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과 나 - 개혁가 프란치스코와 한국
김근수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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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과 나]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을 읽는 이유, ‘나’

 

  

2014년 8월 16일, 드디어 교황이 방한한다. 124명의 한국 순교자를 성인 전 단계의 복자로 인정하는 시복식을 하기 위해서이다. 정부는 국빈 예우를 하고, 공영방송 KBS가 교황 방한 주관사를 맡아 각종 교황 관련 방송을 한다. 출판계는 일찌감치 교황관련 책들을 앞 다투어 출간하였다. 불교의 자존심을 운운하며 달라이 라마를 모셔 오겠다는 으름장처럼 도대체 일개 종교의 수장의 방문이 왜 온 나라를 술렁이게 하냐며 못 마땅한 이들도 있다. 아무래도 종교 지도자인 동시에 대사관도 있는 어엿한 국가의 정상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다른 종교 지도자와 다른 감이 없지 않다. 메디치미디어에서 7월 출간된 <교황과 나> 역시 셀링 타이밍을 노리고 우후죽순 봇물처럼 출간된 수많은 교황 관련 서적 중 하나다. 그 많은 책 중 <교황과 나>를 고른 것은 다른 교황 관련 서적에 없는 ‘나’ 때문이었다. 이 ‘나’가 국적과 종교를 떠나 우리가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을 읽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였다.

2013년 2월에서 3월 가톨릭 역사상 유례없는 대사건이 일어났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고령에 따른 체력 약화와 학문 연구의 재개를 이유로 들며 자진 사임 의사표시를 내민 것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정통 가톨릭 입장의 첨단에 서 있던 대단히 보수적인 사제 겸 학자였다. 그런데 그 후임교황은 정반대의 입장에 선 인물로 최초의 예수회, 남미 출신의 교황이었다. 그리고 그는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모두 강경하게 부정했던 해방신학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이었다. 또 프란치스코회가 아닌 예수회면서 프란치스코란 교황명을 최초로 쓴 인물이기도 하다. 재밌는 것은 이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요한바오로 2세의 후임으로 콘클라베에서 베네딕토16세와 함께 최종후보로 올라갔었다는 점이다. 이렇듯 가톨릭이 진보적인 소수파 교황을 추대했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교황과 나>를 읽기 전, 비가톨릭 독자가 알아야할 점이 있다. 이 책의 저자 김근수는 해방신학자이다. 그리고 해방신학의 관점에서 교황을 평가하는 책을 썼다. 해방신학은 가톨릭에서 극소수에 불과한 분파이다. 심지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단까지는 아니어도 거의 부정당해온 분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방신학의 본고장인 남미 출신이고 스승 중 해방신학자가 있긴 하였지만 그도 해방신학자인 것은 아니다. 그런 점을 염두하고 책을 읽어야 가톨릭에 대한 오해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다행인 것은 <교황과 나>에서 저자가 해방신학을 강하게 어필하거나 그에 치우친 자의적인 해석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고, 그래서 독서의 균형을 잡기 위해 굳이 다른 책을 집을 필요도 없다. 별로 두껍진 않지만 교황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는 모두 담겨 있다.

 

저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읽는 세 가지 열쇠로 아르헨티나. 예수회, 프란치스코를 꼽는다. 아르헨티나는 대통령이 가톨릭 관련 중요행사에 참여할 만큼 가톨릭 강성 국가이다(전체 국민의 92%가 가톨릭 신자). 흔히 떠올리는 남미 가톨릭의 불편한 진실이 침략자에 의한 폭력과 눈물로 얼룩진 포교의 결과물이라는 것인데, 아르헨티나는 약간 궤를 달리 한다. 아르헨티나는 전체 국민의 97%가 백인인, 남미에서 가장 백인 비율이 높은 국가인데 가난한 이탈리아인들이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정착한 곳이 아르헨티나로 침략자인 스페인계와 이탈리아계가 각 35%씩 거의 같은 비중을 차지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이탈리아계이기에, 최초의 비유럽 출신 교황이긴 하나 유럽과 연결고리가 있다.

우리나라는 가톨릭이 선교사의 포교가 아닌 학문으로 공부하다가 신앙이 퍼지고 후에 선교사가 들어온 독특한 국가라 예수회에 대해 별 인상이 없다. 예수회 학교 서강대의 종교색은 명함도 못 내미는 강력한 미션스쿨이 옆에 있다 보니 잘 모른다. 예수회가 가톨릭 내 소수야당이긴 하지만 진보 입장은 아니다. 오히려 더 심한 원리주의자에 가깝기 때문에 가톨릭 내에서 더 이상 세력을 키우지 못하게 하고 영원한 야당으로서 기능하게 하는 것이다. 예수회가 강조하는 것은 선교와 교육이다. 이교도의 땅에 평생 투신할 선교사를 보내 학교를 세우고 지역개발하며 포교한다. 타문화와 타협하지 않고 정통교리를 강요하기 때문에 갈등을 일으키곤 한다. 제사 거부 등으로 한국의 순교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것도 예수회 등장부터였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신념 강한 예수회의 일원으로서 평생 일본 선교에 투신하려 했었다. 병 때문에 출국이 좌절되면서 자국에 남게 되면서 학자로 사제로 이력을 발전해나가면서 결국 추기경까지 올랐고 현재의 교황이 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프란치스코라는 정체성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개혁’이나 ‘다름’의 코드를 읽었다면 대부분 이 측면 때문일 것이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가톨릭사에서 남다른 인물이다. 동시대의 중세 가톨릭과 전혀 다른 빈자를 생각하는 성인이었고, 모든 생물 뿐 아니라 무생물까지 주님이 만든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인간 중심 철학에서 탈피했던 매우 이타적인 인물이었다. 예수회 소속이면서 프란치스코 성인을 흠모해 그의 이름을 딴 교황으로서, 그의 정신을 본받겠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도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가난한 이들의 곁을 떠난 적이 없다거나, 해방신학을 비판적으로 수용한다고 천명하는 등 다양한 면에서 포용성을 보여준다. 동성애자나 창녀의 신앙에 대한 접근이나 비가톨릭교도를 대부모로 내세우는 것에 대한 입장 등은 놀랠 노자이다.  따라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저자가 꼽은 아르헨티나, 예수회, 프란치스코의 정체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의 개혁성은 오히려 그 자신만의 독특한 성향에서 설명할 여지가 많을 수 있다.

 

가톨릭은 전세계에서 가장 중앙집권과 체계화가 잘되어 있는 종교이지만, 교황에 따라 가톨릭의 강조점이나 과제가 다르다. 프란치스코 교황 하 1년 동안 가장 많이 체감하는 것은 선교의 강조인 것 같다. 방한 후에 또 새로운 기조들이 논의될 것이다. <교황과 나>의 저자 김근수는 그것들이 ‘개혁’과 관련된 것이 될 것 같다고 무척 기대한다. 부디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에서 저자의 의견에 깊이 동의했던 것 중의 하나가 한국 교회는 변해야 할 과제들이 있고, 가톨릭은 자기반성하고 내부개혁할 수 있는 종교라는 점이다. 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의 가톨릭은 교황의 기조가 좌든 우든 관계없이 끊임없이 과거에 저지른 가톨릭의 과오들을 사과하고 반성하고 있다. 그에 맞게 교리가 수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가 한국가톨릭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교황청보다 더욱 보수적이고 경직화되어 있으며, 세속적이라는 것이다. 해방신학자답게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는 지금보다 더 가난해져야 한다. 종교는 가난한 이들 위에서 누렸던 부와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에 강하게 동조한다. 한국 교회의 부가 지금의 10분의 1로 줄였으면 한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안 그래도 언제부턴가 한국 성당이 대형 교회의 화려함이나 카페 만들기 같은 걸 부러운지 자꾸 따라하는 모습이 꽤나 많이 보인다. 신축 성당 모금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유를 물으면 주님을 누추한 데 모실 수 없기 때문이라 한다. 물론 예수님이 화려한 신전, 장사하는 신전에서 깽판친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말이다.

   

<교황과 나>의 저자는 친가와 외가 모두 200년 이상 신앙을 지키고 순교자를 배출한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고, 사제가 되기 위해 가톨릭신학대학에서 수학했던 사람이다. 하수상했던 1980년대의 한국에 염증을 느끼고 사제가 아닌 신학자의 길을 가기로 유학길에 오르고 독일에서 정통신학을 공부하다 해방신학으로 전공을 바꿔 아르헨티나로 갔다. 아르헨티나의 신학도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되기 전 베르골리오 신부던 때부터 그를 지켜보고 흠모하면서 그의 학문과 신앙을 고민해왔다. 그래서 책 제목이 <교황과 나>이다. 기본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을 서술하는 책이지만, 그를 통해 그 동안의 교황들을 가톨릭 전체와 한국 가톨릭의 나아갈 바를 그리고 자신이 나아갈 바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책이다. 그를 지켜보는 독자 역시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나’는 무슨 의미를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교황과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 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우리 자신이 있기 때문에 다른 교황 관련 서적에서 느낄 수 없었던 다른 울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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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브랜딩하라 - 헬스케어 마케터의 실전 사례, 브랜딩 스토리
송경남 지음 / 비비투(VIVI2)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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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브랜딩하라] 병원전쟁의 중심에서 브랜딩을 외치다

 

 

 

이제, 병원 마케팅의 관점은 바뀌어야 합니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도 일반 기업의 상품과 마찬가지로 자기만의 색깔, 특징, 이미지가 녹아 있는 브랜드로 탄생되어야 합니다. 병원에서 고유의 브랜드로 다가가야 환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 책은) 살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학습서가 아닌 실용서입니다. 개원의, 병원을 개원한 지 2, 3년이 지났으나 도무지 병원 경영이 궤도에 오르지 않아 고민인 병원장, 새로운 도약이 꼭 필요한데 막연한 홍보팀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경영과 마케팅을 공부하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실전 경험을 공유하는 매개체이고 싶습니다. - 저자의 말 中

 

 

10년 전 일이다. 중경외시 경영학과를 졸업한 지인(남자)이 일반 회사도 대형 병원도 아닌 일반 치과 실장으로 취업하는 것을 보고 다소 의아해했던 일이 있다. 강남, 신촌 등 주요 핫플레이스도 아닌 서울의 평범한 동네 병원이었다. 직함에서 추측할 수 있듯, 병원에서 그에게 요구한 일은 수납이나 치료보조가 아닌 영업이었다. 그러나 브랜딩 등 다른 그의 전공지식은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대부분의 피성안치(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치과)개인 병원에서 영업을 뛰는 ‘실장’이나 ‘코디’는 주로 ‘예쁜’ ‘여자’이며 외모와 화술 좀 더 보태면 어학능력을 요할 뿐 높은 스펙을 요구하지 않는다.

 

 

2012년 보건복지부 통계 기준 현재 우리나라에 59,519개의 병의원과, 15만 4천여 명의 의사·한의사·치과의사, 약사와 간호사 등 기타 의료 인력이 30만여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두 집 건너 하나는 치킨집, 세 집 건너 하나는 커피 전문점이나 병원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요즘 개인 병원은 그야말로 흔해 빠졌다. 그 때문에 동네 병원은 당장의 질병 치료로 오는 환자만큼 ‘의료 쇼핑’ 차원에서 일상 건강 관리하는 환자도 많다. 식당 폐업률 만큼 점점 높아지는 개인병원 폐원률, 그야말로 병원 전쟁이다. 신환 창출만큼 단골 관리도 중요한 요즘, 병원 브랜딩은 미래를 위해 개업의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이다.

 

 

현행 의료법상 병원은 의사, 한의사, 치과 의사 등 ‘의료 면허’를 가진 ‘의사’만이 개업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의료인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은 의사 면허와 부당한 자본의 불건전한 만남, 불륜과도 같은 셈이지요. 최근 개원환경은 고자본, 고경쟁, 고위험 등 3고로 인해 더욱 악화일로입니다. 이럴 때 사무장 병원의 유혹이 더욱 커집니다. 사무장 병원의 폐해는 여간 심각한 게 아닙니다. 병원장과 사무장, 그리고 이에 연루된 나이롱 환자 등 모두 범죄 유형에 속하며,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의사가 대표로 돼 있기는 하지만 실제 병원 경영자는 일반인으로, 윤리경영이나 국민건강 및 환자 인권 따위에 관심을 둘 리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속칭 ‘바지 병원장’인 의사가 모든 부조리의 피해자가 되기 일쑤입니다. 사무장 병원은 부당 청구, 보험재정 훼손 등의 해악뿐만 아니라 의료윤리를 크게 훼손시킨다는 점에서 사회악입니다. 사무장은 어떻게든 의사를 활용해 돈만 벌면 그만이고, 돈의 논리로만 포장돼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제대로 실천한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입니다. 당장 병원이 어렵다고 해서 부당한 자본이나 사무장에게 손을 내미는 의사는 없어야 합니다. 이처럼, 아직도 의료계 주변에는 리베이트, 탈세, 부당청구, 과잉진료, 무면허, 마약관리, 성범죄 등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병원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정도를 벗어난 유혹도 점점 많아집니다. - p.49

 

 

저자인 (주)닥터피알의 대표이사 송경남은 MBA에서 의료경영을 전공하고, 차병원 의료재단의 홍보실을 시작으로 1995년부터 메디컬 홍보마케팅기획컨설팅을 해온 우리나라 대표적인 헬스케어 마케터이다. 의료경영이나 병원브랜딩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이 분야를 끊임없이 홍보하고 강조한 개척자이다. 병원 브랜딩이 중요하다면, 왜 전문 경영자가 병원을 경영하고 홍보마케팅 전문 인력을 채용하지 않을까 궁금해 할 독자를 위해 일단 저자는 책의 초반에 ‘사무장 병원’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분명히 밝힌다. 그렇기에 병원브랜딩은 절대적으로 의사의 태도와 의지에 달려 있다.

 

 

큰 병원이 아닌 이상 현재 우리나라 개인병원에서 원장이 틈틈이 경영학 공부를 하거나 일부러 마케팅 업무를 전담할 경영학 전공자를 뽑는 경우는 많지 않다. 몇 가지 이유를 추측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부를 잘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직업이 의사다 보니 의사만큼 자존심과 고집이 센 직업군도 없을뿐더러, 제대로 된 의사는 병원 업무와 치료 연구하기도 바쁘다. 두 번째는 현재의 병원 환경상 병원 직원 임금 수준이 낮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인건비마저 줄이려 자격 없는 ‘간호조무조무사’나 ‘아르바이트’가 판을 친다. 영업실장(코디)가 제대로 제일 할만한 병원도 많지 않고, 간호조무사와 ‘기타 등등’이 수납 등 행정업무를 충분히 할 수 있는 판국에 굳이 의료 관련 자격 없는 경영 전공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병원을 브랜딩하라>는 그런 우리 병원 현실을 누구보다 아는 입장에서, 그럼에도 좀 더 나은 병원 고용 시스템을 꿈꾸며 쓴 책이다. 전자의 이유로 의사들이 30분에서 1시간만 투자해도 공부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압축적이고 단순하게 썼다. 후자를 위해 제2, 제3의 자신을 꿈꾸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읽자마자 바로 현장에서 쓸 수 있게 책을 만들어 놓았고, 풍부한 사례와 쉬운 설명으로 읽기 무척 편하다. 한편으론 그만큼 의료경영과 병원브랜딩이 일반 기업과 비교하면 어린애 장난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마저를 자존심이 상한다고, 슈바이처면 그만이라는 낭만가라서, 알아도 바쁘다고 애써 모른척해서 등등 각양각색의 이유로 미뤄두거나 외면한 개인 병원 의사들에게 추천한다. 서글프지만 병원도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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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의 전설 2014~2015
인앤잡 출판기획팀 엮음 / 인앤잡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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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의 전설] 흔한, 손 큰 이모의 보따리 ; 어찌 쓰느냐에 달렸다

 

 

 

계속 문제점을 찾고 고치고 발전시키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또 깨닫고 반성하고 발전시키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취준백수의 일상 속에 발견한 신간 <면접의 전설>은 제목부터 무척 혹하게 했다. 어떻게 하면 면접의 전설이 된다는 것인지 그 비결 한 수 배우고 싶어 큰절로 예를 갖춘 후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자꾸 의기소침해지는 스스로의 채찍질 때문이기도 하고 소홀했던 부분임을 알아채고 메우려 하던 차원 때문이기도 하였다. 아무래도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면접 범위에 있어 이공계열 취업과 달리 전공 장벽이 없는 공통적인 부분이 많고, 서류 합격률이 워낙 낮다보니 최상위권 대학 출신이나 5학기 전부터 취업준비를 하지 않는 이상 미리미리 면접 준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결국 당락은 면접이 좌우하며, 점점 면접의 종류도 많고 단계도 많아지는 추세다. 그런 점에서 <면접의 전설>은 무척 궁금한 책이었다.

 

두께가 꽤 있기에 기출 면접 질문과 면접에 대한 자세한 조언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였고, 목차를 보면서 서류와 인적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 것을 보고 일석삼조 이상의 책일 것이라 무척 기대하였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보다 약간 다른 모양새였고, 역시 그렇구나란 생각을 하였다. 온라인 서평과 책정보대로 모든 내용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책도 결국 수많은 취업서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제목과 상관없이 일단 다 집어넣자.’ 저 화상 또 어깨 축 쳐져 들어오는 것 오네 오늘 서비스 팍팍 줘야지 하고 애정의 등짝 스매싱과 함께 손 크게 이것저것 챙겨주는 단골식당 이모처럼, 먹자골목에서 경쟁 붙어 서로 많이 주겠다 싸게 주겠다는 호객꾼처럼 일단 손부터 크고 본다. 이 정도면 경쟁사보다 더 내용 많지? 일단 취업서니까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우리 책 본 독자가 이 정도면 이 한 권으로 거의 취업 준비 다 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단 양치기하는 책이다. 

<면접의 전설>은 전 계열 취업서이다. 전 계열 취업준비생이 모두 읽을 책을 쓰려면 이렇게 백과사전식 말고 뾰족한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470여 쪽 분량 중 면접 준비에 대한 일반적인 조언과 최신 상식을 포함한 기타 자료가 70여 쪽이고 서류와 인적성에 대한 부분이 30여 쪽 남짓 된다. 나머지는 업종별 주요기업에 대한 정보와 면접기출 특이사항을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했다. 그야 말로 있을 건 다 있는 ‘손 큰 이모의 보따리’, 그만큼 그것이 자신을 ‘면접의 전설(최후의 승자)’로 발돋움하게 할 비기가 될지 괜히 시간낭비만 하고 독배를 마신 어중이떠중이가 될지는 얼마만큼 영리하게 이 책을 쓰느냐에 달렸다. 책을 읽고 공부해보면서 취업 준비하며 틈틈이 발췌용으로 써야지 일일이 답도 써보고 하며 파고들며 공부하기엔 힘든 책이라고 생각하였다. 정리 속도가 남다르다고 자부하는 이라면 도전하는 것을 말리진 않지만 권하고 싶은 접근은 아니다. 효율적으로 면접 준비하는 데 유용한 원하던 면접특화서는 전혀 아니었지만, 어쨌든 독서 동기는 충분히 충족시켜준 책이었고, 하반기 취업전략과 공부계획을 세우는 데 꽤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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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마케팅 - 당신의 마케팅은 10년 후에도 기업을 지킬 수 있는가?
엄서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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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마케팅] 초석일까 제안일까, 지금은 판단 보류

 

 

배송 받은 책을 보고 잠시 긴장하였다. 경제경영서가 양장본인 경우는 보통 두 가지이다. 전공서이거나 저자나 출판사가 작정하고 쓴 책이거나. 무슨 경우든 읽어 줄 테니 덤비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웬걸, 한 시간 쯤 걸렸을까 재밌어서 단숨에 읽었다. 문제는 평가이다. 경제경영서는 폐기, 임박, 혜안 셋으로 나눌 수 있다. 폐기는 출간 시점에 이미 유효성이 끝난 콘텐츠로 그럼에도 이 부류의 책을 찾는 것은 그 중에 해당 주제의 내용과 결과를 잘 정리한 보고서가 있기 때문이다. 임박은 유효성이 6개월 이내인 책으로 당장의 시장 주요 쟁점(핫이슈)과 수많은 전공자들이 던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살펴보며 시장 정보와 감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읽는다. 혜안은 미래를 내다보거나 (진정한 의미의) 트렌드를 정확히 꿰뚫어보는 책이다. 그런데 <유스마케팅>은 다 읽고 나서도 이 책을 어디로 분류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긍정적, 부정적 가능성 모두 열어 둔 가운데 판단 보류로 처리하였다.

 

 

책을 읽기 전부터 기대가 무척 컸던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유스마케팅은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유스마케팅이란 개념은 2010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개념으로 독립 이슈로서의 이론서도 없다. , 아직은 매일 시장에서 던져지는 수많은 아이디어 중 하나에 가깝다. 유스마케팅 개념이 이론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넘어야 할 두 산이 있다. 첫째로 경영학 마케팅 분과의 브랜딩이다. ‘유스마케팅의 목적과 전략은 브랜딩의 최종 단계인 브랜드 충성도 강화와 거의 겹친다. 다른 하나는 가정학과 인간발달학에 기반을 둔 소비자학의 생애주기 마케팅이다. 유스마케팅의 범주인 영아소비자, 아동소비자, 청소년소비자, 20대소비자 각각이 학위 영역으로 학부생도 전공 뿐 아니라 아동학, 경영학, 심리학, 교육학 등도 함께 공부하며 익히는 영역이다. 이 모두를 유스마케팅한 개념으로 통합할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가.

 

 

마케팅과 브랜딩의 관계에 대해 저자는 브랜딩은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한다.”는 경영 잠언을 인용하면서 둘을 분리하는 입장을 취하며 유스마케팅을 그 중간의 가교 영역으로 보고 있다. 생애주기에 따라 소비자의 특성은 다르며 마케팅 전략도 세부화 시켜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미래 세대라는 공통분모로 충분히 통합적 마케팅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동안 마케팅에서 캐릭터와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저자 엄서영의 <유스마케팅> 키워드를 시각(Visual), 교육(Education), 이야기(Story) 셋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하는 완전한 디지털 세대가 등장하였다. 2007년생인 큰조카가 종이에 글씨 쓸 줄은 모르는데 문자메시지를 능숙하게 쓰는 것을 보며 충격 받은 적이 있는데, <유스마케팅>의 출발도 여기서 시작한다. 니콜라스 카의 주장처럼 사실상 웹과 디지털은 인간 발달과 행동의 패러다임을 뿐 아니라 뇌 구조, DNA도 바꿔버렸다.

 

 

SNS나 모바일 메시지에 가 없는 진지함을 두려워하고, 이미지와 영상을 첨부 여부가 웹문서 전문성 및 신뢰성의 척도이며, SNS지수로 사회성을 판단하고, 3줄 요약을 갈구하는 속도 강박의 세대이다. 그만큼 유스 세대의 관심과 집중을 이끌어내고 지속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무엇이든 보다 더 재밌어야 하고 보다 더 자극적이어야 한다. 1985년 브랜딩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로 잠재소비자 관리로서의 미성년자를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은 꾸준하였다. 문제는 기업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엔 모두 공감하나, 당장의 구매력이 없거나 미미하다는 점에서 있으나 이율이 거의 없는 어린이 전용 통장이라든가, 기업 견학이나 멘토링 등의 각종 교육프로그램 등 형식적이고 기본적인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마저도 무게 중심이 부모가 자식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와 지원을 하는 어린이 이하 타깃에 대부분 쏠려 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유스 세대는 키보드를 통해 기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으나 경제력과 구매력은 여전하고 대학생 소비자는 운동권이나 패션좌파가 아닌 이상 기업에 감언이나 취업을 의식한 의견 피력 이상은 하지 않는다.

 

 

저자 엄서영은 전공자임은 물론 14년 동안 유스마케팅 중심으로 기업 컨설팅과 마케팅 콘텐츠 개발을 한 베테랑 전문가이다. 그래서 <유스마케팅>도 이론보다 그녀의 그간 현장 경험을 십분 살린 사례 중심서로 구성하였다. 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저자가 국내 유스마케팅의 선두주자로 꼽는 세 기업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홈플러스의 유스마케팅 사례 뿐 아니라 책 속에 피력한 저자의 인맥을 통해 어떤 기업들이 이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유스마케팅>을 읽으면서 얻는 가장 큰 소득이다. 문제는 이론의 영역이다. 저자의 지적처럼 유스마케팅은 물건을 팔지 않는 독특한 마케팅 영역이다. 앞서 언급한 시각(Visual), 교육(Education), 이야기(Story) 전략을 통해 다양한 유스 소비자 친화적인 캐릭터 콘텐츠 개발과 스토리텔링 광고 및 캠페인, 재미와 자극 중심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유스마케팅의 주요 전략이다. 그런데 역시나 익숙한 느낌이다.

 

 

유스마케팅의 혁신성과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차별점과 정교성이 필요하다. 유스마케팅은 유스세대와 부모를 동시에 묶어 타깃으로 설정한다. 앞서 말한 최종 구매주도권과 경제력 때문이다. 유스세대는 브랜드를 스스로 인지하기 시작하는 3세부터 대학생까지이다. 저자가 미성년 소비자들을 세부화하지 않는 것은 통상의 척도처럼 학령별로 구별했을 때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 간의 간극, 초등학교 고학년과 청소년의 유사함,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간극 등 학문은 그 모든 것을 예민하게 포착해서 접근한다지만 기업 입장에선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세일즈를 목적으로 한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정교한 소비자 세부화는 기업에 비효율적이다. 기업이 유스세대를 잡는 이유는 단 하나, ‘친구 맺기(Friendship)’이다. 모든 유스마케팅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소비자와 친구처럼 돈독한 관계를 이끌면서 해비 브랜드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디지털 세대를 공통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시각과 이야기 소구 전략을 쓰고 연령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한다는 점 외의 더 이상이 <유스마케팅>에 없다. 교육프로그램과 관련해선 기존의 소비자 교육 영역과 차이가 없고, 시각과 이야기 소구 전략은 유스 세대 뿐 아니라 요즘의 광고 및 마케팅 트렌드 자체이다. 20대 전부가 대학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거니와 20대 취업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요즘 20대 소비자를 사회인과 학생으로 구분하는 실익이 별로 없다. 이 책에서 대학생 소비자를 다룬 부분의 대부분은 오히려 HR서로 가는 게 어울려 보인다. 대부분의 마케팅서가 미성년 소비자와 성인 소비자를 나누듯, 대학생 소비자가 아무리 경제력이 없다 한들 그들의 소비 양상은 미성년 소비자와 다르고 부모를 타깃으로 포함하는 것도 무리다. 그렇다고 472쪽이나 되는 책을 읽고 유스마케팅에 대해 유스마케팅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 최대한 소비자가 어릴 때부터 친구가 되자는 것입니다.”라는 한 문장밖에 가져갈 게 없다면 너무나 허무한 일이다.

 

 

인문사회 영역에서 새로운 것은 없다. 개념의 싸움이고 조작적 정의의 싸움이다. 유스마케팅의 담론은 거대하다. 가능만 하다면 이보다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것도 없다. 그리고 엄서영 <유스마케팅>은 그를 정리한 초석으로서 오랫동안 빛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황이 이게 전부라면 유스마케팅이 수많이 나오고 묻히는 제안(마케팅안) 그 이상이기엔, 어느 기업의 마케팅 팀 이름 중 하나 이상이기엔 좀 버거워보인다. 2010년 이후 유스마케팅이란 용어가 간간히 사용하고 있지만 좀처럼 책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도 야망은 크나 쉽지 않은 일임을 다들 알고 있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여전히 모르겠다. 사실 부정적 입장이 더 강하다. 그럼에도 판단 보류라며 책을 붙들어 주는 것은 경제력 없는 어린 잠재 소비자를 한 코로 꿰는 놀라운 방법이, 던져진 이 화두에 더 많은 전략과 사례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 다음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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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 - 환경운동의 역사이자 현재
윌리엄 사우더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레이첼 카슨] 지구를 구한 착한 몽상가

 

 

 

찰리브라운과 스누피로 유명한 만화 <피너츠>1963년 연재분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루시가 요즘 레이첼 카슨 타령만 한다는 슈로더의 볼멘소리에 루시는 우리 소녀들에게 여자 영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타임>이 선정한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중 한사람인 레이첼 카슨과 그녀의 불멸의 역작 <침묵의 봄>은 이제 전설이 되었다. 해양생물학자인 동시에 내는 책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그리고 중요한 당대 환경운동가로서 그녀는 많은 소녀들의 롤모델이 되었다. 성별을 판단할 수 없도록 풀네임보다 R.L.카슨이란 필명을 쓰길 권고 받았다는 것, 여자 대학을 졸업하였다는 것, 해양생물학자보다 작가로서 더 성공한 점을 봐도 당대의 여권이 어땠는지, 얼마나 사회가 영웅적 여성 캐릭터를 원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레이첼 카슨의 저작보다 평전이나 유소년용 위인전이 더 많이 출간되어 있다. <침묵의 봄>을 번역한 에코리브르에서 올해, 레이첼 카슨 사망50주기를 맞아 윌리엄 사우더가 쓴 평전 <레이첼 카슨>을 번역 출간하였다. 기존에 나온 어떤 레이첼 카슨 평전보다 두꺼우며, 그만큼 저자의 면밀하고 치열한 자료 조사가 돋보이는 평전이다. 어찌 보면 집요할 만큼의 추적에 감성적이고 예찬하는 문체가 더해져, 읽고 있노라면 자서전보다 더 레이첼 카슨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단짝과의 서신 교환을 거의 레즈비언 연애물처럼 재구성한다거나 저작이나 행실의 공과를 낱낱이 서술평가하는 것을 보며 평전이 나올 만큼 존경받는 위인으로 산다는 것이 꼭 좋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레이첼 카슨>은 단 한권의 책으로 그녀에 대한 웬만한 것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침묵의 봄>을 이미 읽었고 레이첼 카슨에게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즐거운 책이지만, <침묵의 봄>을 읽어 보기는커녕 그녀의 이름도 모르거나 이름 정도만 들은 독자들이 레이첼 카슨에 관심을 가져볼까 하며 입문하는 책으로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그녀의 저작 중 어떤 책을 읽어야 하고 현재는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은 무엇일지 판단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녀의 과학 서적 중 현재에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은 <침묵의 봄> 뿐이다. 이는 저자의 지적 한계 때문이기도 하고, 당대의 과학적 상식과 믿음이 그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출판계에 등장한 카슨식 글은 당시 충격적이었고 그래서 비판적 시선이 있었으나, 이는 오늘날 대중과학교양서의 가장 전형적인 전략이 되었다. 문학적 과학, 그 때문에 과학적 오류가 더 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학에 대한 일반대중의 열광적인 관심을 이끄는 데 크게 성공하였다.

 

레이첼 카슨은 과학과 문학의 본질이 같다고 생각하였고, 과학이든 문학이든 삶과 진리와 유리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녀의 몽상적이고 문학소녀스러운 기질도 한몫 하였다. 예를 들어 헨리 윌리엄슨에게 가장 영향 받은 사실이나, 당대 과학자들만큼 소설가들과도 교류하거나 그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을 봐도 글쓰기에 대한 그녀의 철학과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레이첼 카슨이 등장하기 전까지 과학자와 과학서의 책무는 논리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레이첼 카슨은 때론 비논리나 사실오류가 있더라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호소를 글에 담았고 그녀의 예상은 적중하였다. 세간에선 그녀의 저작들을 논픽션계의 <엉클 톰스 캐빈>으로 평가하였다. <엉클 톰스 캐빈>이 흥행하고 사회를 움직인 것도 날카롭고 이지적이어서가 아니었다.

 

레이첼 카슨의 책들은 그녀의 생전에만 해도 18개국에 번역되었다. 대중들은 과학자의 경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TV드라마를 보듯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궁금해 하거나 이런 얘기를 써달라 말라 같은 훈수나 열렬한 팬레터를 신문사와 레이첼 카슨에 보냈다. 특히 <침묵의 봄>은 그 책에서 환경운동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책이 되었으며, 환경에 대한 그녀의 문제의식은 대통령의 정책 판단을 바꿀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 그녀가 생전 가장 주목했던 살충제와 방사능이지만 결국 반환경물질이란 공통점에서 환경운동을 촉발시킨다. 그녀가 활발하게 활동했던 50, 60년 전의 미국은 대표적인 광고 카피가 화학으로 더 나은 삶을이었을 만큼 화학물질에 기대를 걸던 시대였고, 덕분에 그녀는 그녀의 유명세만큼 체제전복주의자, 반기업주의자, 공산주의자, 노처녀 등의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만큼 환경 운동이 본격화되고, 그녀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가 늘어 오늘날에 이른다.

 

유일무이한 여성 천재물리학자 마리 퀴리가 무지 때문에 방사능 피폭 부작용으로 사망했듯, 레이첼 카슨 역시 당대 의학의 한계 때문에 암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못 받아 단명하고 말았다. <침묵의 봄> 출간 후 불과 2년 만에 말이다. 무의미한 상상이지만 그녀가 장수하면서 직접 환경운동들을 이끌고, 그녀의 과학서들에 과학적 정교성을 더해갔으면 어땠을까. 아틀라스가 벌로 하늘을 이고 있었다면, 레이첼 카슨은 스스로 지구를 이는 아틀라스를 자처한 작은 거인이었다. 레이첼 카슨의 반향처럼 환경운동 자체가 모순적이고 감성적인 영역이다. 하지만 인류의 진보가 생태의 상생에, 지구의 운명을 해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브레이크란 점에서 착한 몽상가는 계속 필요하다. <레이첼 카슨>이 좇고 재구성한 레이첼 카슨의 삶의 궤적이 일깨우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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