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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7 - 5부 2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7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끝을 향하여 가고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어느 덧 등장하는 인물들은 1부에 나오던 사람들의 자식의 자식 세대가 대부분이고, 배경이 되는 곳은 평사리 한 곳이 아니라 만주 신경 (新京, 과거 일본인들이 세웠던 만주국의 수도, 지금의 장춘), 진주, 통영, 서울 등으로 확장되었다.
집을 거의 비우고 살아온 남편 길상 대신 환국, 윤국 두 아들과 봉순의 딸 양현을 잘 키우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살아온 서희. 장남 환국은 중학교 미술교사이자 화가가 되었다. 친딸처럼 키워온 양현은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양현에 대한 서희와 환국의 극진한 대우에 환국의 처 황덕희는 갈등을 느끼다 못해 못마땅함을 드러내기도 하여 양현으로 하여금 여기를 이제 떠나야 하나 고민에 빠뜨린다.
평사리 농민 출신 송관수는 한때 최참판가 습격에 가담하였다가 동학잔당의 중심인물로 활동했던 사람이다. 이후 백정의 딸과 결혼함으로써 본인과 가족 모두 백정의 꼬리표를 달게 되는데, 이것을 비관한 그의 아들 영광은 공부를 포기하고 악극단을 따라 다니며 방랑 생활을 하고 양현을 좋아하는 속마음도 제대로 표현 못하고 정신적 방황을 겪는다. 가족과 떨어져 만주로 도피해있던 송관수가 호열자로 죽자 송관수의 처 영선네는 아들 영광과 함께 만주로 가서 송관수의 유해를 가져오고 남은 생을 아들에게 의지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절에 은거하겠다는 결정을 한다.
용이와 임이네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월선네 손에서 크다시피 하여 월선네를 더 어머니같이 생각하는 홍이는 김훈장의 손녀 허보연과 결혼하고 만주에서 살지만 거기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다시피하는 여동생 임이때문에 괴로와한다.
앞에서 조준구에게 누명을 쓰고 죽게된 정한조란 인물이 있었다. 남편이 죽음을 당한후 그의 처 석이네는 혼자 딸 순연, 복연, 아들 정석을 키우며 살아간다. 나중에 정석은 허영과 사치로 가득한 양을례와 결혼하는데 원만한 결혼 생활을 못하게 되고 결국 헤어지게 되고 양을례는 딸 남희과 아들 성환을 두고 집을 나간다. 정석의 아들 딸 남희와 성환을 맡아 키우는 할미 석이네 집에 출가한 딸 순연까지 와서 더부살이를 하게 되고, 스스로 열등감에 시달리는 딸 순연과의 관계 마저 원만치 못하다.
토지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신여성 중 한사람으로 유인실이 있다. 동경유학까지 다녀오지만 감옥살이를 하고 일본인 오가타와 이루지 못하는 사랑을 한다. 오가타에게 알리지 않은채 혼자 아들을 낳고 조찬하에게 아들의 양육을 맡긴 채 만주로 떠난다. 나중에 조찬하는 오가타에게 아들의 존재를 알리고 유인실과 오가타가 재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오가타는 처음으로 아들을 만나게 된다.
토지를 처음 읽을 때와는 확실히 읽는 기분도 다르다. 힘 빼고 읽게 된다고 할까.
권수를 더해 갈수록 인물의 수도 많아지지만, 그래서 혼동될때가 많지만, 그렇다고 읽어나가는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또 집필하는 작가 자신을 위해서라도 자주 과거의 그 인물 집안 얘기며, 과거의 일들을 상기시키는 대목들이 삽입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토지는 어떤 한 인물, 가령 서희나 길상의 이야기에 집중되어 진행되는 연대기적 소설이라기 보다 이렇게 양반과 민초를 포함한 여러 인생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누구의 삶도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이겠다. 그렇다고 모든이의 삶이 공평한 것 같지도 않다.
불공평한 삶.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