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마케팅 - 당신의 마케팅은 10년 후에도 기업을 지킬 수 있는가?
엄서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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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마케팅] 초석일까 제안일까, 지금은 판단 보류

 

 

배송 받은 책을 보고 잠시 긴장하였다. 경제경영서가 양장본인 경우는 보통 두 가지이다. 전공서이거나 저자나 출판사가 작정하고 쓴 책이거나. 무슨 경우든 읽어 줄 테니 덤비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웬걸, 한 시간 쯤 걸렸을까 재밌어서 단숨에 읽었다. 문제는 평가이다. 경제경영서는 폐기, 임박, 혜안 셋으로 나눌 수 있다. 폐기는 출간 시점에 이미 유효성이 끝난 콘텐츠로 그럼에도 이 부류의 책을 찾는 것은 그 중에 해당 주제의 내용과 결과를 잘 정리한 보고서가 있기 때문이다. 임박은 유효성이 6개월 이내인 책으로 당장의 시장 주요 쟁점(핫이슈)과 수많은 전공자들이 던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살펴보며 시장 정보와 감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읽는다. 혜안은 미래를 내다보거나 (진정한 의미의) 트렌드를 정확히 꿰뚫어보는 책이다. 그런데 <유스마케팅>은 다 읽고 나서도 이 책을 어디로 분류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긍정적, 부정적 가능성 모두 열어 둔 가운데 판단 보류로 처리하였다.

 

 

책을 읽기 전부터 기대가 무척 컸던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유스마케팅은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유스마케팅이란 개념은 2010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개념으로 독립 이슈로서의 이론서도 없다. , 아직은 매일 시장에서 던져지는 수많은 아이디어 중 하나에 가깝다. 유스마케팅 개념이 이론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넘어야 할 두 산이 있다. 첫째로 경영학 마케팅 분과의 브랜딩이다. ‘유스마케팅의 목적과 전략은 브랜딩의 최종 단계인 브랜드 충성도 강화와 거의 겹친다. 다른 하나는 가정학과 인간발달학에 기반을 둔 소비자학의 생애주기 마케팅이다. 유스마케팅의 범주인 영아소비자, 아동소비자, 청소년소비자, 20대소비자 각각이 학위 영역으로 학부생도 전공 뿐 아니라 아동학, 경영학, 심리학, 교육학 등도 함께 공부하며 익히는 영역이다. 이 모두를 유스마케팅한 개념으로 통합할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가.

 

 

마케팅과 브랜딩의 관계에 대해 저자는 브랜딩은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한다.”는 경영 잠언을 인용하면서 둘을 분리하는 입장을 취하며 유스마케팅을 그 중간의 가교 영역으로 보고 있다. 생애주기에 따라 소비자의 특성은 다르며 마케팅 전략도 세부화 시켜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미래 세대라는 공통분모로 충분히 통합적 마케팅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동안 마케팅에서 캐릭터와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저자 엄서영의 <유스마케팅> 키워드를 시각(Visual), 교육(Education), 이야기(Story) 셋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하는 완전한 디지털 세대가 등장하였다. 2007년생인 큰조카가 종이에 글씨 쓸 줄은 모르는데 문자메시지를 능숙하게 쓰는 것을 보며 충격 받은 적이 있는데, <유스마케팅>의 출발도 여기서 시작한다. 니콜라스 카의 주장처럼 사실상 웹과 디지털은 인간 발달과 행동의 패러다임을 뿐 아니라 뇌 구조, DNA도 바꿔버렸다.

 

 

SNS나 모바일 메시지에 가 없는 진지함을 두려워하고, 이미지와 영상을 첨부 여부가 웹문서 전문성 및 신뢰성의 척도이며, SNS지수로 사회성을 판단하고, 3줄 요약을 갈구하는 속도 강박의 세대이다. 그만큼 유스 세대의 관심과 집중을 이끌어내고 지속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무엇이든 보다 더 재밌어야 하고 보다 더 자극적이어야 한다. 1985년 브랜딩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로 잠재소비자 관리로서의 미성년자를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은 꾸준하였다. 문제는 기업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엔 모두 공감하나, 당장의 구매력이 없거나 미미하다는 점에서 있으나 이율이 거의 없는 어린이 전용 통장이라든가, 기업 견학이나 멘토링 등의 각종 교육프로그램 등 형식적이고 기본적인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마저도 무게 중심이 부모가 자식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와 지원을 하는 어린이 이하 타깃에 대부분 쏠려 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유스 세대는 키보드를 통해 기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으나 경제력과 구매력은 여전하고 대학생 소비자는 운동권이나 패션좌파가 아닌 이상 기업에 감언이나 취업을 의식한 의견 피력 이상은 하지 않는다.

 

 

저자 엄서영은 전공자임은 물론 14년 동안 유스마케팅 중심으로 기업 컨설팅과 마케팅 콘텐츠 개발을 한 베테랑 전문가이다. 그래서 <유스마케팅>도 이론보다 그녀의 그간 현장 경험을 십분 살린 사례 중심서로 구성하였다. 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저자가 국내 유스마케팅의 선두주자로 꼽는 세 기업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홈플러스의 유스마케팅 사례 뿐 아니라 책 속에 피력한 저자의 인맥을 통해 어떤 기업들이 이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유스마케팅>을 읽으면서 얻는 가장 큰 소득이다. 문제는 이론의 영역이다. 저자의 지적처럼 유스마케팅은 물건을 팔지 않는 독특한 마케팅 영역이다. 앞서 언급한 시각(Visual), 교육(Education), 이야기(Story) 전략을 통해 다양한 유스 소비자 친화적인 캐릭터 콘텐츠 개발과 스토리텔링 광고 및 캠페인, 재미와 자극 중심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유스마케팅의 주요 전략이다. 그런데 역시나 익숙한 느낌이다.

 

 

유스마케팅의 혁신성과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차별점과 정교성이 필요하다. 유스마케팅은 유스세대와 부모를 동시에 묶어 타깃으로 설정한다. 앞서 말한 최종 구매주도권과 경제력 때문이다. 유스세대는 브랜드를 스스로 인지하기 시작하는 3세부터 대학생까지이다. 저자가 미성년 소비자들을 세부화하지 않는 것은 통상의 척도처럼 학령별로 구별했을 때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 간의 간극, 초등학교 고학년과 청소년의 유사함,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간극 등 학문은 그 모든 것을 예민하게 포착해서 접근한다지만 기업 입장에선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세일즈를 목적으로 한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정교한 소비자 세부화는 기업에 비효율적이다. 기업이 유스세대를 잡는 이유는 단 하나, ‘친구 맺기(Friendship)’이다. 모든 유스마케팅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소비자와 친구처럼 돈독한 관계를 이끌면서 해비 브랜드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디지털 세대를 공통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시각과 이야기 소구 전략을 쓰고 연령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한다는 점 외의 더 이상이 <유스마케팅>에 없다. 교육프로그램과 관련해선 기존의 소비자 교육 영역과 차이가 없고, 시각과 이야기 소구 전략은 유스 세대 뿐 아니라 요즘의 광고 및 마케팅 트렌드 자체이다. 20대 전부가 대학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거니와 20대 취업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요즘 20대 소비자를 사회인과 학생으로 구분하는 실익이 별로 없다. 이 책에서 대학생 소비자를 다룬 부분의 대부분은 오히려 HR서로 가는 게 어울려 보인다. 대부분의 마케팅서가 미성년 소비자와 성인 소비자를 나누듯, 대학생 소비자가 아무리 경제력이 없다 한들 그들의 소비 양상은 미성년 소비자와 다르고 부모를 타깃으로 포함하는 것도 무리다. 그렇다고 472쪽이나 되는 책을 읽고 유스마케팅에 대해 유스마케팅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 최대한 소비자가 어릴 때부터 친구가 되자는 것입니다.”라는 한 문장밖에 가져갈 게 없다면 너무나 허무한 일이다.

 

 

인문사회 영역에서 새로운 것은 없다. 개념의 싸움이고 조작적 정의의 싸움이다. 유스마케팅의 담론은 거대하다. 가능만 하다면 이보다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것도 없다. 그리고 엄서영 <유스마케팅>은 그를 정리한 초석으로서 오랫동안 빛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황이 이게 전부라면 유스마케팅이 수많이 나오고 묻히는 제안(마케팅안) 그 이상이기엔, 어느 기업의 마케팅 팀 이름 중 하나 이상이기엔 좀 버거워보인다. 2010년 이후 유스마케팅이란 용어가 간간히 사용하고 있지만 좀처럼 책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도 야망은 크나 쉽지 않은 일임을 다들 알고 있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여전히 모르겠다. 사실 부정적 입장이 더 강하다. 그럼에도 판단 보류라며 책을 붙들어 주는 것은 경제력 없는 어린 잠재 소비자를 한 코로 꿰는 놀라운 방법이, 던져진 이 화두에 더 많은 전략과 사례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 다음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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