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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와 일곱 괴물들
이리아 G. 파렌테.셀레네 M. 파스쿠알 지음, 이리스 D. 므이 그림, 성소희 옮김 / 봄나무 / 2021년 6월
평점 :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쁨, 슬픔, 분노, 짜증, 두려움의 다섯 가지 감정을 의인화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더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이 애니를 본 아이들은 자신들의 감정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살면서 추억이나 희망, 꿈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들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어른들도, 아이들도 분노, 짜증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피해갈 수 없다. 그리고 이 감정들은 때로는 우울증의 증상과도 겹친다.
우울증(憂鬱症, 영어: depression)은 우울감과 활동력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정신적 상태를 가리킨다.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변화가 생겨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난다. 양상은 다양하나, 주로 우울한 기분, 의욕·관심·정신활동의 저하, 초조 (번민), 식욕 저하, 수면의 증가 또는 감소, 불안감 등이 나타난다고 한다.
대인관계, 스트레스, 경제적 문제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우울감은 인간 심리에 있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정도나 기간 등이 비정상적인 경우 병리적인 상태로 볼 수 있다. 일시적인 우울감이 병리적인 상태로 진행되지 않도록 스스로의 감정을 돌볼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 책 속의 아이도 ‘감정의 괴물’ 을 맞이했다. 그리고 누구나 품고 있는 감정의 괴물들을 만나, 어떻게 괴물들을 이겨 나가는지 그 과정을 들려준다.

알마와 일곱 괴물들
Alma y los siete monstruos
이리아 G.파렌테, 셀레네 M.파스쿠알 글, 이리스 D .무이 그림
봄나무
책 속의 23개 에피소드는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마주했을 때. 무기력해져 있을 때. 혹은 포기하고 싶을 때 등 학교와 집, 일상에서 호시탐탐 아이들을 노리는 감정의 괴물들을 표현하고, 주인공 알마가 그것들을 이겨 내는 과정을 녹여내고 있다.
알마의 침대 밑 살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의 괴물들. 단 하나도 아닌 ‘어마어마하게’ 많는 녀석들. 이들은 어두운 침대 밑에 숨어 있다가 밖으로 나와서 알마의 빛과 꿈, 희망을 빼앗으려는 무시무시한 녀석들이다.

알마는 매일 괴물들에게 시달리며 힘들어한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속 시원히 괴물들 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 이 괴물들은 알마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괴물 이야기를 털어놔도 절대 믿어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알마가 느끼는 괴물들의 모습을 보자.
크고 무거워서 피곤한 두 번째 괴물.
밝은 빛을 쏘아 잠 못 들게 하는 세 번째 괴물.
화려한 색색의 꼬리로 정신을 빼앗는 네 번째 괴물.
넌 안 될 거야, 포기를 부추기는 다섯 번째 괴물.
날마다 슬퍼서 서럽게 우는 여섯 번째 괴물.
참을 수 없어 펑 터지는 일곱 번째 괴물.
알마는 자존감을 상실하는 것이 첫 시작이었다. 낮은 자존감은 종종 더 심각한 자기 수용 문제로 이어진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자기 자신에 대해 가혹하게 판단하게 되고 이는 다시 자존감을 낮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3 인칭 화자는 침대 밑에 갇혀 사는 몬스터들을 소개한다. 크고 작은 몬스터는 위협적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무해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본문의 서체와 글자 크기는 이야기에 따라 변경된다. 이것은 알마가 느끼는 것을 묘사하는 일러스트와 어우러지며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함께 전달하는 효과를 준다. 그림작가의 절제된 일러스트 또한 책의 분위기에 몰입하게 해준다.

그림작가 이리스 드 무이 (Iris de Moüy / Iris de Moiiy) 는 런던에서 일하는 프랑스 예술 작가로, 파리 그래픽아트 전문학교(ESAG)와 헬싱키 산업디자인예술대학(UIAH)에서 디자인과 그림을 공부했다. 에콜 데 루아지르, 갈리마르, 악트 쉬드 등에서 그림책을 출간했으며, 2006년 몽트뢰유 도서전에서 어린이 도서상을 수상했다. 단순한 선과 형태에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색을 담아내는 이리스 드 무이의 일러스트는 그림책뿐 아니라 광고,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15년에는 '빌라 쿠조야마(villa Kujoyama)'의 입주 작가로 선정되어 일본의 전통 귀신들을 표현한 작품으로 교토 국제 만화 박물관에서 개인 전시회를 가지기도 했다. 때때로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리는 이리스 드 무이의 단행본과 어린이 책은 물론 전시회 등에서 선보인 그림 작품들은 호평을 받고 있다.

글작가 Iria G. Parente (Madrid, 1993)와 Selene M. Pascual (Vigo, 1989)은 마드리드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다. 둘은 여러 소설을 함께 써왔다.

iria g.parente Selene M. Pascual
앞으로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을 거야.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렴
- p157

가끔 전구의 불빛이 흐려질 때가 있어.
불꽃이 깜빡거리면서 곧 완전히 꺼질 것처럼 보일 때 말이야.
그럴 때면 전구를 조금씩 돌려 가며 제자리를 맞춰 끼워야 해.
그러면 불빛이 다시 환하게 빛난단다.
알마는 어떻게 괴물들을 이겨냈을까. 알마는 그녀를 믿고 신뢰해주는 부모의 존재를 깨닫는다.
이 소설은 힘든 시간을 겪고 있고 오해를 두려워하여 표현할 수 없는 이들을 격려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면서, 부정적인 감정에 함몰되지 않게 예방하고 돕는 것 만큼,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도 전한다.
두려워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알마는 스스로 한 걸음씩 내딛었고, 주변 사람들은 알마를 도왔다. 아이가 손을 내밀 용기와, 내민 손을 무시하지 않고 꼭 잡아주는 존재의 중요성을 함께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