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에 드난사는 건 나뿐 아니지 싶다 곰비임비 헛발질이나 하면서, 순 흘림체로 물색없이 지저귀어 쌓는 무너밋골 소쩍새도 매한가지다 잘 마른 유기나 마블링이 근사한 꽃등심, 아니면 화려한 진사 때깔로 숨어 지내다가, 생각나면 닻별떼나 희치희치 비치는 어둠끼리도 그렇다
어차피 개구멍받이로 진배없지만, 고요에 염치불구 드난사는 것 중 상등품은 아무래도 빗소리다 지하철도 시내버스도 끊긴 밤, 후미진 변두리로 변두리로 옮기며 듣는 빗소리다 흰발바닥이나 보이며 놀다가, 쓰러진 자전거 바큇살을 적시고 수유사거리 안마방 찌라시를 적시고 새벽 두 시, 인사불성으로 집을 찾는 취객의 두 어깨를 가만가만 적시는 빗소리다 변두리마다 하루 걸러 이틀 사흘 놋낱같이 놋낱갈이 내리는 빗소리에 귀기울이면
드난사는 깜냥에 드난밥이나 축내며, 수척한 몸알이 괜시리 또 아프다 쥐뿔도 그리운 게 있을 리 없는데, 웃자랑 고들빼기처럼 허투루로다가 쇠기만 하는
= 오 태 환 시 <그 고요에 드난살다> 전문 =
- 드난 드나들며 고용살이를 하는 일. ~꾼, 살다, 살이. (출전:도사리와 말모이)
- 곰비임비 물건이 계속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나는 모양. (출전:도사리와 말모이)
- 닻별 카시오페아자리 (출전:네이버 국어사전)
- 희치희치 1. 물건의 바탕이 드문드문 치이거나 미어진 모양. 2. 물건의 반드러운 면이 스쳐서 군데군데 벗어진 모양. (출전:도사리와 말모이)
- 깜냥 일을 헤아려 해날 만한 능력. 지니고 있는 힘의 정도. (출전:도사리와 말모이)
- 쇠다 1. 푸성귀 따위가 제철이 지나 잎이나 줄기가 뻣뻣해지다. 2. 제 한도가 지나도 점점 심해지다. 병이 덧나다. 3. 성질이 곧지 않고 비틀어지다. 4. 베어 둔 통나무 따위가 묵어서 나뭇결이 바르지 않게 되다. (출전:도사리와 말모이)
2주마다 진행되는 강의 들으러 서울 가는 날이 오늘인줄 알고,
고속버스 표는 어제 이미 예매해놓았고,
오늘 아침 화장도 하고, 옷도 챙겨입고, 가방을 챙기다가 강의 계획표를 보고 알았다. 오늘이 아니라 다음 주 목요일에 강의가 있다는 걸.
다시 옷을 갈아입으며 허탈한 마음에 출근 준비하는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그 정도면 준수하단다. 자기는 그렇게 해서 서울까지 갔던 적도 있는데 뭘 그러냐고. 지인의 결혼식이라 옷까지 제대로 다 차려입고 갔더니 그 장소에 아무도 없더란다.
오늘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한다.
드난사는 것중 상등품은 빗소리라고 시인은 말했지만
새벽 두시 아니고 귀기울이지 않으면 빗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는 아파트 4층이지만
오늘 하루 종일 함께 할거라니
너는 오늘 내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