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니모의 환상모험 그래픽노블 1 - 똥내 풀풀 구린내 악취 사건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그래픽노블 1
톰 앵글버거 지음, 김영선 옮김, 엘리자베타 다미 원작 / 사파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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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니모 시리즈는 아이의 유년시절 동안 여러 버전의 이야기로, 또한 여러 매체로 만나왔던 스토리다. 한동안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책은 모두 제로니모 시리즈 였을 정도였다. TV에서 방영하던 제로니모 이야기 또한 매우 즐겨보았던 기억도 떠오른다. 이제는 「제로니모의 환상모험」을 그래픽 노블로도 만나본다. 아이는 좀 더 선이 굵어지고 단순화된 캐릭터를 보며 계속 가지를 뻗어나가는 이야기의 힘과 진화하는 캐릭터의 생명력에 놀라워했다.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똥내 풀풀 구린내 악취사건

The Sewer Rat Stink

엘리자베타 다미 원작, 톰 앵글버거 글, 그림

사파리



「제로니모의 환상 모험」 시리즈는 타임머신을 타고 쥐라기 시대, 고대 로마, 신화의 세계, 판타지 세계 등을 방문하면서 다른 시대와 공간에서 살아가는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역사와 지식, 신화와 전설을 오가는 판타지 동화다. 양장본으로 발간된 꽤 두꺼운 책이지만, 명랑하고 발랄한 내용과 더불어 큼직하고 다양한 색, 이미지를 섞어 표현되는 텍스트는 아이들이 쉽게 책을 읽어내게 한다. ( 밤톨군은 저학년 시절에 재미는 물론, 이 두꺼운 책을 읽어냈다는 성취감도 느끼는 듯 했다. ) 



녀석의 책장에는 환상모험과 환상모험 Plus 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대부분 동생들에게 물려주고, 지금은 환상모험 Plus 와 드래곤이 나오는 편 한 권만 남아있다. ( 양장본의 「환상모험 Plus」 는 현재는 「제로니모의 퍼니월드」 시리즈로 바뀌어 무선본 챕터북으로 다시 나왔다. )


 





그래픽노블은 문학적이고 상상력 풍부한 소설(novel)을 만화(graphic) 형식으로 표현해 놓은 형태다. 이번에 나온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그래픽 노블은 제로니모 시리즈 상에서 단순, 유쾌한 오리지널 스토리 라인이다. 이전에 나온 시리즈에도 만화가 있었는데, 역사 속에서 실제 존재했던 인물들이나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는 스토리 라인이었다. 


이탈리아 원작 <제로니모의 스틸턴> 이야기를 미국 작가인 톰 앵글버거가 새로운 버전으로 재탄생시켰지만, 기존 시리즈의 익숙한 캐릭터들이 거의 그대로 등장한다. 겁 많고 소심하지만 어떻게든 미션을 완수하는 제로니모, 똑 부러지는 여동생 테아, 장난꾸러기 사촌 동생 트랩, 순수하고 해맑은 영혼인 조카 벤저민 그리고 바나나를 너무 사랑하는 유별난 친구 셜록 홈쥐 등 기존 캐릭터들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쥐토피아 신도시를 강타한 기절초풍 악취 사건으로 시작되는 <똥내 풀풀 구린내 악취 사건>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이란 소재만으로 벌써 낄낄 웃음이 나오게 한다. 


탐정인 친구 셜록 홈쥐의 요청으로 함께 사건 해결에 나선 제로니모는 쥐토피아의 모든 맨홀을 하나하나 검사한다. 마지막 남은 13번 맨홀. 지도에는 '쥐토피아 신도시를 세운 돈 로케투스 마우리우스의 얼굴이 새겨진 뚜껑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시오' 라고 나와있건만 일단 근육부터 쓰고 보는 제로니모. 




이 맨홀 아래, 하수구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제로니모 시리즈 특유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문자는 그래픽 노블에서도 여전히 매력을 뽐낸다. 또한 '웩웩 구역지르', '피어쓰 또 곰팡이' 등의 시궁쥐 이름,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로 이루어진 말장난 또한 유쾌하다.   




엉뚱하고 어이없어 나오는 웃음 뒤에, 도시에 퍼진 악취의 근원을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 문제를 생각해보게 하기도 하는 내용 또한 담고 있다. 





찍찍랜드의 쥐토피아 신도시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생쥐문학과 예술철학을 공부하고, 인기있는 신문인 찍찍 신문의 편집장이자 모험 이야기를 쓰는 작가인 제로니모 스틸턴이 들려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밤톨군은 동화와 소설로 제로니모 스틸턴의 이야기를 먼저 접했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그래픽 노블을 먼저 만나고, 이후 얇은 분량의 책, 그리고 두꺼운 분량의 책으로 이야기를 확장해나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떤 순서든 다양한 변주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더욱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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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화국 물리법정 1 - 물리의 기초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1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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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배우는 기상천외한 과학 수업' 이란 부제의 과학공화국 시리즈. 아이는 화학 분야, 생물 분야를 한 권씩 읽었고, 이번에는 물리 영역을 골랐다. 첫 권인지라 생활 전반에 걸친 물리 관련 기초적인 지식들을 안내하고 있다. 




과학공화국 물리법정 1.물리의 기초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 01 

(주) 자음과 모음 



표지에서는 아인슈타인이 칠판에 E=mc2 으로 특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고 있지만, 이번 권의 사건에 포함된 키워드를 정리해보면 '소리와 열', '공기의 저항', '마찰과 탄성', '관성', '질량과 무게', '작용과 반작용', '원심력과 구심력', '파장과 반사' 등이다. 초등 과학 시간때부터 배워온 기본 개념이기도 하고, 밤톨군의 경우 '마찰과 탄성' 은 중 1학년 때 배웠던 단원이기도 하다. 




물리법정 1 과 관련된 초등 4학년 교과연계


중 2학년 과정에서는 '전류, 전압, 저항' 을 배웠는데 「과학공화국 물리법정 1.물리의 기초」 에서는 6장의 '우리 몸에도 전기가 흐를까' 의 '고장난 전구를 찾아서' 란 사건에서 직렬연결과 병렬 연결의 차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 속에서 배웠던 것들이 어떤 것인지, 교과 연계된 단원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중2 교과 연계표 / 출처 : https://blog.naver.com/jamo_edu/221790014187




(왼쪽) 중2 교과서 II.전류, 전압, 저항 단원 / (오른쪽 )과학공화국 물리법정 1.물리의 기초, 고장난 전구를 찾아서



   사건 속으로   


화목해씨는 크리스마스 이브, 새 집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이벤트를 열기로 한다. 마당의 나무들과 집의 지붕을 작은 꼬마전구 불빛으로 수놓기 위해 2만 개의 전구가 달린 전선을 주문했다. 이벤트 당일 전구의 스위치를 켜자 잠시 불이 들어왔으나 곧바로 꺼진다. 2만 개의 전구 중 어떤 전구가 끊어졌는지 알 수 없다. 화목해씨는 전구를 제작한 무식해씨를 물리법정에 고소한다. 


   여기는 물리법정   


무식해씨는 전기장이 생활만 30년이라고 항변하며, 2만 개의 전구는 모두 새 꼬마전구였다고 항변한다. 검사는 전기트리 주식회사의 설계과장, 연결해씨를 증인으로 부른다. 연결해씨는 '수만 개의 전구를 직렬로 연결하면 한 개의 전구가 끊어져도 모든 전구가 끊어지게 된다며, 병렬로 연결하면 다른 전구 쪽으로 전류가 흘러 들어갈 수 있어 불이 꺼지지 않는다' 라고 설명한다. 판사는 화목해씨의 전구를 직렬로 연결한 무식해씨의 과실을 인정하고 화목해씨에게 배상하라고 판정한다. 




'사건 속으로' 에서 생활 속에서 사건이 일어난 개요를 설명하고,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의 공방을 통해 관련된 물리지식을 전하고 있는 구성이다. 본문 속에서 따로 공간을 두어 별도로 요약하기 보다는 대화 속에 키워드와 관련된 지식이 녹여져 있다. 이런 중요한 문장은 물리법정의 경우 보라색으로 색을 달리하여 보여준다. 





돌멩이가 떨어지는 것이나, 놀이 기구의 작동 원리, 정전기를 느끼는 일등과 같은 물리적인 현상은 주변에서 쉽게 관찰되지만 그러한 현상들의 원리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 또한 다른 과학 과목에 비해서 물리를 유독 어렵게 느끼는 이들도 많다. 저자는 '물리 공부는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시작된다' 라면서 물리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책을 읽던 아이에게서 '아, 이게 이래서 그런거였어?' 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책을 지은이의 마음이 통한 것일까 괜시리 흐믓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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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화국 생물법정 4 - 인체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18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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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동안 아이와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를 읽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과학' 이란 무슨 과목일까. 


과학이란 자연 현상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자연의 원리나 법칙을 찾아내고, 이를 해석하여 일정한 지식 체계를 만드는 활동을 말한다. (과학 = 탐구 과정 + 과학 지식)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43457&cid=47341&categoryId=47341



모든 지식탐구의 시작은 '호기심' 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과학은 '자연 현상' 에 대한 호기심이다. 과학은 그 대상의 특성에 따라 크게 물리학, 생명 과학, 화학, 지구 과학 분야로 구분한다. 생각해보면 아이의 호기심은 주위의 동,식물에 대한 관찰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몸을 신기해하고 궁금해하며 더욱 커졌다. 유아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것들은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들, 즉 똥, 오줌, 방귀 등이 아니던가. 이는 '생명 과학', 즉 생명 과학 분야의 지식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과학공화국 생물 법정 / 4. 인체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18

(주)자음과 모음



생물 법정 중 순서에 상관없이 '인체' 편을 먼저 읽게 된 것은 2학기에 배울 단원 때문이었다. 아이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교과서( 중학교 과학 교과서는 출판사가 여러 곳이라 학교마다 선정된 교과서가 다르다. ) 는 2학기에 '동물과 에너지' 에 대해 배우는 데, 소화, 순환, 호흡과 배설 등의 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학공화국 생물법정 4.인체」 편의 목차를 살펴보면 소화, 혈액 등에 대한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교과서와 연계하기에 참 좋았던 것.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쓴 쉬운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는 생물에 대한 궁금증을 사건, 사고 형식으로 이야기를 엮어 재판을 통해 알아본다는 구성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높인다. 


「과학공화국 생물법정 4.인체」  목차




밤톨군는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인줄 모르고 재미있다며 금새 읽었다. 다 읽고 난 후 교과서에서 앞으로 배울 지식들과 관련있다고 하니 놀란 눈치다. 학교 수업 시간에 책 속의 이야기들이 떠오를 것 같다며 더욱 즐거워 한다. 


'과학공화국에서 가장 달짝지근한 밥맛을 자랑합니다' 라고 플래카드를 내걸은 식당은 맨밥에 간장 한 종지만 내놓는다. 손님인 고밥심씨는 사기죄로 이 식당을 생물법정에 고소한다. 침의 작용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이 사건은 '아밀라아제' 라는 소화효소가 탄수화물을 작은 포도당으로 바꾸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과학공화국 생물법정 4.인체」  에서는 [과학성적 끌어올리기] 라는 장을 통해 법정 속 사건을 심화지식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과학 교과서와 그대로 연계되는 부분이다. 다만 최근 과학교과서에는 '아밀라아제' 라는 단어 대신 '아밀레이스' 라는 단어를 쓴다. ( 이런 부분은 개정이 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





아이의 경우 유아 때부터 차곡차곡 관련도서들을 읽어왔던터라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쌓여있는 편이었다. 이제는 그 지식들을 가지런히 정리해야 할 시기인 셈이다. 녀석의 과학 수업 시간은 조금 더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슬쩍 기대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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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 : 고양이와 함께한 날의 기적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55
샘 어셔 지음, 이상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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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 고양이와 함께한 날의 기적 

샘 어셔 글, 그림 

주니어 RHK 



타잔 마냥 신나게 나무사이를 날고 있는 표지의 아이를 바라보며 책을 펼친다. 책 속 아이의 방은 우리집 아이의 방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이것저것 붙어있고, 이것저것 바닥에 널려있는 것 말이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최근 아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 보인다. ‘고양이란’, ‘고양이의 모든 것’ 등의 책이나 메모등이 보이고, 들여다보고 있는 책도 고양이과의 호랑이에 관한 책이다. 




그렇다. 곧 아이와 할아버지가 사는 집으로 ‘고양이’ 가 온다. 녀석은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여러가지를 꼼꼼하게 공부하고 준비한 모양이다. 


그러나 고양이와 친해지기는 쉽지 않다.아이는 고양이와 친해지기 위해 여러가지를 시도한다. 그 시도에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조언이 함께 한다. 안타깝게도 그런 시도들은 모두 ‘아니에요!’ 로 끝난다. 모두 ‘고양이는 ㅇㅇ 할까요?’ 에 대한 결론이다. 



 


아이에게 안겨있는 고양이의 표정도 압권이다. 세심한 펜 터치의 일러스트 속에 숨겨진 것들이 많다. 샘 어셔의 일러스트는 찬찬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전작 FREE 와 함께 모아 찍어보는 WILD. 날씨 시리즈(혹은 기적 시리즈라고도 불린다.) 도 함께 공유해본다. 사랑스러운 아이와 현명한 할아버지 콤비의 이야기들을 모아 읽어도 더욱 재미있다.





결국 고양이는 집을 탈출한다. 고양이를 찾아 그 뒤를 따라갔던 아이와 할아버지는 야생 정글로 들어선다. 정글의 모습에 갑자기 시야가 넓게 트이는 느낌이다. 정글 속에 있는 고양이는 더욱 자유롭고 행복해보인다. 그리고 나를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듯 하다. 저 외나무 다리를 건너면 어떤 풍경이, 어떤 모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아이와 할아버지는 타잔처럼 넝쿨을 타고서 폭포를 가로지르고, 생경한 야생 식물들이 우거진 수풀 사이를 헤집으며, 허물어진 고대 유적에까지 조심스레 발을 디딘다. 이들의 모험을 함께 하다보면 저절로 다시 첫 장면을 들춰보게 된다. 아이가 보던 것들, 메모했던 것들, 그렸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이런 것들을 찾아보는 것이 이 ‘기적’ 시리즈의 또 다른 재미다. 아이가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이 모험으로, 이야기로, 일러스트 속 디테일한 소재들로 등장한다는 것. 전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인공 아이의 상상은 그대로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로 옮겨온다. 


상상이 현실로 펼쳐지다니, 그것이 정말 기적과 같은 하루가 아닌가. 진짜 현실이 아니어도 이미 아이들은 책 속에서, 일상 놀이에서 이미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다. 그들의 일상이야말로 기적과 같은 하루들이 아닐까 싶다.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모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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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밭 이야기 - 이해인 수필그림책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51
이해인 지음, 임희정 그림 / 현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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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 아니 이십여년 전이려나. 이해인 수녀의 수필집을 처음 읽었던 때가 말이다. 그 때 샀던 수필집 중에 ‘꽃삽’ 이라는 수필집이 있었다. ( 결혼하면서 남겨두고 왔던 책 중에 아직 남아있을 텐데 말이다. )


​ 나는 왼쪽 표지의 책으로 읽었었다.


‘꽃삽, 바다가 보이는 수녀원에서’ 는 이해인 수녀의 두번째 산문집으로 1994년 10월 초판이 발행되었던 책이다. 그리고 이 책 속에 ‘밭 가까이 살며’ 라는 수필이 있다. 수필로 읽었던 이야기를 이제 그림책으로 만나 아이와 함께 읽는다.



나의 밭 이야기

이해인 수필그림책

임희정 그림

현북스




​바다가 바라보이는 방에 사는 수녀님들은 해 뜨는 바다, 해 지는 바다, 달빛이 넘실대는 바다의 아름다움을 이해인 수녀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러나 밭 가까이에 살면서 멀리 있는 바다보다 가까이에 있는 밭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노라는 이해인 수녀.


​정원에 핀 장미, 수국, 달리아, 글라디올러스아 같은 화려한 꽃들만 바라보았던 때가 살짝 후회되었습니다.


노란 쑥갓꽃과 흰빛, 보랏빛의 감자꽃들,

채소들이 피운 꽃들은 소박한 아름다움을 풍겨 주었습니다.






꽃술이 강조된 그림작가의 일러스트는 이해인 수녀의 ‘꽃술’ 에 관한 다른 수필의 내용도 떠오른다. 나도 감자꽃과 쑥갓꽃은 처음 본다.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일러스트다.



'꽃구름밭' 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가의 작업실 앞 밭에는 주로 꽃을 심어 손님이 오면 한번씩 그 꽃밭 앞에서 시를 읊기도 하고 가끔은 사진도 찍었다고 한다. 우울한 일이 생기면 밭에 나가 흙냄새를 맡으라고 일러주신 법정 스님의 말씀도 기억하면서 이해인 수녀 또한 힘든 일이 생겨 마음이 안 좋을 때는 일부러 밭에 나가 생명의 향기 가득한 흙의 향기를 맡는 다고 했다.


내가 밭 가까이 살지 않았다면 쑥갓꽃과 감자꽃의 아름다움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 내 방이 밭 옆에 있는 것이 새삼 감사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마음도 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땅을 잘 가꾸어야 좋은 밭이 되듯이 사람도 마음을 잘 가꾸어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매일 이라는 새로운 땅에 씨를 뿌리고 하나의 열매가 익을 때까지 정성껏 돌보고 가꾸어야 하는, 그래서 기다림과 인내를 배워야 하는 일상의 삶을 노래하는 글 작가의 글은 매우 아름답다.



고 박완서 소설가는 이해인 수녀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수녀님은 평범한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데 천부적인 감수성을 지니고 있었다. 나 혼자 거닐 때 평범한 동산이던 게 수녀님하고 같이 보면 놀랍도록 새롭게 보였다. 자연 속에 미운 거나 불필요한 건 하나도 없고, 어제와 같은 것 또한 없다는 것을 수녀님은 혼자만 느끼기 아까운 듯 힘 안 들이고 옆의 사람에게 옮아 붙게 만들었다. "

- 박완서 (소설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점은 이 그림책 시리즈의 기획의도가 이해인 ‘수필’ 그림책이라면 좀 더 텍스트의 내용을 그림작가의 시선으로 해석해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이다. 이해인 수녀의 일상을 사진처럼 찍어내는 느낌이 아니라.. 얼핏 ‘이해인’ 수필 그림책, 즉 인물 그림책으로 다가오게 되기도 한다.


물론 지금의 일러스트도 잔잔하고 아름답다. 이해인 수녀의 글을 애독하는 독자이자 그림책이라는 장르를 사랑하는 독자의 욕심일테다. 다양한 장르로 좋은 글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부모가 읽던 책을 다시,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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