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마리와 타임 (Rosemary and Thyme)
요즘 우연히 동영상 사이트에서 발견하여 보기 시작한 영국 드라마이다. 이른바 British cozy mystery thriller. 가벼운 미스터리 추리물인데 TV 시리즈로 제작되어 2003년 시작, 2007년에 종영하였다. 추리물이라고 하기에도 미안할 정도로 가볍고 덜 심각하고 덜 폭력적이고 덜 복잡하다 (지금까지 본 에피소드로는 그렇다).
제목의 로즈마리와 타임은 허브의 종류로 잘 알려있지만 여기서는 나이 지긋한 두 여자주인공들의 이름이기도 하다. Rosemary Boxer 와 Laura Thyme.
Rosemary Boxer는 Plant pathologist (식물병리학자) 로서, 원래 한 대학의 응용원예학과에서 십수년간 강의를 해오는 강사였다가 해고당한다. Laura Thyme은 결혼전엔 경찰관이었다가 결혼하면서 그만 두고 가정주부로서 살아왔는데 이십년 넘게 살아온 남편이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서 그만 살기로 하고 집을 나와버렸다. 이 둘이 첫회에서 우연히 한 숙소에 머물게 되면서 만나게 되고, 그 마을의 살인사건에 관여하게 되면서 친구가 되어 2회째부터는 둘이 함께 일을 하기로 한다.
긴장감과 극적인 재미는 덜할지 몰라도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다른 매력이 있다. 제목에서도 드러나지만 식물과 정원, 꽃 얘기가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너무나 영국적이라고할까. 주로 이들이 하는 일이 정원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 자문, 리노베이션 관련 일이기 때문에 방문하는 곳들은 대개 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는 곳이다. 관련된 사건에도 그들이 식물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여지 없이 적용된다. 식물학자인 Rosemary의 풍부한 지식과 전직경찰관인 Thyme의 번뜩이는 영감과 호기심, 재치, 명철함은 사건을 해결하는데 더없이 좋은 짝이 되어 정원의 문제는 물론이고 그곳에 발생한 살인사건 해결에도 큰 몫을 한다.
그 나이까지 식물에만 집중할 뿐 결혼을 해본 적 없는 Rosemary에 비해 방금 남편과 헤어지고 뛰쳐나온 Thyme의 유머 코드도 재미있다.
문 앞에 단 한평의 땅일지라도 꽃을 심고 가꾸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영국 사람들의 정원 사랑. 홈즈를 탄생시킨 추리물 사랑.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푸른 정원, 나무, 꽃. well made British TV drama가 아닌가 생각된다.
배경음악으로 쓰인 음악은 Scarborough Fayre의 변주곡인데, Simon and Garfunkel의 노래로만 알고 있었는데 원래 오래된 영국의 노래라는 걸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