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히드로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내가 받은 질문은 여행 목적, 여행 기간, 그리고 혼자 여행하냐는 것이었다.
혼자. 그래 나 혼자 하는 여행이었다.
이십 여년 전 영국에 와서 지낸 3.5년 동안 내가 배워온 것은 영어 보다도, 공부 보다도, 혼자 체험을 통한 혼자 있는 법 이었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하며 재발견하였다.
영국에 있었으면 영어 많이 늘었겠다는 말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뇨, 제가 한국에서도 말을 잘 안하는 성격이라서 3.5년 있었어도 말을 잘 안하니 영어 잘 안 늘더라고요."
전공 분야에서 이젠 전문가라 할 수 있겠다는 말에 대한 대답은, "아뇨, 하나를 알면 모르는게 다섯 가지가 생겼어요. 그래서 공부하기 전보다 더 무식해져서 왔어요."
그럼 뭘 배워왔어요? 라고 물으신다면 "하고 싶은게 있을때 같이 할 사람 찾지 않고 그냥 혼자 해요. 하고 싶지 않은게 있을때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고 그냥 혼자 결정해요. 그런거 배워왔어요."
그런데 살면서 보니 그런 것들이 영어보다, 전공보다, 더 쓸모가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