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공화국 화학법정 5 - 화학과 생활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22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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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법정이라니. 이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두 단어.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일상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사건들을 법정으로 불러와서,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해 사건들을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는 구성에 의외로 두 단어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화학과 생활」 편에서는 '요리와 음식에 관한 사건', '가전제품에 관한 사건', '옷과 세면에 관한 사건', '기타 생활에 관한 사건', '고분자에 관한 사건', 이렇게 크게 5가지의 장으로 나뉘어 각 장별로 5~6가지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과학공화국 화학법정, 5. 화학과 생활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생활 속에서 배우는 기상천외한 과학 수업

(주)자음과 모음



각 사건은 먼저 사건의 개요를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준다. 이야기의 제목 위에는 전하고자 하는 화학 지식에 대한 키워드가 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10원짜리 동전과 알루미늄 포일' 사건에 관한 이야기는 '이온화 경향' 이란 지식을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셈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여기는 화학법정] 으로 옮겨진다. 원고와 피고가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치열한 공방을 걸쳐 판결이 나온다. 


전기 화학의 원리입니다. 서로 다른 금속 사이에 소금물처럼 전기를 통하게 하는 물질을 넣으면 두 금속 사이의 전자가 이동합니다. 이것은 두 금속이 이온이 되려는 성질이 달라서인데 이것을 이온화 경향이라고 부르지요. 이온화 경향이란 이온화되려는 세기를 말하는 것인데 강할 수록 이온화 되기가 쉽지요. 다음과 같은 순서입니다. 


칼륨-칼슘-나트륨-마그네슘-알루미늄-아연-철-니켈-주석-납-구리-수은-은-백금-금


- 과학공화국 화학법정5, 2장 가전제품에 관한 사건, p114




책을 읽던 아이는 뿌듯해한다. 이제는 이온이 무엇인지 안다며. 


여름방학 전 아이는 중학교 첫 기말고사를 보았다. 코로나로 인하여 2학년은 중간고사가 없었던 터라 시험범위는 넓었고,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시험'이라는 것을 본격적으로 인식하게 된 터라 별다는 요령이 없던 녀석은 끙끙거리며 시험을 준비했다. 스스로 준비해보겠다는 아이를 믿고 지켜보던 나 또한 첫 시험을 치루는 긴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녀석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기를 바라며, 퇴근 후 녀석이 질문해달라고 가져오는 문제들을 함께 정리했다. 그리고 이번 과학 기말고사 시험 범위에 이온에 대한 것이 있었던 것. 이온식을 외우고 이온 앙금 반응을 해석해야했던 아이인지라 자신이 배웠던 이온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 것인지를 이해하고 더욱 뿌듯해한 것이다. 




중 2 과학 교과서, '전하를 띠는 이온' 단원


법정 편을 지나면 [과학성적 끌어올리기] 편에서 좀 더 상세한 지식을 전달한다. 과학에 대한 흥미가 없고, 화학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혀 없다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더운 여름날 콜라가 폭발한 사건이라든지, 쭈글쭈글해진 만화책을 쉽게 펼 수 있는 방법 등 아이들이 흥미로워할 소재들을 다루고 있는 지라 궁금해서라도 책을 읽게 하기도 한다. 


 



녀석의 과학 교과서 단원을 슬쩍 살피며 관련된 도서를 슬쩍 앞쪽으로 뽑아둔다. 교과서 속 공식에서 벗어나, 자신이 배운 것들이 우리 주변, 생활 속에 존재하는 지식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좀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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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2 - 단골손님을 찾습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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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백화점」 이란 제목 전에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라는 제목으로 선보였던 첫번째 이야기는 이제 두번째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번에는 「단골손님을 찾습니다」 라는 부제를 달고.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이미예 지음

팩토리나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근무한 지 만 1년이 되어가는 페니. 드디어 국가에서 인정하는 '꿈 산업 종사자'가 되었다. '꿈 산업 종사자' 가 되면 '컴퍼니 구역'에 들어갈 수 있는 출입증도 나온다. '컴퍼니 구역'은 꿈 제작자 면허라던가 꿈 산업 종사자라는 것을 증명할 신분이 필요한 곳으로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꿈 제작사' 들이 모여있는 거대한 구역이다. 출입증이 나오면, 달러구트 백화점에서는 만 1년이 지난 직원에게 민원관리국 견학을 시키는 것이 전통이기도 하다.



막연히 작년과 같은 일을 계속 할 것이라 생각했던 페니는 첫 연봉협상이 다가오자 '신입사원이라는 무적의 방패 뒤에 숨으면 어떻게든 해결되던 일들도 더는 기대해선 안 될 뿐만 아니라, 모테일처럼 자신만의 계획이 있는 직원과는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p31)이 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문득 내 사회초년병 시절이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누군가 이 시리즈를 '페니의 직장생활 적응기'라고 비유했던 것에 공감하게 되기도 한다.



달러구트와 민원관리국을 방문하게 된 페니는 3단계 민원 한 건을 처리해보라는 미션을 받는다. 페니가 연봉협상 때 올해 목표로 '단골손님을 돌아오게 하는 것' 이라고 말한 계획의 한걸음이기도 하다. 민원등급 3단계는 '꿈꾸는 자체가 고통스러운 수준'의 민원으로, 페니가 맡은 민원은 '꿈을 뺏어가지 말라'는 것. 꿈꾸는 것이 고통스러운 정도인데 꿈을 뺏어가지 말라니 수수께끼가 아닌가.


792번 손님이 지불한 감정은 다른 사람들이 지불한 '쾌적함', '놀라움', '신비로움' 뿐만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그는 '살아 있는 열대우림'을 꾸고 나서 소량의 '상실감'을 함께 지불한 기록이 있었다. '상실감' 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었다. 그가 이토록 복잡한 감정을 느낀 것은 왜일까?


- p87 / 와와 슬립랜드와 꿈 일기를 쓰는 남자



페니는 수수께끼를 풀어가며 어렴풋이 792번 손님의 상황을 짐작해보게 된다. 그리고 남자가 꿈백화점을 방문했을 때 그와 꿈 제작자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모든 힘은 제가 가진 행복에서 나오고, 

의욕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열망에서 나와요.

- p101, 킥 슬럼버의 말 중에서




'민원 해결'이라는 에피소드 외에 단골손님들을 위한 '추억'을 테마로 여는 축제인 '파자마 파티' 에피소드가 뒤를 잇는다. 파티를 준비하고 초대장을 돌리는 과정에 1권에 등장했던 반가운 인물들(전설의 꿈제작자들이나 녹틸루카 들)은 물론, 그들과 관련있는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하며 소설의 배경을 확장시킨다. 추억의 빛으로 젖은 빨랫감을 말리는 녹틸루카 세탁소가 전하는 두번째 제자의 흔적들처럼. 


추억에는 물에 젖은 빨래를 보송보송하게 말리는 힘 뿐만 아니라,

무기력에 흠뻑 빠진 사람들의 마음도 포근하게 달래주는 힘이 있었던 거야. 

- p245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전해주는 이야기 외에 복선으로 깔리는 듯한 어떤 이야기들은 다음 권을 위한 포석인가 싶다. 독자들 나름대로의 기대를 쌓이게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페니와 막심의 로맨스 같은 것? (나만 그런건가?)



소설의 배경은 몽환적 판타지이고, 이야기와 인물들의 시선은 따뜻하며, 그들의 대화 속에는 마음에 꽂히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자극적인 사건이 없음에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흡인력 또한 여전하다. 이야기의 얼개는 읽어나가기에 쉽고, 책을 덮으면 여운이 묵직하게 남는 소설이다. 다만 2권부터 읽는다면 세계관이나 고정 등장인물의 기본 성격을 이해하는데 살짝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어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지 않으려나 싶다.


지금의 행복에 충실하기 위해 현재를 살고

아직 만나지 못한 행복을 위해 미래를 기대해야 하며,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행복을 위해 과거를 되새기며 살아야 한다.

- p285



책을 덮으며 오늘 밤 내가 꾸고 싶은 꿈은 어떤 것일지 생각해본다. 눈을 감으면 내게도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나타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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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와 일곱 괴물들
이리아 G. 파렌테.셀레네 M. 파스쿠알 지음, 이리스 D. 므이 그림, 성소희 옮김 / 봄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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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쁨, 슬픔, 분노, 짜증, 두려움의 다섯 가지 감정을 의인화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더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이 애니를 본 아이들은 자신들의 감정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살면서 추억이나 희망, 꿈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들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어른들도, 아이들도 분노, 짜증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피해갈 수 없다. 그리고 이 감정들은 때로는 우울증의 증상과도 겹친다. 


우울증(憂鬱症, 영어: depression)은 우울감과 활동력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정신적 상태를 가리킨다.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변화가 생겨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난다. 양상은 다양하나, 주로 우울한 기분, 의욕·관심·정신활동의 저하, 초조 (번민), 식욕 저하, 수면의 증가 또는 감소, 불안감 등이 나타난다고 한다. 


대인관계, 스트레스, 경제적 문제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우울감은 인간 심리에 있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정도나 기간 등이 비정상적인 경우 병리적인 상태로 볼 수 있다. 일시적인 우울감이 병리적인 상태로 진행되지 않도록 스스로의 감정을 돌볼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 책 속의 아이도 ‘감정의 괴물’ 을 맞이했다. 그리고 누구나 품고 있는 감정의 괴물들을 만나, 어떻게 괴물들을 이겨 나가는지 그 과정을 들려준다. 




알마와 일곱 괴물들

Alma y los siete monstruos

이리아 G.파렌테, 셀레네 M.파스쿠알 글,  이리스 D .무이 그림

봄나무



책 속의 23개 에피소드는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마주했을 때. 무기력해져 있을 때. 혹은 포기하고 싶을 때 등 학교와 집, 일상에서 호시탐탐 아이들을 노리는 감정의 괴물들을 표현하고, 주인공 알마가 그것들을 이겨 내는 과정을 녹여내고 있다. 


알마의 침대 밑 살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의 괴물들. 단 하나도 아닌 ‘어마어마하게’ 많는 녀석들. 이들은 어두운 침대 밑에 숨어 있다가 밖으로 나와서 알마의 빛과 꿈, 희망을 빼앗으려는 무시무시한 녀석들이다. 




알마는 매일 괴물들에게 시달리며 힘들어한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속 시원히 괴물들 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 이 괴물들은 알마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괴물 이야기를 털어놔도 절대 믿어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알마가 느끼는 괴물들의 모습을 보자.


​크고 무거워서 피곤한 두 번째 괴물.

밝은 빛을 쏘아 잠 못 들게 하는 세 번째 괴물. 

화려한 색색의 꼬리로 정신을 빼앗는 네 번째 괴물.

넌 안 될 거야, 포기를 부추기는 다섯 번째 괴물. 

날마다 슬퍼서 서럽게 우는 여섯 번째 괴물.

참을 수 없어 펑 터지는 일곱 번째 괴물.



알마는 자존감을 상실하는 것이 첫 시작이었다. 낮은 자존감은 종종 더 심각한 자기 수용 문제로 이어진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자기 자신에 대해 가혹하게 판단하게 되고 이는 다시 자존감을 낮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3 인칭 화자는 침대 밑에 갇혀 사는 몬스터들을 소개한다. 크고 작은 몬스터는 위협적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무해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본문의 서체와 글자 크기는 이야기에 따라 변경된다. 이것은 알마가 느끼는 것을 묘사하는 일러스트와 어우러지며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함께 전달하는 효과를 준다. 그림작가의 절제된 일러스트 또한 책의 분위기에 몰입하게 해준다. 



그림작가 이리스 드 무이 (Iris de Moüy / Iris de Moiiy) 는 런던에서 일하는 프랑스 예술 작가로, 파리 그래픽아트 전문학교(ESAG)와 헬싱키 산업디자인예술대학(UIAH)에서 디자인과 그림을 공부했다. 에콜 데 루아지르, 갈리마르, 악트 쉬드 등에서 그림책을 출간했으며, 2006년 몽트뢰유 도서전에서 어린이 도서상을 수상했다. 단순한 선과 형태에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색을 담아내는 이리스 드 무이의 일러스트는 그림책뿐 아니라 광고,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15년에는 '빌라 쿠조야마(villa Kujoyama)'의 입주 작가로 선정되어 일본의 전통 귀신들을 표현한 작품으로 교토 국제 만화 박물관에서 개인 전시회를 가지기도 했다. 때때로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리는 이리스 드 무이의 단행본과 어린이 책은 물론 전시회 등에서 선보인 그림 작품들은 호평을 받고 있다. 



 


 


글작가 Iria G. Parente (Madrid, 1993)와 Selene M. Pascual (Vigo, 1989)은 마드리드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다. 둘은 여러 소설을 함께 써왔다.



 iria g.parente   Selene M. Pascual



 앞으로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을 거야.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렴


- p157





가끔 전구의 불빛이 흐려질 때가 있어.

불꽃이 깜빡거리면서 곧 완전히 꺼질 것처럼 보일 때 말이야. 

그럴 때면 전구를 조금씩 돌려 가며 제자리를 맞춰 끼워야 해.

그러면 불빛이 다시 환하게 빛난단다.




알마는 어떻게 괴물들을 이겨냈을까. 알마는 그녀를 믿고 신뢰해주는 부모의 존재를 깨닫는다. 


이 소설은 힘든 시간을 겪고 있고 오해를 두려워하여 표현할 수 없는 이들을 격려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면서, 부정적인 감정에 함몰되지 않게 예방하고 돕는 것 만큼,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도 전한다. 


두려워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알마는 스스로 한 걸음씩 내딛었고, 주변 사람들은 알마를 도왔다. 아이가 손을 내밀 용기와, 내민 손을 무시하지 않고 꼭 잡아주는 존재의 중요성을 함께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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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리지가 들려주는 재정 정책 이야기 경제학자가 들려주는 경제이야기 11
강유덕 지음, 황기홍 그림 / 자음과모음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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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런닝맨」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본방을 사수하지는 않아도 유튜브로 편집된 영상을 자주 돌려본다. 그리고 가끔 프로그램 속 퀴즈를 통해 엉뚱한 상식들을 의도치 않게 쌓곤한다. '베버리지 보고서' 란 키워드 또한 그 중의 하나다. 



런닝맨 프로그램 중에서



윌리엄 헨리 베버리지(William Henry Beveridge, 1879~1963) 는 완전 고용 제도를 제창한 영국의 경제학자이다. 그는 베버리지 법안을 통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 라는 영국의 사회 보장 체계를 이룩한 인물이기도 하다. 



제 2차 세계대전 무렵 영국 정부는 전쟁이 끝난 후 영국 사회를 재건하기 위하여 사회보장에 관한 실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영국의 지도자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복지 국가를 계획하며 노동당 소속의 경제학자 윌리엄 베버리지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베버리지는 기존의 사회제도 전반에 걸쳐 불합리한 점을 조사·분석하여 그 결과의 보고와 개선책을 건의한다. 그가 발표한 「베버리지 보고서」 는 국민 모두에게 사회보장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한 내용을 담았는데, 결핍, 질병, 불결함, 무지와 게으름을 5대 악으로 규정하면서 복지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윌리엄 헨리 베버리지(Willian Henry Beveridge, 1879~1963)




베버리지가 들려주는 재정정책 이야기

강유덕 지음, 황기홍 그림

경제학자가 들려주는 경제이야기-11

고전 속 경제, 교과서와 만나다

(주)자음과 모음



'요람에서 무덤까지' 란 사람이 태어나서 나이가 들어 사망할 때까지 정부가 사회 복지 제도를 통해서 돌봐준다는 데에서 나온 말이다. 첫번째 수업에서는 '복지'란 무엇인지를 먼저 설명한다. 복지정책이란 정부가 국민 모두에게 교육, 의료 보험의 혜택을 제공하고, 실업자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이다. (p21) 



이러한 일을 하는 정부는 어떤 일을 하는지 차근차근 이야기해나가면서, 정부가 이러한 일을 하는 데에는 국민의 세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세금은 어떤 것인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 이야기해간다. 또한 여러가지 관련된 어휘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여러가지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앞에서 우리는 정부가 세금을 걷어서 여러 가지 공공 서비스를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고 배웠습니다. 이렇게 정부가 돈을 거두어들이고 지출하는 것을 재정이라고 말합니다. 이때 정부의 수입을 세입이라고 하고 지출을 세출이라고 하지요. <중략>


재정 수지는 정부가 세금이나 수익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과 국가의 유지와 사회복지를 위해 지출하는 액수의 합계를 뜻합니다. 


-p31, 첫번째 수업, 정부는 어떻게 운영이 되나요.



두번째 수업에서는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해 다루는데, 경기부양책이나 긴축 재정 등을 여러 나라의 사례와 함께 이야기해나간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즉 IMF 에 대한 이야기나, 대한 제국의 국채 보상 운동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며 아이들의 흥미를 확장시킨다. 




책에서 제시하는 교과 연계를 살펴보면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에서 국가의 재정 운용이나 경제성장, 안정화 등에 관련된 단원과 연계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으며 수록된 수능 기출문제를 통해 책 속의 내용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기도 하다. 




정부가 어떻게 재정을 활용하는 지에 대한 세번째 장의 수업에서는 베버리지 보고서가 왜,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 당시 영국의 상황은 어떠했는지를 들려준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 필요한 재정 정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마지막 장, 네번째 수업에서 함께 생각해보게 이끈다. 


현재의 COVID 19 팬데믹은 국가의 역할과 개념, 사회 정책에 대해 여러가지 화두를 던지고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 헌법 34조에서 "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게도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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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가 들려주는 수정 자본주의 이야기 경제학자가 들려주는 경제이야기 5
유지후 지음, 황기홍 그림 / 자음과모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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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 19 팬데믹으로 경제 관련한 뉴스나 기사에는 이 경제학자가 종종 등장한다. 바로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미국을 비롯한 경제대국들이 90년 전 대공황보다 더 극심한 경제쇼크를 겪으며 그 시절 경제학자 '케인즈'를 호출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경제학 도서를 읽는 계획을 세우며 케인즈에 관한 책을 먼저 읽고자 했지만, 케인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고전 경제학 또한 알고 지나가야 좋은 터라 꾹 참다가 드디어 차례가 되었다. 


시장의 자기 조절 능력 실패로 대공황이 일어나게 되면서 당시 '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전통 경제학이 힘을 잃었고,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부족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케인즈의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러한 케인즈의 생각은 미국의 테네시 강 유역의 대규모 개발 등으로 일자리 창출에 따른 임금 노동자의 소비 유발과 함께 대공황을 벗어나게 만든 발판을 마련했다. 세계는 지금 그의 주장처럼 COVID 19 팬데믹 속에서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재난기본소득 등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고 수용를 창출하여 위기를 돌파하려고 하고 있는 중이다. 




케인즈가 들려주는 수정 자본주의 이야기 

경제학자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 05

고전 속 경제, 교과서와 만나다

유지후 지음, 황기홍 그림

(주)자음과 모음



시장이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공정한 소득 분배에 실패한 상황을 '시장 실패'라고 한다. 이렇게 시장이 경제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시장 실패' 현상은 여러가지가 있다. '독과점의 발생' 과 같은 불완전 경쟁현상이라던가, '공공재의 부족' 현상, 그리고 '외부 효과'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장 실패의 문제를 해겨하기 위해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 케인즈의 주장이다.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대공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차근차근 들려주고, 케인즈의 이론이 어떤 배경에서 탄생되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또한 이 이론이 현실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까지 연결된다. 대공황 당시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루즈벨트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펼친 '뉴딜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이 정책이 성공을 거두면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인 '수정 자본주의' 가 나타난다. 


우리 정부도 2020년 7월, COVID 19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국가 프로젝트로 '한국판 뉴딜'을 마련했다. 뉴스에서 등장하는 '한국판 뉴딜' 의 '뉴딜' 이라는 단어가 어디에서 왔는지부터 이야기해보며 살펴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경제학은 개개인의 합리적 선택만을 생각했어요. 사회는 개인의 합과 같기 때문에 개인만 분석하면 전체는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다 개인과 사회의 이익이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구성의 모순'을 알게 되면서 거시 경제학을 연구하게 되었답니다. 


- p113, 다섯번째 수업, 거시적 시각으로 보는 경제



거시경제학이란 클 거(巨)+볼 시(視), 즉 사회 전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케인즈를 거시 경제학의 실질적인 출발이라고 말한다. 그는 경제 정책을 관리해야 하는 관료의 입장에서 경제 현상을 보았던 사람이다보니 전체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케인즈가 남긴 유명한 격언이 있다.


장기적으로? 장기적으로 우린 다 죽고 없어!

In the long-run, we are all dead.



시장의 자동 조절 기능을 믿는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다 해결될텐데 왜 이렇게 냐서냐는 비판에 대해 남긴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을 담은 유명한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이란 책을 내놓는다. 


책 속에서는 조선 시대의 실학자 박제가를 소환하기도 해서 더욱 흥미로웠다.


조선 시대의 실학자 박제가 또한 케인즈와 비슷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중략>


박제가는 자신이 쓴 「북학의」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지요. 


"비유컨대 재물은 대체로 샘과 같은 것입니다. 퍼내면 차고, 버려두면 말라버리죠. 그러므로 비단옷을 입지 않아서 나라에 비단을 짜는 사람이 없게 되면 비단을 짜는 일이 쇠태하고, 찌그러진 그릇을 싫어하지 않고 기교를 숭상하지 않아서 장인이 작업하는 일이 없게 되면 기예가 망하게 되며, 농사가 황폐해져서 그 법을 잃게 되므로 사, 농, 공, 상의 사람들이 모두 곤궁해져서 서로 구제할 수 없게 되고 맙니다"


- p122, 다섯번째 수업, 거시적 시각으로 보는 경제


박제가의 이 말은 소비가 생산을 자극한다는 뜻으로, 생산된 것이 소비되어야 재생산이 가능하니 소비를 억제할 것이 아니라 장려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절약의 역설' 에 대응하여 공급만을 중시하던 기존 경제학에 반기를 들고, 이제는 수요를 챙겨야 한다고 주장하던 케인즈의 주장과 맞닿아있는 것이다. 



바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 느끼되는 정책들의 이론적 배경들을 책 속에서 확인하며, 경제학이라는 것이 문자 속의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되는 듯 하다. 아이와 나는 뉴스로만 듣고 지나쳤던 정부의 정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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