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 미 위드 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지음, 이은숙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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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지 않은 내용이면서 어느 정도 지명도는 있는 작가의 책, 힘들이지 않고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 그러고도 여운과 감동을 남길 수 있는 책, 특히 소설을 읽고 싶다면 추천할만한 책이다. 번역도 자연스럽다.

<트레버>라는 전작으로 유명한 작가라는데 읽어보진 못했고, 언젠가 라디오 프로그램인지 팟캐스트에서였는지 평론가가 적극 추천하는 것을 듣고 보관함에 담아 놓았던 책이다.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의 과학선생님으로 있는 오거스트는 열아홉살 아들을 부인이 음주 후 운전하는 차에 교통사고로 잃는 일을 당했다. 그 일로 부인과도 헤어지고, 아무 낙도 의욕도 없는 생활을 해오고 있는 중, 아들의 유해를 생전에 아들과 가기로 계획했었던 옐로스톤에 뿌려주려는 목적으로 여름방학을 이용해 캠핑카를 몰고 옐로스톤을 향해 여정을 시작한다. 가던 도중 차가 고장을 일으키고, 차가 수리될때까지 한 정비소에 머물게 되는 장면으로 첫페이지가 시작된다. 나중에 오거스트는 정비소 사람으로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제안을 받게 되는데, 이 사람이 곧 감옥으로 90일을 지내러 가야하는데 그 동안 12살, 7살된 자기 아들들을 돌봐줄 곳이 없으니 오거스트 보고 옐로스톤엘 데리고 함께 여행을 가달라는 것이다. 대신 캠핑카 수리비는 받지 않겠단다. 오거스트는 생판 모르는 사람의, 생판 모르는 두 아이들을 책임지고 여행에 데려갈 상황이 아니었고 그러고싶지 않았지만 결정을 내려야 할 마지막날 짐가방을 다 챙겨들고 오거스트의 결정만 기다리고 서있는 두 아이들을 보는 순간 충동적으로 허락을 해버리고 만다. 그렇게 세 사람의 로드트립이 시작된다. 12살 세스는 애어른. 지나칠 정도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조심하는 반면 7살 헨리는 언제부터인가 말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아이이다.

이들은 과연 무사히 옐로스톤까지 여행을 할 것인가. 서로 어떤 충돌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500여쪽으로 책도 꽤 두툼한데 이 분량에  펼쳐지는 이들의 여정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있을지 기대를 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전혀 지루함 없이.

세 사람 모두 상처가 있다. 오거스트에겐 아들을 잃고 아내와도 헤어져 생긴 상처, 아이들에겐 일찍부터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알콜중독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느라 생긴 상처가 있다.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지만 오래가는 깊은 상처는 대개 가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외로 그 상처 치유를 위한 도움은 꼭 가족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제3자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이 소설이 주는 미덕이고 읽는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유라는 생각이다.

"아저씨가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아저씨랑은 얘기가 되거든요. 대화로 풀릴 일이 아닌 것 같은 문제가 생겨도 아저씨랑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 문제가 풀리고 서로 이해하게 돼요. 아빠한테도 늘 얘기를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아빠한테 말을 하면 그 말이 그냥 아빠에게 부딪혔다 튕겨져 나오는 것 같은데 오거스트 아저씨랑 얘기를 나누면 정말 문제가 해결되고 마음이 편해져요." (243쪽)

12살 세스가 오거스트 아저씨에게 하는 말인데, 아빠를 정말 사랑하지만 아이들이 아빠가 아닌, 생판 모르던 아저씨와 함께 있고 싶어하는 이유이다. 책 제목 Take me with you (날 데려가줘요)의 뜻을 알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가족간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나는 해본 적 없는 대륙 횡단 로드 트립, 수백 미터 암벽을 아무 보조 장치 없이 등반하는 것에 대한 묘사도 생생하여 흥미를 더하고, 알콜중독 치유 과정과 사례에 대한 이야기도 소설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들 세사람의 마지막 여정으로 나오는 콜로라도주 파이크스 피크는 이십 여년 전 가본 적 있는 곳이라 더 반가왔다. 자동차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옆을 보면 아찔했던 곳인데, 책 속에서 스무살이 된 세스가 암벽 등반으로 도전하는 곳으로 나와 그 아찔한 정도를 상상할 수 있었다.

요즘 처럼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해지기 쉬울 때 읽기 좋은 책은 이런 책들이 아닐까 하여 추천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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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7-09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h님 첫 문장에 꽂혔습니다.
요즘엔 이런 책 읽어보고 싶더군요.
전 지금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 읽고 있는데
역시 대가스럽긴한데 진도가 팍팍 나가진 않더군요.
여름이라 그런지 집중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ㅠ

hnine 2020-07-09 18:06   좋아요 0 | URL
<철도원 삼대> 이 소설, 진도 팍팍 나가지 않아도 읽어볼 가치가 있어보이는걸요.
격동기 역사가 있고 삼대에 걸쳐 이야기가 펼쳐질테니 페이지 쑥쑥 넘어가는 내용이 아닌 건 짐작이 가요.
<테이크 미 위드 유> 이 책은 구입해서 이틀에 다 읽었어요.
저도 요즘 너무 집안에만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무겁고 답답해서 그런 걸 해소할 수 있는 책들을 주로 고르게 되네요.

페크pek0501 2020-07-16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맘대로 어디 돌아다닐 수 없으니 방콕하고 독서나 해야 할 것 같아요.
나인 님은 꾸준히 한 권씩 독서를 해 나가시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책 읽다가 저 책 읽다가 해서 이번 여름에
완독 - 끝맺음을 목표로 해야 할 듯합니다.

hnine 2020-07-18 08:46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저 책 방랑하며 읽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기억력 용량이 떨어진것인지 집중력 정도가 약해진 것인지, 그마저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한권 다 읽기 전에 다른 책에 손을 안 대는게 아니라 못 대고 있답니다.
요즘은 정말 책 읽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어요. 지금은 어제 다락방님 서재에서 보고 주문한 만화책을 보고 있어요. 공대생이 그린 만화인데, 과연 재미있네요. pek님께서 추천하신 수필집도 사서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