문은 성인이 된 몬느가 쇠렐에게 털어놓는 넋두리같은 말이다.

이어서 말한다.

지금도 확신하지만, 내가 이름 없는 영지를 발견했을 때 나는 이제는 결코 다시는 접근할 수 없는 높은 차원과 완벽함, 순수함의 경지에 도달했지. 언젠가 너한테 보냈던 편지에도 썼을 거야. 오로지 죽음 속에서만 그 아름다운 시절을 다시 발견할 거야...... (248쪽)

독자는 이쯤에서 감을 잡아야하리라. 몬느와 쇠렐, 프란츠를 통해서 작가가 무엇을 나타내려고 하는지.

몬느가 잃어버린 과거, 어릴 때 꿈, 모험에 집착하는 자아를 나타낸다면, 프란츠는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미래, 아직 현실이 되지 않은 미래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쇠렐은 과거와 미래의 사이에서 둘을 중개하고 관찰하는 입장, 즉 현재의 나이다. 어떻게 보면 몬느와 프란츠와 쇠렐은 각기 다른 인물이 아니라 한 사람 속의 세 가지 다른 자아를 나타낸다고 볼수도 있는 것이다. 

'위대한' 몬느라고 한 것은 쇠렐, 즉 작가의 분신이 아직 과거와 동심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영향을 받고 있음을 고백한 것일까. 몬느가 여전히 찾아헤매는 프란츠, 그리고 몬느가 자기 가정도 뒤로 하고 프란츠를 찾아나서는 것을 이해해주려고 하는 쇠렐은 어쩌면 동심의 낙원에서 벗어나 불안한 미래 속을 향해 나아가는 한때 우리의 자화상이다.


27년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다간 작가. 그래서 남긴 작품이 많이 않은 작가이지만 더 오래 살았다면 아마도 평범하지 않은 작품들을 더 남기고 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 속에서 <위대한 몬느>에서 다 말하지 못한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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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6-14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대장 몬느>로 읽었습니다. 만일 헤르만 헤세가 프랑스에서 태어났다면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나는군요.

hnine 2021-06-15 04:41   좋아요 0 | URL
Fasltaff님 이 책도 읽으셨군요. 리뷰 올라와있는게 별로 없더라고요.
아주 독특하고 신비하고 상징적인 작품이었어요. 남긴 작품이 많지 않은데 유일하게 단행본으로 출판된 것이 이런 작품이라는게 다행이고 또 아쉬움이 남았답니다.
저도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나 지와 사랑이 떠올랐는데 프르니에는 헤르만 헤세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자기의 얘기를 하고 있더군요. 생각해보니 누구나 성장기에 몬느 같은 존재를 주위에서 발견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위대하다‘고 여겨지는 시기, 마냥 그것을 쫓아가고만 싶은 시기요.
아무튼 저는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이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1-06-2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책을 알아갑니다.

hnine 2021-06-21 16:37   좋아요 0 | URL
저도 전혀 기초지식 없는 상태에서, 그래서 더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던 책이랍니다. 요즘은 그렇게 책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그나름대로 흥미가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