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27가지 방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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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취향이다.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이라니. 살면서 느껴왔던 ‘진지한 농담’ 의 무게를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단어들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Die Kunst Des Lassigen Anstands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27가지 방법

알렉산더 폰 쇠부르크 지음

추수밭



저자는 이 시대를 ‘어른이 사라진 시대’ 라고 운을 떼며 책을 시작한다. 어른이 사라진 시대에 어른으로 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상으로 삼을 만한 좌표조차 없어진다면 내가 지금 서있는 곳을 가늠할 수 없게 되고, 나아가 오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가능성조차도 사라지기 때문(p27)’ 이라며, 우리에게 원칙, 기준, 좌표체계는 삶을 살아내는 데 매우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한다. 저자가 27가지의 오래된 덕목을 책으로 정리한 이유이기도 하다.


27가지의 덕목들을 키워드만 정리해본다.곧바로 와닿는 명사들도 있고, 함께 있는 문장을 읽어야 내용을 유추해볼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어떤 것은 내가 추구하는 것과 결을 같이 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포기하고픈 덕목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도 전에 목차의 키워드만으로도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기게 되는 순간이다. 


​현명함, 유머, 열린마음, 자족, 격식, 겸손, 충실, 정조, 동정심, 인내, 정의, 스포츠맨십, 권위, 데코룸, 친절, 인자함, 솔직함, 관후함, 절제, 신중함, 쿨함, 부지런함, 극기, 용기, 관용, 자부심, 감사함



나는 친절한 사람이 좋다. ( 그렇다고 해서 내가 ‘친절한’ 사람인지는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 ‘아직 살만한 세상’ 등의 제목을 단 기사들을 좋아한다. 여러 덕목 중 ‘친절’ 이 가장 먼저 눈에 띈 까닭이기도 하다. 저자의 주장처럼 ‘친절이란 덕목은 타인과 관련된 것이기에 이기심으로 가득한 오늘날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p259)’ 것일지도 모르고.



가장 단순한 차원에서 친절은 타인을 ‘알아차린다’는 것을 뜻한다.

- p259



읽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문장이다. 크나큰 ‘관심’ 까지 아니더라도 내 주위에 누군가 타인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친절의 시작이라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왜 존중과 관심을 받으면 행복감을 느낄까.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마크 리어리 Mark Leary는 사회적 거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사에서 인간의 생존은 집단의 사소한 호의에 좌우되어 왔다. 여기서 배척당하는 일은 작은 죽음처럼 느껴질 뿐 아니라, 공동체부터의 추방은 오랜 시기에 걸쳐 실제로 죽음을 뜻했다.

- p266



저자는 고전의 문장과 다양한 연구자료들을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들고, 각 장의 마지막에는 해당 덕목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하는 결론을 정리해두고 있다. ‘친절’ 에 관해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마주한 사람에게 미소를 지어보자


의식적으로 상대방 눈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그 순간 잠깐이라도 좋으니 인간적으로 통해보자. 그리고 불친절한 대접 따윈 담아두지 말고 태연하게 넘기자. 무례는 상대방의 잘못이지 당시의 잘못이 아니다. 

- p266



책의 본문은 화려한 컬러를 배제하고 검은색 계열로 통일되어 있다. 페이지의 동그란 점과, 그 아래에 찍힌 또 다른 점은 잉크 한 방울이 책을 타고 흐른 것처럼 시선을 앗아간다. 모든 페이지에 방점을 찍은 듯한 느낌이랄까. 




 


페이지 중간중간 Q&A 형식의 페이지를 두어 해당 장의 덕목과 관련된 질문과 답이 수록하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는 답변일지 모르지만 저자의 일관된 생각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동서양의 가치관의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부분도 보인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우리에게 ‘당연한’ 것( 혹은 그렇게 보이는 것)들이 담겨있기도 하다. 




일을 진행함에 있어 약간의 ‘완벽주의’ 가 있는 나는 종종 스트레스를 받고는 했다. 이는 타인과의 협업에 있어서 종종 트러블의 원인이 되고는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보다는 남탓을 해왔다고 고백해본다. 책 속에서 이 문장을 만나는 순간, 보는 이도 없는데 혼자 얼굴을 붉혀야했다. ‘기승전 육아’ 모드로 돌변하여, 일 뿐만 아니라 혹시 아이에게도 그래왔던 것은 아닌가 떠올려보기도.


​타인에게 엄격한 잣대는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에서 비롯된다.

- p267 , 인자함




인자함에 대한 이야기를 위해 중세 전성기 유럽기사들의 덕목인 ‘밀테 milte’(인자함, 관대함) 과 일본 무사들의 ‘무사의 정’ 을 비교하여 설명하는 것도 흥미롭다. ‘유럽의 기사제도가 본래의 로마 사상과 기독교에 의해 변주된 로마 사상의 잔재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일본 봉건계급의 도덕률은 불교와 유교, 신도로부터 그 양분을 공급받고 있다. 즉 불교로부터는 생에 대한 초연함을, 유교로부터는 몇몇 매력적인 도덕적 가르침을, 신도로부터는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를 물려받았다. (p270)‘ 



‘쿨함’ 이라는 덕목에 쓰인 ‘사춘기에서 벗어났으면 태연함과 무심함을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라는 제목에 웃음이 터졌다. 사춘기 초입의 허세뿜뿜하는 아이가 떠올라서다. 과연 ‘쿨함’은 정말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 쿨함과 친절함, 즉 고대의 차갑고 균형잡힌 영웅상과, 인자함이 중요한 구실을 하는 고대 이후의 이상이 서로 모순되지 않는가’ 라는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저자는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하여 스토아주의를 끌어오고, <카라마조프 형제들> 의 내용을 인용하며, 토마스 아퀴나스를 소환한다. 


‘너무 부지런하기에 게으름에 빠진다’ 는 장 또한 흥미롭다. 솔직히 ‘부지럼함’ 이라는 덕목은 내게 있어 가장 자신없는 덕목이다. 마리 폰 에브너 에셴바흐의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미뤄둔 일이 우리를 피곤하게 만든다.” 란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미뤄둔 일이 너무나도 많다!!) 이 장에서는 고전보다는 다양한 자기계발서들의 주장이 발췌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게으름에는 네 종류가 있다. 가장 확실한 것은 육체적 게으름이다. <중략> 


그 다음에는 정신적 게으름이다. 이는 오늘날 만연한 현상으로, 어떤 주제에 대해 겨우 30초 생각한 뒤 최종 판단을 내리고 거기에 해시태그를 다는 식이다. 


도덕적 게으름도 있다. 도덕적 질문과 결정을 외면하고, 저항이 가장 적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중략>


가장 끔찍한 형태의 게으름은 정신적, 영적 게으름이다. 보다 원대한 것을 추구하기를 멈출 때 정신은 불안과 공허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 p351



나는 어떤 게으름에 빠져있는가. 



1969년에 유서 깊은 귀족가문에서 태어나 베를린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베를린판 편집자와 <쥐트도이체 자이퉁>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독일문학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우아하면서 가볍게 전달할 줄 아는’ 이로 알려져있다. 


“ 일상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높이가 그가 살아온 인생을 말해준다 “ 라고 했다. 연휴동안 450여페이지의 제법 두꺼운 책을 읽으며 스스로의 모습을 반추해봤다. 난 ‘진짜 어른’ 인 것일까. 슬프게도 자신있게 ‘그렇다’ 라고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믿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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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의 눈 Dear 그림책
아르투르 스크리아빈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최혜진 옮김 / 사계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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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안나 콘세이요가 「까치밥나무 열매가 익을 때(Quand les groseilles seront mûres)」 에서 누군가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슬쩍 내비췄다면, 이번 「세네갈의 눈」에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한다. 아르투르 스크리아빈의 글을 담아내면서도 요안나 콘세이요만의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만 같은 기대가 차올랐다.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책이 내게 늘 그래왔 듯, 찬찬히 오래 들여다봐야겠지만. 




세네갈의 눈

Sénégal

아르투르 스크리아빈 글,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최혜진 옮김

사계절



책을 펼치자 꽃무늬의 면지가 나타난다. 페이지 사이에 꽂혀있는 듯한 책갈피 같은 태그. 페이지 사이사이 그려진 작은 일러스트들은 압화나 책갈피가 실제로 꽂혀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덕분에 누군가의 오래된 일기를 몰래 펼쳐본 것만 같다. 오래된 사진이 들어있는 낡은 앨범 같기도 하다. 이런 일러스트들은 그것들에 묻어있을 아련한 추억들을 궁금하게 하는 장치들이 된다.



 


"내가 어렸을 때..." 라는 화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첫 페이지의 키스를 하고 있는 젊은 부부는 누구일까. 입고 있는 옷과 프레임 주위의 장미를 보며 누군가의 결혼식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화자의 부모님의 결혼식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화자 본인의 결혼식일지도 모르고. 그리고 이어지는 목소리. "... 세네갈에 눈이 내렸어".


아프리카에 있는 세네갈에 눈이 내렸다니, 당시 일곱살이었다는 화자에게는 매우 인상적인 기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에 한가지 기억이 더 각인된다.


그 빛 한가운데서, 그 눈 한가운데서,

엄마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

울고 있었어





구멍난 반바지와 티셔츠만을 입고 뛰어나가 눈을 구경할 때 죽을 만큼 추웠으나, 내리던 눈은 은은하고 아름다운 꽃잎 같았다는 아이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울고 있던 엄마를 바라본다. 그리고 '엄마는 슬프지 않았어. 엄마는 작은 소녀처럼 보였어' 라고 생각한다.


가득 찬 것과 텅 빈 것, 기억과 망각, 말과 침묵들이 페이지에 가득찬다. 어떤 등장인물들도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화자의 독백으로만 진행되고, 짧은 텍스트임에도 이야기는 느릿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일러스트에 시선이 오래 머물러있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일러스트는 회색과 푸른색, 그리고 그 외의 컬러가 번갈아 나타난다. 연필선이 오롯이 드러나는 일러스트를 들여다보며 어른이 된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 혹은 자신만의 환상을 덧칠했을지도 모르는 기억들을 연결지어 보려 애쓰다보니, 내게는 회색은 압도적인 정적의 느낌으로 다가오고, 푸른색은 또 다른 시간의 기억처럼 느껴졌다.


엄마는 왜 울고 있었던 것일까. 이 모습들은 당시 어린 아이의 시선에 각인된 모습들일까. 영화 「연인」 속 양갈래 머리 소녀를 떠오르게 하는 검은 머리 소녀는 누구인가.




눈이 내린 세네갈의 풍경이었을지, '멀고 평화로운 다른 시간' 속의 추억일지 모르는 장면 속의 여우는 동그란 액자 속의 동물과 매우 유사하다.


 



나는 일러스트 속 나방을 보며 누군가의 죽음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희미해진 남자의 실루엣과 의자를 지고 떠나는 뒷 모습의 사람을 보며 이별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아이의 외로움이 크게 다가오기도 했다.

 



텍스트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미지들은 얼핏 당혹스럽기도 하다. 결국 독자는 그 미묘한 어긋남을 메우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끌어올 수 밖에 없다. 내 부모님의 기억, 다른 책 속에서의 장면들, 영화의 한 장면이나 다른 이에게 들었던 소문들 등이 여백을 채우며 '끝나버린 사랑','외로움', '풍요로운 자연과 대비된 어떤 결핍', '환상', '이별' , '기다림' 등 저마다의 단어들을 떠올리겠지.





조금 쓸쓸해지는 내게 마지막 페이지의 파랑새가 밝게 지저귄다. 파랑새는 희망을 뜻하지 않던가. 화자의 지금의 시간은 행복할 것만 같다. 그리고 화자의 어머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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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 2022 가온빛 추천그림책 포카와 민 시리즈 3
키티 크라우더 지음,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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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와 민 박물관에서 

Poka et Mine : Au musée

키티 크라우더 글, 그림, 나선희 옮김 

포카와 민 시리즈 - 03 

책빛 



아이들과 나들이 갈 때 빠지지 않는 곳 중의 하나, '박물관'.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이왕이면 교육적인 효과도 바라면서 방문하게 되는 곳이다. 한 손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녀석들이 마구 뛰어다니지 않도록 ), 한 손에는 팜플릿을 들고 있는 모습(박물관을 방문하는 부모 또한 전시된 것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터라) 은 낯설지 않다. 그리고 아이들은 부모가 설명하고픈 지식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을 두기 일쑤다. 책 속의 한 장면의 모습 그대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모험」 에 나오는 가오나시(顔なし)의 캐릭터가 녹아있는 듯한 전시물의 모습에 반가워해보기도 한다.  「센과 치히로의 모험」 애니를 봤던 아이들은 그림 속에서 비슷한 모습을 부모보다 먼저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센과 치히로의 모험」 



" 민, 저 더듬이 좀 봐 " / " 포카, 나 오줌 마려워요. "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처럼 박물관에서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펼쳐질 것만 같은 「박물관에서」 란 제목의 이 책은  '(박물관에서) 화장실에 다녀온' 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 아이들 그대로의 일상이라 더욱 정겹다. 아이들이 그린 것만 같은 그림체의 색연필 일러스트 또한 우리 아이들의 그림일기 속 한 장면 같다. 






박물관 관리 아저씨에게 위치를 '잘' 묻고, 화장실에 혼자 '잘' 찾아간 민은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린다. 축쳐진 날개, 울쌍인 얼굴의 민은 무서워 눈물이 나오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길을 잃어 겁을 내던 민은 또 다른 아이를 위해 용기를 낸다. 



훗날, 이 날의 박물관을 떠올리면 민은 어떤 추억을 생각해낼까. 방문했던 '민속 박물관'의 전시물들보다도 닥쳐왔던 어려움을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고, 다른 이도 도왔던 성취감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은 분명해보인다. 어느 박물관 매점에서 먹었던 구슬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었다는 밤톨군 추억처럼 말이다.  





세번째 이야기를 만나고서야 표지 제목의 꾸밈을 눈치챘다. 헝겊으로 글자를 만들어 붙인 듯한, 콜라쥬 느낌의 제목, '글자 아플리케' 느낌이라고 할까. 책 홈( 책 등과 앞 표지 사이 ) 에도 바느질 된 듯이 실의 모습이 인쇄되어 있다.  원서의 표지가 궁금해 찾아 비교해보니 책 홈의 무늬는 동일하지만 글자 패턴은 번역본의 책 디자인인가보다. 포카가 꾸민 민의 육아 다이어리 같기도 하고, 민이 써놓은 그림일기를 따로 실로 꿰어 엮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포카와 민 시리즈는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1년 동안 쓴 연작 시리즈로 총 8권(「일어나요!」, 「새로운 날개」, 「박물관에서」, 「영화관에서」, 「정원에서」, 「축구」, 「낚시하러 가요!」, 「할머니를 위한 선물」) 이 나왔다. 짧고 단순한 문장과 생명력이 넘치는 그림에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일상의 기쁨 속에 한부모 가족, 성평등, 고정관념과 편견 등 다양한 주제들을 이야기하는 시리즈다. 실제 키티 크라우더 작가가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만나볼 다른 책들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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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날개 - 2022 가온빛 추천그림책 포카와 민 시리즈 2
키티 크라우더 지음,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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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와 민 새로운 날개 

Poka et Mine : Les nouvelles ailes 

키티 크라우더 글, 그림, 나선희 옮김 

포카와 민 시리즈 - 02 

책빛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한쪽 날개가 찢어진 민은 포카와 함께 병원에 간다. 아픈 아이들은 부모의 품에 폭 안겨들기 마련이다. 민도 포카의 팔을 얼싸안은 채로 품에 안겨있다. 펑펑 울어서 팅팅 부어있는 민의 눈을 보니 저절로 측은한 마음이 든다. 생애 처음으로 날개가 찢어졌으니 얼마나 놀랐을 것인가. 





병원에서는 날개를 고칠 수 있도록 놔두고 가던가, 새로운 날개를 주문해야한다고 한다. 이 책의 판타지 세계관 속 생물들은 날개를 자유자재로 분리할 수 있는, 탈부착용 날개였던가! 


아이들에게 (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 새로운 것은 언제나 ‘옳은’( 좋은 ) 것이다.  그렇게 사고 싶어하던 장난감이 손에 들어오자마자, 다시 새로운 신상을 바라는 아이들이 아니던가. 그림책 「뿅가맨」/(윤지회 / 보림) 속 아이는 계속 "다섯 평생 이렇게 멋진 로봇은 처음이에요" 라고 외쳤다. (  「뿅가맨」을 읽은 다섯살 밤톨군도 이후 똑같이 외치고는 했다! ) 


민은 벽에 걸린 날개들에서 새로운 날개를 선택한다. 크고 화려한 것으로 말이다. 민이 몇 살인지는 알 수 없지만 "OO 평생 이렇게 멋진 날개는 처음이에요" 라고 외치지 않았을까. 




그러나 신나는 기분과 반짝임은 얼마 가지 못한다. 커다란 날개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에 부딪히고, 결국 민은 나비날개가 싫다며 훌쩍인다. ( 그렇다. 민이 선택한 것은 나비날개였던 모양이다. )





또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병원을 다시 방문한 민. 그리고 날개가 말끔히 고쳐져 있다. 민은 기쁜 마음으로 원래의 날개를 다시 단다.


민, 너도 알지?


네 날개가 더 예쁘다는 거! 


내게 지금 있는 것의 소중함을 생각해보게 해주는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있어, 그것은 장난감이나 옷 등의 소유물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성격이나 외모가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삶은 끊임없이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기는 과정이 아니던가. '내게 진정으로 어울리는 것' 또는 '나를 나답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아가는 과정 또한 아이들의 성장과제 중 한가지라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것들은 민처럼 직접 경험해보며 배우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이렇게 책 속에서 넌지시 건네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경험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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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요! - 2022 가온빛 추천그림책 포카와 민 시리즈 1
키티 크라우더 지음,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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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말에 아이와 함께 가까운 야외라도 나갔건만, 이제 아이가 컸다는 이유와 COVID19 라는 커다란 핑계로 주말만 되면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지내고 있는 나날들.


'가을 초입이라 날씨도 좋은데..' (피곤하니까 다음에..), '가벼운 운동이라도 해야할 텐데..' (피곤하니 다음에..) 


매번 이런 생각들의 반복이라고 할까. 아이가 어릴 때는 밖에 나가자고 졸라대며 엉덩이를 들썩이는 녀석 때문이라도, 좀 더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라도 힘을 냈건만 이제 녀석은 메타버스 세상만으로도 충분한 모양이다. 그런 내게 이 그림책 속 주인공이 손짓한다.  '일어나요!'




포카와 민 일어나요!

Poka et Mine : Le Réveil

키티 크라우더 글, 그림, 나선희 옮김

포카와 민 시리즈 -01

책빛



첫 권만으로 포카와 민의 관계를 쉽게 눈치채기는 어렵다. 포카는 남자 어른이며, 민은 그와 함께 살고 있는 어린 소녀다. 그들의 가족 관계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한부모 가족일지도 모르고, 입양가족일 수도 있으며, 물론 그 어느 것도 아닐 수 있다. 이 둘의 모습은 가브리엘 뱅상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Ernest et Celestine)」 을 떠오르게도 한다. 시리즈의 제목을 살펴보면 어린 소녀 민이 삶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모험처럼 담고 있다. 실제 우리 아이들이 처음 경험해보는 일상들을 기록해본다면, 그들의 하루하루는 신나는 모험으로 가득찬 날들이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포카와 민의 생물학적 정체는 무엇일까. 의인화된 이 캐릭터는 일단 날개가 달린 다리가 6개인 곤충이다.




날이 좋은 날. 민은 밖으로 나가고 싶다. 그러나 포카는 침대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포카를 깨우려는 민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아이의 시선을 외면하면서 잠에서 깨지 못하는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보던 친숙한 모습이기도. 민은 포카를 깨우기 위해서 사랑스러운 작전을 펼친다. 



민의 시도는 멋지게 성공했고, 둘은 연못으로 나온다. 다리가 여섯개인 생물은 이족 보행을 위해 둘은 다리로, 나머지 넷은 팔이 되었다. 그리고 그에 맞춘 옷을 입었다. 색을 맞춘 듯한 외출복의 디테일에 미소가 번진다. 






나오니까 참 좋구나!

민, 너는 어떠니?



나가기까지가 힘들 뿐, 나가면 참 좋다. 그 느낌이 아련히 떠오른다. 책 속 포카도 만족스럽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부모라면 모두 한번쯤 경험했을 장면이다. 잔뜩 설레하던 아이가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면, 막상 도착한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던가! 책 속에서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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