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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2 - 단골손님을 찾습니다 ㅣ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평점 :
「달러구트 꿈백화점」 이란 제목 전에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라는 제목으로 선보였던 첫번째 이야기는 이제 두번째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번에는 「단골손님을 찾습니다」 라는 부제를 달고.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이미예 지음
팩토리나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근무한 지 만 1년이 되어가는 페니. 드디어 국가에서 인정하는 '꿈 산업 종사자'가 되었다. '꿈 산업 종사자' 가 되면 '컴퍼니 구역'에 들어갈 수 있는 출입증도 나온다. '컴퍼니 구역'은 꿈 제작자 면허라던가 꿈 산업 종사자라는 것을 증명할 신분이 필요한 곳으로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꿈 제작사' 들이 모여있는 거대한 구역이다. 출입증이 나오면, 달러구트 백화점에서는 만 1년이 지난 직원에게 민원관리국 견학을 시키는 것이 전통이기도 하다.
막연히 작년과 같은 일을 계속 할 것이라 생각했던 페니는 첫 연봉협상이 다가오자 '신입사원이라는 무적의 방패 뒤에 숨으면 어떻게든 해결되던 일들도 더는 기대해선 안 될 뿐만 아니라, 모테일처럼 자신만의 계획이 있는 직원과는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p31)이 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문득 내 사회초년병 시절이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누군가 이 시리즈를 '페니의 직장생활 적응기'라고 비유했던 것에 공감하게 되기도 한다.
달러구트와 민원관리국을 방문하게 된 페니는 3단계 민원 한 건을 처리해보라는 미션을 받는다. 페니가 연봉협상 때 올해 목표로 '단골손님을 돌아오게 하는 것' 이라고 말한 계획의 한걸음이기도 하다. 민원등급 3단계는 '꿈꾸는 자체가 고통스러운 수준'의 민원으로, 페니가 맡은 민원은 '꿈을 뺏어가지 말라'는 것. 꿈꾸는 것이 고통스러운 정도인데 꿈을 뺏어가지 말라니 수수께끼가 아닌가.
792번 손님이 지불한 감정은 다른 사람들이 지불한 '쾌적함', '놀라움', '신비로움' 뿐만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그는 '살아 있는 열대우림'을 꾸고 나서 소량의 '상실감'을 함께 지불한 기록이 있었다. '상실감' 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었다. 그가 이토록 복잡한 감정을 느낀 것은 왜일까?
- p87 / 와와 슬립랜드와 꿈 일기를 쓰는 남자
페니는 수수께끼를 풀어가며 어렴풋이 792번 손님의 상황을 짐작해보게 된다. 그리고 남자가 꿈백화점을 방문했을 때 그와 꿈 제작자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모든 힘은 제가 가진 행복에서 나오고,
의욕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열망에서 나와요.
- p101, 킥 슬럼버의 말 중에서
'민원 해결'이라는 에피소드 외에 단골손님들을 위한 '추억'을 테마로 여는 축제인 '파자마 파티' 에피소드가 뒤를 잇는다. 파티를 준비하고 초대장을 돌리는 과정에 1권에 등장했던 반가운 인물들(전설의 꿈제작자들이나 녹틸루카 들)은 물론, 그들과 관련있는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하며 소설의 배경을 확장시킨다. 추억의 빛으로 젖은 빨랫감을 말리는 녹틸루카 세탁소가 전하는 두번째 제자의 흔적들처럼.
추억에는 물에 젖은 빨래를 보송보송하게 말리는 힘 뿐만 아니라,
무기력에 흠뻑 빠진 사람들의 마음도 포근하게 달래주는 힘이 있었던 거야.
- p245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전해주는 이야기 외에 복선으로 깔리는 듯한 어떤 이야기들은 다음 권을 위한 포석인가 싶다. 독자들 나름대로의 기대를 쌓이게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페니와 막심의 로맨스 같은 것? (나만 그런건가?)
소설의 배경은 몽환적 판타지이고, 이야기와 인물들의 시선은 따뜻하며, 그들의 대화 속에는 마음에 꽂히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자극적인 사건이 없음에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흡인력 또한 여전하다. 이야기의 얼개는 읽어나가기에 쉽고, 책을 덮으면 여운이 묵직하게 남는 소설이다. 다만 2권부터 읽는다면 세계관이나 고정 등장인물의 기본 성격을 이해하는데 살짝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어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지 않으려나 싶다.
지금의 행복에 충실하기 위해 현재를 살고
아직 만나지 못한 행복을 위해 미래를 기대해야 하며,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행복을 위해 과거를 되새기며 살아야 한다.
- p285
책을 덮으며 오늘 밤 내가 꾸고 싶은 꿈은 어떤 것일지 생각해본다. 눈을 감으면 내게도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나타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