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여름. 낮에 걷기엔 덥다.
그래서 아침 나절에 아파트 뒷산을 간단하게 산책삼아 걷고 있다.
적당한 지점까지 슬슬 걸어갔다가 돌아오기.
오늘 아침.
요기까지 걷고 돌아와야지 정한 지점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8시 43분이다.
오늘이 시작되고나서 작은 일이나마 뭔가를 성취한 첫 일이라 생각하니 기쁘다.
걷다 보면 산길 바닥에 꼬물꼬물 작은 송충이들이 잔뜩이다.
혹시 내 머리 위에도 떨어졌나 해서 걷는 도중 자꾸 손으로 머리를 만져보게 된다.
걷다보면 마주치는 사람들.
라디오를 들으며 걷는 사람, 팔을 힘차게 휘저으며 걷는 사람, 옆 사람과 얘기를 하며 걷는 사람, 휴대폰으로 전화하며 걷는 사람, 걷지 않고 뛰는 사람, 맨발로 걷는 사람.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같은 행위이지만 여러 가지 모습이다.
오늘 아침엔 손에 묵주를 꼭 쥐고 걷는 분도 보았다.
밤나무엔 밤꽃이 만발했고
요즘 눈에 많이 띄는 까치수염.
금계국은 오래 가는 꽃이니 아직 한참 더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 노각나무와 살구나무는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찍은 것인데, 차나무과에 속하는 노각나무는 꽃이 아직 생생할때 나무에서 떨어져서, 떨어진 후에 봐도 여전히 예쁘다.
살구나무엔 살구가 잔뜩.
- 까치수염 -
- 금계국 -
- 노각나무 -
- 살구 나무 -
여행은 당분간 꿈꿀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일까.
최근 구입한 두 권의 책이 모두 저자가 집을 떠나 지낸 기록들이다.
최민석의 <베를린 일기>는 작가가 베를린에 머무는 세달 동안 매일 쓴 일기였으며,
조민진의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는 세달보다는 길어서 1년 동안 런던에 머물며 쓴 기록인데, 여러 나라도 아니고, 여러 도시도 아니고, 런던 한 곳이다.
오래, 여러 곳을 여행해야 책 한권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새삼스런 생각을 하게 된다.
중요한건 역시 기록을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