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부터 돌아오는 토요일에 동물원엘 가기로 아이와 약속이 되어 있었다.
막상 토요일이 되었는데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비.
아이 실망이 이만 저만 아니다. 처음 가보는 곳도 아니고, 대전에 이사온 후로 벌써 세번이나 다녀왔으니, 1년 하고 두달만에 네번째 방문을 하려는 것이다. 거기 또 가자고? 전에 갔잖아~ 하면, 다녀온지 벌써 한참 되었잖아요 아이의 대답이다.
비가 그친 것이 오후 3시. 집을 나선 것은 3시 10분. 아직도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곧 다시 비가 올 것만 같은데, 비가 그친 것을 보고 너무 좋아하는 아이를 보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갈아타면서, 온 대전 시내를 다 도는 것 같은 여정 끝에 동물원에 도착한 것이 4시 30분. 입장권을 사는데 사람도 별로 없고 비는 다시 조금씩 내리고 있다.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 문득 한가지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는, 순수한 아이다움이란 것이 이런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가는 비를 맞으면서도 우리 안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호랑이, 퓨마, 표범, 하이에나, 불곰, 반달곰, 북극곰...
호랑이 두 마리가 싸움이 붙었는지 갑자기 으르렁 소리를 내는 바람에 아이와 나 모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옷이나 가방 등의 호피 무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저 호랑이의 줄무늬는 멋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것은 역시 흉내낼 수 없는 멋이 있나보다.

진짜 호랑이 대신 가짜 호랑이에 타고 올라 브이자~
침팬지 동상을 보더니 자기가 잘 하는 생각의 표정이랑 비슷하다고 포즈~

사자 사진 앞에서도 한 방~

이 사자는 웬지 쓸쓸해보인다. 어딜 보고 있는 것일까.
지난 번에 왔을 때 없던, 분홍 펠리컨, 두루미, 원앙, 원앙이 (원앙이와 원앙은 다른 것인가? ), 두루미, 고니 등의 우리가 새로 생겼다. 원앙의 색깔이 참 예쁘다. (지금 옆에 와서 '흰 올빼미'도 봤다고 쓰란다. 방금 씻고 나온 양 아주 깨끗한 흰색의 올빼미가 아주 고고하게 앉아 있었다.)
동물들을 다 둘러보고 나올 무렵, 동물원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었는데, 평소엔 별로 즐기지도 않던 회전목마를 타잔다. 표 파는 곳을 찾아 두 장 사가지고, 아무도 없는 회전목마, 이미 입구의 고리쇠도 걸어놓은 곳에 가서 부스안에 있는 직원을 불러 내어 둘이서 탔다. 젖어도 좋을 만큼의 비는 여전히 뿌리고 있었다.
다린이 덕분에 아주 색다른 나들이를 한 날이었다. 사실 이날 좀 우울한 기분이던 내 눈에는, 모든 동물들이 다 우울하게만 보였는데도, 그것까지도 내게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