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육아 - 후회와 불안뿐인 감정에서 벗어나 다정하고 단단한 내면을 만드는
이현정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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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육아] 단단한 부모, 건강한 육아를 만드는 ‘인정’





‘코로나19’ 시대에 ‘첫’ 아기를 ‘조산’하였다. 역대 최저 출생수인 2023년, 공사 각종 산전 프로그램이 거의 없고 산후조리원은 운영하나 조동을 사귈 수 없는 시절이었다. 첫 출산에 이제 베이비 페어도 예약하고 출산 준비를 해보려는 찰나에 응급 조산까지 한 나의 육아는 처음부터 엉망진창이고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었다. 동네 또래 맘을 사귀어보려 해도 나도 나이가 많은 편이고 아이도 매번 설명을 해야 하는 조산아라 쉽지 않았다. 남들은 고단하겠다고 안쓰러워했지만 우리 모녀와 같은 상황인 고위험 산모와 조산아로 바글거리는, 출산한 대학병원 추적 진료 시간이 가장 편안했다. 혼자 산전에 육아 공부를 더할 것 많이 후회했다. 아이를 낳고 매번 육아서적을 찾아보는 건 촉각을 다투고 필요 최소한만 간신히 해나가는 정도였다.



가정보육에 모유수유를 고집했던 나는 20개월이 넘어서야 시간적으로 심리적으로 조금 여유가 생겼고 집 밖에 SOS를 청하기 시작하였다. 지자체에서 하는 육아 상담과 강의를 듣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육아 공부 뿐 아니라 부모 교육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그 독서도 해보자 책을 찾아보다가 이현정 작가의 <인정 육아> 책을 발견하였다. <기다림 육아(2018)>, <초등 매일 습관의 힘(2020)>, <사춘기 딸에게 힘이 되어주는, 부모의 말 공부(2023)>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육아 서적인 이현정 작가. 고2 딸이 있고, 육아 상담과 강연을 한 지 16년차라고.



행복하지만 외롭고 고단할 때가 많은 내 첫 육아 여정. <인정 육아>를 읽는 시간은 엄청 획기적이고 유용한 부모 교육 수업을 듣는 느낌이라기보다, 그 동안 충분히 할 만큼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돼하고 토닥토닥 위로 받고 인정받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요즘은 워낙 한 자녀만 두는 집들이 많으니 나와 비슷하거나 더 악조건인 상황이 아니어도 평균적인 부모들의 불안도와 막막함이 크고 이런 책과 수업의 수요는 꾸준히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의 반대말은 긍정이 아니라 ‘인정’이다.” 이 책을 시작하는 말이자,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장이다. 작가의 첫 책인 <기다림 육아>의 ‘기다림’과 이어지는 개념이기도 하다. 아이도 부모인 자신도 모두 인정해야 한다.



육아를 하면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당황스러움과 버거운 감정. 문제는 부모의 이런 감정을 자녀도 알아차리고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쉽지는 않지만 마음이 단단한 부모가 건강한 육아를 할 수 있고, <인정 육아>는 그런 부모로 성장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책의 큰 장이 끝날 때마다 있는 마음 챙김 페이지와, 맨 뒤에 있는 필사 노트는 강의 듣는 기분도 들고 스트레스 풀고 진정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지금 당장의 영유아기 육아 뿐 아니라 청소년기 육아까지 계속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고, 육아 전문가이기 전에 선배 부모이기도 한 작가의 경험에 기반을 둔 내용들이라 열심히 읽어본다.



<인정 육아>를 읽고 나서도 일상과 육아 난이도가 변한 건 없다. 늘 시간에 쫓기며 육아와 부모 공부를 하고, 갑자기 아프다거나 낮잠을 안 잔다거나 등등 하루가 멀다 하고 내 체력과 정신력을 무너뜨리는 아이 상황과 마주 한다. 그래도 이런 책이나 강의를 듣고 나면 한 동안 감정도 침착해지고 뭔지 모를 힘과 자신감을 충전하곤 한다. 이현정 작가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졌다. 시간 내서 부모 교육 강의를 듣기 힘든데 그게 절실히 필요한 분들께 추천한다. 자주 외롭고 힘든 육아 여정, 부모 여정에 응원이 되고.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가 독서 부담이 적다. 오늘도 우당탕탕 아이와 성장 중인 이 땅의 모든 부모들, 함께 힘내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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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아가
이해인 지음, 김진섭.유진 W. 자일펠더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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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아가] 20년 만에 나온 이해인 수녀의 영문 번역 시선집 개정판, 
만듦새와 소장 가치는 좋으나 추가 수록이 없는 것은 아쉬워


 

“일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뭔가요? 그걸 단념할 수 있나요?” 수도회 입회 면담에서 받았던 질문 중 이 질문에 답하고 정리하는 일이 가장 마음 부침이 심했다. 결국 일상으로 돌아오며 지켜냈던 꿈을 십 년도 채 못 되어 엄마로 살기 시작하며 당연하게 놓아야 했다. 정신없이 지내며 잘 참아 왔는데 마흔이 되니 자주 초조하고 속이 갑갑하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눈꽃 아가>를 쉴 때 틈틈이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수녀님은 내가 태어났을 때에도 이미 유명한 시인이셨다. 그런 수녀님도 입회 후 자유롭게 글을 쓰고 발표하게 되기까지 꽤 많은 세월이 걸렸을 줄이야. 수녀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동시대를 살고 있음이 감사하고 이런 분이 글을 안 쓰고 사는 것이 상상이 안 되는데 이번에 알고 놀랐다.

 
이제 우리나라도 노벨 문학상 국제 주요 문학상 수상을 하고, 해외 번역이 활발하다. 그래서 학창 시절 때와 다른 기분으로 우리 문학의 번역을 살펴보게 된다. 2025년 7월 출간한 <눈꽃 아가>는 2005년 같은 제목, 같은 출판사(열림원)에서 출판된 시집을 20년 만에 개정판으로 내놓은 시집이다. 처음 나올 때 등단(1970년) 이후 2005년까지 출간한 7권의 시집 중 자연을 소재로 한 60편의 시를 엄선해 자연, 사랑, 고독, 기도 네 가지 주제로 각 주제별 15편씩 담은 시선집이다. 단순 시선집으로 그치지 않고 김진섭과 유진 W. 자일펠더 신부가 영문 번역하여 원시와 병기해놓은 시집이다. 『민들레의 영토』 등 대표시의 번역부터 찾아봐도 좋고, 출판사의 편집대로 순서대로 읽어봐도 좋다. 


수녀님 성정을 꼭 닮은, 특유의 맑고 예쁜 언어를 보며 일상의 고단함과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놓는다. 나처럼 이제야 수녀님의 영문 번역 시선집을 처음 읽어보는 분들이나 이해인 수녀의 대표시집 한 권을 선물용이나 소장용을 찾는 분들께 추천하는 책이다. 표지도 세련되고 손에 착 감기는 크기와 무게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나 저제나 수녀님의 건강과 소식을 궁금해 하며 새 글을 기다리는 팬들에겐 아쉬운 개정판이다. 20년 만에 개정되었는데 추가 수록이나 내용 수정이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책 서두에 추가한 개정 작가의 말을 읽는 정도로만 수녀님 새 글에 대한 갈망을 해소해야 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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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건너는 집 특서 청소년문학 44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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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건너는 집(개정판)] 그럼에도 현재를 선택하는 청소년이 많아지길 바라며

아무래도 성인이 되고 나서 청소년 도서를 찾아 읽고 잘 알기가, 청소년 자녀를 양육하거나 청소년 교육자가 아닌 입장에서 쉽지가 않다. 글을 알고 나서 평생 독서할 수 있긴 하지만 독서에 때가 있고, 가장 많이 독서할 수 있고 효과가 있는 때가 있다고 믿는 편이다. 청소년 도서는 청소년 시기에 읽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유명한 청소년 문학 작품들을 읽어 보면 성인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작품들이 많다. 그게 문학의 힘인 것 같다. 김하연 작가의 <시간을 건너는 집>은 몇 년 전 내가 사는 자치구 도서관에서도 올해의 책으로 꼽혔었고, 곳곳에서 추천 도서로 언급되는 유명 소설인 것 잘 알고 있었다. 안 그래도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며 벼르고 있던 책인데 올해 개정판이 나왔다 하여 읽어 보았다. 읽어 보니 초판과 본문 차이는 없고 표지와 창작 노트가 좀 다르다. 2023년에 나온 <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 시간을 건너는 집2>에 맞춰 표지를 재단장 했다고.

시간의 집에 모일 수 있는 인원은 4명, 4명이 모두 모여야 시간의 집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다. 4명은 올해의 마지막 날까지 심사숙고 끝에 과거, 현재,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세 개의 문 앞에 서고 1명씩 문을 선택해 나간다. 그 선택을 하기까지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지만 최종 선택은 본인만 알고 있어야 한다. 선택한 문을 들어서면 4명은 각자 원하는 시기로 가 새 삶을 살게 되고 시간의 집과 서로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다. 그 때까지 이 다섯 가지 규칙을 반드시 숙지하고 지켜야 한다. 첫째, 누구에게도 이 집에 대해 발설해서는 안 된다. 둘째,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반드시 이 집에 와야 한다. 셋째, 어떤 문을 선택하든 '죽음'에 관한 일을 바꿀 수 없다. 넷째, 문을 선택해 들어가는 순간 이 집에 대한 기억은 모두 사라진다. 다섯째, 문에 들어가기 전 노트에 자신의 소망을 적는다.

초판의 창작 노트도 좋았는데 개정판에 초판 창작 노트가 실리지 않고 출간 5년이 넘은 시점으로 다시 쓴 창작 노트만 실려 아쉬웠다. 초판 창작 노트를 보면 청소년들이 ‘현재의 문’을 선택했으면, 그만큼 청소년들의 삶이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간을 건너는 집>에서 시간의 집은 시간의 집이 필요한 청소년이 생길 때마다 다시 열리는데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하고 이번 시간의 집은 3년 만에 열렸다고 한다. 시간의 집에 들어올 수 있는 사연 있는 힘든 상황에 처한 청소년으로, 시간의 집이 열리는 주기가 짧아지는 건 그만큼 힘든 청소년이 늘어나는 세태임을 반증한다. 강민, 자영, 선미, 이수 역시 각자 절실한 사연들이 있었고 각자 선택을 한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고 읽기 쉬운 문장과 구성이라, 스포일러 찾지 않고 그냥 쭉 읽어보길 바란다. 청소년들에 대한 성인인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많은 이들이 추천하듯 나 또한 이 책을 다 읽고 남들에게 추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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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우리 사람 열린책들 세계문학 294
그레이엄 그린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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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우리 사람] 1950년대 쿠바에서 펼쳐지는 가짜 스파이 스릴러

 

 


 

냉전 시대 끝물에 태어나 10대가 되기 전까지 반공교육을 받은 ‘낀 세대’다. 시대가 바뀌었어도 과거의 기억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보니 ‘빨갱이’, ‘공산주의’, ‘멸공’ 등의 단어가 늘 불편하고 거리감이 있다. 책을 선택할 때도 그랬다. 그래서 <아바나의 우리 사람> 소재를 보고 너무 끌렸다. 냉전 시대의 스파이 스릴러라니, 게다가 코미디 요소까지 있다니.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 평소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은 믿고 보고 모으고 있는 터라 출판사의 안목과 선택에 기대가 가서 망설임 없이 선택하였다.


 

1958년 발표된 영국 소설 <아바나의 우리 사람>, 영국 태생으로 평생 영어로 작품 활동을 한 그레이엄 그린의 사후 저작권을 스위스의 한 출판사에서 독점하고 있어서 검색해보니 스위스에서 사망했다고.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던 중견 작가 시절의 작품이다 보니 힘과 패기도 넘치고, 문장과 전개가 노련하고 뻔뻔하다. 소설이 너무 재밌어서 역자 후기와 출판사 책 소개 글까지 열심히 읽어봤는데 작가가 실제로 공산 당원 가입 이력도 있고, 영국 비밀 정보 요원 활동도 했었다고. 


 

<아바나의 우리 사람>은 쿠바 혁명 직전인 195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펼쳐지는 영국 비밀 정보부 요원의 좌출우돌 활동기이다. 쿠바에서 진공청소기 판매상을 하던 영국인 제임스 워몰드가 돈이 궁해 얼떨결에 영국 비밀 정보부 요원이 되면서 벌어지는 웃지 못 할 촌극의 향연이다. 가짜 요원들을 만들고 가짜 보고서를 제출하는데, 어쩌다 겹친 우연들에 그 보고서의 내용이 실제가 되어 버리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꼬여버린다. 그래서 스릴러지만 코믹한데, 마냥 웃을 수 없는 시대 풍자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그레이엄 그린의 여러 작품들이 번역되었지만 실제 유명세와 작품 수에 비해서 턱없이 덜 소개된 편이다. 그레이엄 그린은 소설가면서 극작가, 문학 평론가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아바나의 우리 사람>도 영화화하면 재밌었겠다 싶을 정도로 책을 읽으면서 영상이 쉽게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고 흥미진진하였다. 이제라도 이 작가를 알아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재밌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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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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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

내가 작가고 생의 끝을 예감했다면, 마지막에 어떤 책을 쓸까. 아주 오랜만에, 폴 오스터의 이름을 들었다. 그는 적당히 지적 허영을 부리며 쉴 새 없이 읽고 쓰고 말하던 내 스물을 채우던 작가 중 하나였다. 그의 대표작들의 내용이 이제 잘 생각이 나질 않는 지금 <바움가트너> 출간 소식으로 그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가슴이 뛰고 흥분하였다. 열린책들에서 2025년 4월 정영목 번역으로 출간한 <바움가트너>는 폴 오스터 사망 1주기에 맞춰 내놓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폴 오스터를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어서일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그가 동시대를 산 인물이었다는 게 생경하다.

은퇴를 앞둔 노교수 사이 바움가트너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바움가트너>. 폴 오스터가 죽기 1년 전 완성하고 발표한 소설이다. ‘정원사’를 뜻하는 주인공의 성씨처럼 이 소설은 뭔가 식물 같다. 10년 전 사고로 아내를 잃고 상실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살아가는 주인공은 어느 날 연거푸 실수와 사고를 겪으며 문득 아내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 둘 떠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내를 기억하는 일로 바움가트너는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아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거나 바움가트너의 전공이 철학이라는 등의 설정이 폴 오스터가 이 소설에 자신을 많이 투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250쪽이 채 되지 않는 얇은 책이지만 편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아주 어려운 문장도, 손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줄거리도 아니지만 책에 계속 집중하고 읽는 중간 중간 여러 생각에 빠지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게 문학의 힘이구나 40년 넘게 끊임없이 책을 완성해 온 작가의 내공이구나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노년과 사별한 나의 삶을 자꾸 상상하고 주인공에 이입하며 책을 읽었다. 젖먹이를 키우며 문학도, 청춘도, 좋아했던 작가도 까맣게 잊고 살았던 일상에 <바움가트너>를 읽었던 2025년의 봄은 많이 생각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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