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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 제목을 '남자가 보는 여고생 심리'라고 쓰고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모든 남자를 대표한다고는 볼 수 없지 않나 생각도 들지만 그냥 밀고 나가기로 한다.
<달에 울다>를 번역한 한성례 번역가가 어느 강의에서 '현재 일본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가 누군지 아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미야미 미유키? 청중석에서 이런 이름들이 들려왔지만 정작 답은 히가시노 게이고였다. 우리 나라에서도 꽤 인기있는 작가인데 나는 겨우 <용의자 X의 헌신>만 읽은 정도.
이 책 <방과 후>는 올해 벌써 61세를 맞은 작가의 1985년 데뷔작이다.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그가 전업작가를 결심하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만큼 호응이 좋았고 인정 받았다는 뜻일 것이다.
배경은 여자고등학교이고, 화자이자 주인공 '마에시마'는 이 학교 수학 교사이며 양궁부 동아리를 담당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기계'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어떻게 보면 무뚝뚝하고 말이 많지 않은, 예상컨대 전형적인 이과 과목 선생님 이미지인 사람. 그래서인지 학생들이나 교사들 사이에서 특별히 나쁜 평판도 없는 평범한 교사이다.
어느 날 이 학교 탈의실에서 남자교사 한 사람이 죽은 채 발견되는 일이 일어나고 자살인지 타살인지, 자살이라면 혹은 타살이라면 그 원인이 무엇일지 갈피를 못잡는 가운데 연달아 두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역시 이 학교 남자 교사이고 교내축제에서 마에시마가 담당한 피에로 분장을 막판에 바꿔서 하기로 한 사람이고 보니, 마에시마는 누군가 자기 목숨을 노렸던 것이라고 추측하게 되어 긴장감을 더해간다.
담당 형사와, 교사 마에시마가 담당한 양궁부 여학생들, 그리고 마에시마 자신의 추리와 제보가 서로 협조를 이루는 가운데 결국 마에시마는 범인과 사건의 전모를 알아낸다.
독자에 따라서는 나중에 밝혀지는 살인 동기에 대해 갸우뚱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도 큰 원한이나 복수, 증오, 이런 것들이 꼭 살인 동기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런 것을 살인 동기로 설정했다는 것에 대해 책의 내용을 떠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어느 계층에 대한 지나친 환상인지, 현실적인것인지.
데뷔작이라고 하지만 구성이 허술하지 않고 밀실이나 가면 복장 살인 방법등이 식상하지 않다는 점, 깔아놓은 복선이 결말로 잘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평범한 독자인 내가 봐도 괜찮게 평가할만 하다.
아무튼 그야말로 페이지 터너인 책. 어려운 문장도 없고, 독자의 사고를 유발시키는 표현도 별로 없고, 밑줄 그을만한, 심금을 울리는 문장도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이런 책의 미덕이기도 하고, 내가 아주 가끔씩만 이런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도 즐거운 독서였으니 그럼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