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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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딜리어와 그레이스는 한 학년을 월반한 후 졸업해서 다른 학교로 진학하고, 시간이 흘러 일레인도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그런데 사립 여학교로 갔던 코딜리어가 퇴학을 당하면서 코딜리어의 학교로 전학오며 2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코딜리어는 열세 살이고, 일레인은 열두 살 무렵에서 시작한다.




2권에서 둘의 역학관계가 미묘하게 변한다. 11학년이 된 일레인은 학교에서 입이 거칠기로 유명해졌다. '누군가 자극하기 전에는 험한 말을 하지 않지만, 일단 입을 열면 짧고 압도적인 말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 학교 여학생들은 내 험한 입을 조심하고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잠재적인 언어적 위협이라는 영기를 휘감고 복도를 걸어다니고, 아이들은 나를 조심스럽게 대한다. 그것은 만족감을 준다. 이상하게도 이 야비한 행동 때문에 친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아졌다. (p76)' 라는 일레인이 그 험한 입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상이 코딜리어가 된 것이다. 일레인은 코딜리어에 대해 '코딜리어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무엇인가를,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어떤 역할이나 영상을 모방하고 있다. (p94)' 라고 표현하고, 그녀의 집에서의 식사장면 즉 '코딜리어 집의 저녁 식사는 두 종류가 있다. 그녀의 아버지가 있을 때의 식사와 없을 때의 식사. (p103)' 을 통해 코딜리어가 왜 그런 성격이 되어야 했는지를 암시한다.

코딜리어는 다시 전학을 가게 되고, 일레인은 미술을 배우기 시작하며, 남자를 만나고 결혼에 이르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고통스러운 관계에 대한 기억을 망각으로 덮어버렸지만, 그 경험은 일레인의 자아 형성과 사회적 관계, 나아가 이후 창작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일레인은 자신이 다른 여성들과 분리된 존재라고 생각하고, 관계를 보다 쉽게 맺을 수 있는 남성들과 어울리지만, 그들이 여성에 대해 가진 생각 때문에 또 다른 상처를 받는다.

작품활동에 있어서도 대중들에게는 페미니스트 작가로 알려졌지만, 정작 그녀는 '동시에 나는 그들의 확신, 낙관주의, 경솔함, 남성에 대한 대담무쌍함, 동지애를 부러워한다. 나는 군대가 용감한 노래를 부르며 소녀들같이 전장으로 향할 때, 옆에서 바라보며 겁쟁이처럼 손수건을 흔드는 사람과 같다. (p324)' 라고 고백한다. 이에 대해 번역자는 '주저하는 일레인의 모습을 통해 애트우드는 성별에 기반을 둔 단순한 권력 관계 규정에 의문을 표시한다.' 라고 소개하면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19세기의 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한 애트우드의 말을 전한다. 이 작품에 대해서 여성들 사이의 갈등과 반목을 부각시킨다는 것을 이유로 반여성주의적 작품이라고 비판하는 비평가들도 있는데, 애트우드는 "여성을 그려 내고 그들의 문제에 관심을 둔다는 면에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부를 수 있지만 여성들의 도덕적 우월성이나 그들만의 연대를 주장하는 페미니즘은 거부한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과 독서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주제다.

코딜리어가 황폐한 상태가 되었을 때 일레인은 도움을 주지 않고 외면하며 관계는 단절된다. 화자인 일레인은 과거의 이야기에도 종종 현재형을 쓰고 있다. 아마도 과거의 경험, 혹은 상처, 트라우마 등이 해결된 것이 아니라 일레인에게 있어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나타내주는 장치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어릴 적 일레인을 괴롭혔던 소녀들의 잔인성에 스며들어 있던 것은, 당시 토론토 백인 중산층 사회의 관습, 교육, 종교, 성차별이었으며, 그것들이 내내 일레인을 괴롭혀 왔는지도 모른다. 일레인은 자신의 회고전을 준비하며 문득, 복수는 의미 없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회고전에 걸린 자신의 작품들 사이를 걸으며 쏟아내는 생각들에서 그녀의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일레인에게 있어 코딜리어는 상처를 주는 가해자였다가, 괴롭힘을 받는 피해자가 되고, 예술 속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일레인이 자신에 대해 갖는 모든 이미지, 자기 의심, 두려움, 사랑받고 싶은 소망에 소환되며, 내면의 어떤 잔인함, 무자비함, 약간의 광기와 히스테리 등이 닮아있는 분신이 된다. 그래서일까. 후반부의 장면에서 일레인이 상상 속 코딜리어에게 전하는 말은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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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눈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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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으로 나온 애트우드의  『고양이 눈』 은 화가인 일레인 리슬리의 성장을 그려 낸 ‘예술가 소설’ 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성장, 예술가란 키워드를 기억해두고, 책의 제목인 '고양이 눈' 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서 책을 읽어가며 고양이 눈이 등장하는 장면을 기다렸다. 


투명한 유리 안에 빨강, 노랑, 초록, 파랑 꽃잎이 들어가 있는 구슬은 고양이 눈. 착색된 물이나 사파이어나 루비처럼 흠없는 구슬은 순수. 해저 색채 섬유가 부유하는 듯한 구슬은 물아기. 다른 구슬과 똑같고 약간 크기만 한 마노는 철공. 이 이국적인 구슬들은 여러 승자들의 손을 거쳐 간다. 그런 구슬을 사는 것은 반칙이다. 그것들은 따서 소유해야 하는 것이다. <중략>


고양이 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슬이다. 그 구슬을 따게 되면 나는 혼자 남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것을 꺼내 들고 빛에 비추어 돌려 보며 점검한다. 고양이 눈은 진짜 눈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고양이 눈 같지는 않다. 그것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어떤 존재의 눈처럼 생겼다. 라디오에 달린 녹색눈처럼, 먼 행성에서 온 외계인의 눈처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푸른색이다.

- p117

책 소개를 통해 이미 주인공이 화가임을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 초반에서 회고전을 준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1권은 7부에 36장의 이야기가 나뉘어 전개되고 있는데, 4부의 16장 즈음에 나오는 주인공의 인터뷰 장면에서 유년시절은 1940년대였으며, 그녀가 페미니스트 화가라고 불린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1930년대 말 문화의 불모지였던 캐나다에서 출생한 여성이 예술가로서 입지를 다져 가는 과정이 오롯이 녹아있는 소설이다. 


작가인 마거릿 애트우드  또한 1939년 11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태어나 온타리오와 퀘벡에서 자랐다. 애트우드의 가족은 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매년 봄이면 북쪽 황야로 갔다가 가을에는 다시 도시로 돌아오곤 했다고 한다. 주인공 일레인의 아버지 또한 곤충학자이고, 작가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게 하는 풍경들이 1권에서 묘사되고 있다.  『고양이 눈』 은 '변형된 작가의 자아인 일레인의 삶을 그린 자전적 소설' 이라고도 말해지는 이유다.


이야기는 노년의 일레인의 현재와 유년시절의 모습이 교차되며 흘러가며,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다. 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숲을 돌아다니는 유목민 같은 삶을 살던 일레인은 아버지가 토론토에 정착한 이후에야 '소녀들, 살아있는 진짜 여자아이들(p90)' 사이에 있게 된다. 오빠와 자유롭게 자연 속에서 뛰놀았던터라 여자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고, 그들 사이에 통용되는 관습을 잘 알지 못한다. '남자아이들 사이의 암묵적인 관습은 잘 알고 있지만 여자아이들과의 관계에서는 금방이라도 뜻하지 않게 처참한 실수를 저지를 것만 같은 느낌(p91)'이라고 토로한다. 그런 일레인에게 캐럴, 그레이스 그리고 코딜리어라는 친구가 생긴다. 


일레인의 친구들은 당대 사회의 관습과 규범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가정에서 자란 이들이다. 즉 가부장적인 가정환경, 독실한 신자로서 일요일에는 교회에 나가고, 옷이나 가구들이 암묵적으로 비슷하게 유지되는 그런 가정. 그들에게 처음에 일레인의 가정의 모습은 신기하게 보였을테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레인에 대한 교묘한 무시가 시작된다. 따돌림보다는 은근한 학대에 가깝다. 요즘으로 치면 학교 폭력이라고 부를 일들이 벌어진다. 이 때의 일레인은 여덟 살에서 곧 아홉 살이 되었던 때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너는 아버지에게 대답조차 하지 않았어. 이게 뭘 의미하는 지 알고 있겠지? 아무래도 너는 벌을 받아야 할 것 같아. 무슨 변명할 말이라도 있니?(p212)" 이것이 친구라는 코딜리어가 일레인에게 하는 말이다. 코딜리어의 행동은 가스라이팅에 가깝다. '코딜리어는 내 친구다. 그녀는 나를 좋아하고 나를 돕고 싶어하며,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내 친구들, 여자 친구들이며,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나는 여자 친구가 있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들을 잃게 될까 무척 두렵다. 그들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고 싶다.'(p218) 라는 일레인의 속마음이 내 가슴을 저민다. 이 때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던 어린 일레인을 지켜주는 부적 같은 존재가 '고양이 눈' 이다.

나는 내 고양이 눈을 호주머니 속에 넣고 꼭 붙잡고 있는다. 보석처럼 소중한 그것은 내 손 안에서 그 공정한 눈으로 뼈와 천을 꿰뚫고 밖을 내다본다. 그것이 지닌 힘의 도움을 받아 나는 온전한 시력을 회복한다. 내 앞에는 코딜리어, 그레이스, 캐럴이 있다. 나는 그들이 걷는 모습을, 그림자가 한쪽 다리에서 다른 쪽으로 움직이는 모양을, 카디건의 붉은 사각형과 치마의 푸른 삼각형처럼 구획된 색깔들을 본다. 그들은 앞에서 움직이는 작고 선명한 꼭두각시처럼 보인다. 나는 내 의지에 따라 그들을 볼 수도, 보지 않을 수도 있다. 

- p278



딜리어의 악의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그들의 잔인성은 점점 더 심해져 일레인을 큰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제서야 일레인은 깨닫는다. '그들은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이 아니며 심지어 친구도 아니다. 나를 그들에게 붙들어 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자유롭다'(p344) 1권의 끝에서야 나오는 문장이다. 그러나 일레인의 영혼에 잔흔이 남아있다는 것은 독자들은 이미 안다. 노년의 일레인의 모습에서 '코딜리어' 란 단어가 계속 언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1권의 끝에서 일레인은 더 이상 얌전한 '여자아이' 보다는 오빠의 만화책에 나오는 인물처럼 고층 건물에 올라가고, 망토를 두르고 날아다니고, 범죄자들을 빨갛고 노란 빛을 뿜는 주먹으로 때려눕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그런 일을 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식으로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 p355


작가는 전작들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소녀들 간의 갈등을 작품 중심에 놓고, 그 모습을 당시의 사회를 들여다보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유년기의 이야기였던 1권이었으니, 2권에서는 일레인의 청소년기 이야기가 펼쳐지려나? '고양이 눈' 은 여전히 그녀의 부적인 것일까.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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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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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이 벌써 여섯 권째에 이르렀다. 이번 책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제목을 읽자마자 '포타티스모스' 라는 단어부터 찾아보았다. 연관된 검색 이미지로 '매시드 포테이토' 가 주루룩 나온다. 이번에는 검색이 아닌 번역기를 돌려본다. 스웨덴어로 '으깬 감자' 라는 단어라고 한다. 경찰과 으깬 감자의 연관성은 무엇이란 말인가.




경찰과 으깬 감자에 대한 궁금증은 책 속에서 곧 풀렸다. 본문에 각주에 잘 설명되어 있다.
'스웨덴어로 Polis, Polis, Potatisgris 는 경찰, 경찰, 돼지 같은 경찰' 이라는 뜻으로, 이 시절 스웨덴 시민들이 시위할 때 경찰을 조롱하며 외쳤던 구호다.(p51)' 라고 되어 있다.

제목은 포타티스모스(Potatismos) 인데 본문에는 포타티스그리스(Potatisgris) 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니 소시지 노점에서 소시지를 먹던 경찰에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남자의 뒤, 유아용 안장에 앉아 있던 세 살짜리 꼬마가 외친 단어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역시 각주가 달려있다.

호텔 식당에서 한낮에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머리에 총을 맞고 테이블 위로 쓰러졌지만 놀랍게도 죽지 않았다. 범인은 쏜살같이 달아났고, 식당 안에 있던 누구도 범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번 사건의 배경은 스웨덴의 항구도시 말뫼를 무대로 펼쳐진다. 이 시리즈에서 수사 방해 빌런을 담당하고 있는 듯한 순찰조 칼레 크리스티안손과 쿠르트 크반트 경관이 씬 스틸러로 또 등장한다. 용의자가 탄 버스의 승객을 확인했어야 했는데 늦게 도착한다. 그것도 하필 군발드 라르손에게 또 걸렸다. 전작에서도 라르손에게 호되게 질책을 당했는데 말이다. 말뫼에서 일어난 이 사건의 지원을 위해 마르틴 베크가 파견된다.

시리즈 내내 조짐이 있긴 했지만, 마르틴 베크는 딸이 독립한 후 아내와 별거에 들어간 상태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4권, 『웃는 경관』 에서 경찰이었던 연인을 잃은 오사 토넬이 풍기단속과 순경이 되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참여하고, 귀족 출신인 라르손의 여동생도 등장하는 등 등장인물들의 변화 또한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감상 포인트가 된다.

피해자인 빅토르 팔름그렌에 대해 '오래된 상류층 저택들 중에서도 제일 큰 집에서 산다는 것. 떼돈을 벌었고 쓰기도 잘 썼다는 것(p87)' 정도가 알려져있다. 살해 동기가 무엇이었을까. 부자였으니 돈이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권력? 그렇다면 그의 죽음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누굴까.

미스터리 소설, 추리 소설보다는 경찰 소설로 불리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등장인물들이 경찰의 속내를 드러내고는 한다. 이번 편에도 탐문수사를 이어가는 콜베리의 생각 속에 그런 점들이 서술되고 있다.


가족을 이루기까지 아주 오래 기다렸던 경찰이 어느 직업과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전적으로 헌신해야 하는 일이었다. 한순간도 편히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매일 대면하다 보면 결국 자신도 비정상이 되기 마련이었다. (p205)


콜베리는 경찰관이 다른 경찰관하고만 어울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래야 시민들과의 거리를 지키기가 더 쉽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이는 곧 경찰관들이 자신이 보호해야 하는 사회, 무엇보다 자신도 그 일원이어야 하는 사회로부터 동떨어져서 산다는 뜻'(p206) 이라고 생각한다.

기자 출신의 두 작가는 '마르틴 베크' 를 통해 1960년대,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알려진 스웨덴 사회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사회가 노동계급을 어떻게 버렸는지 보여주고자 이 시리즈를 기획했다. 두 작가는 기사처럼 인물과 사건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스웨덴의 빈곤과 범죄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비판한다. 이번 편에서는 특정한 사회 계층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인물의 증오가 빗어낸 사건을 다루면서, 부가 권력이 되어 가난한 약자를 괴롭히는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 그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마르틴 베크 경감은 기분이 전혀 좋지 않았다.(p397)' 독자인 나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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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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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소재와 특별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해 급속도로 소설 속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이 특징인 기욤 뮈소의 소설은 한번 펼치면 끝을 볼 때까지 몰입하게 된다. 결말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되니 말이다. 덕분에 나는 나만의 기욤 뮈소의 소설 읽기의 공식이랄까, 휴일이나 주말 등 시간이 확보되었을 때 책을 읽기 시작한다.

2005년 열린책들 출판사와 2006년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기욤 뮈소의 소설이 첫 소개된 후 18종 이상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기욤 뮈소는 데뷔 후 최단기간 1천만 부 이상을 판매하며 프랑스 소설의 새 아이콘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그의 열번째 소설인 『내일』 은 2013년에 국내에 소개된 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는데, 변화한 시대에 맞춰 새롭게 교정 작업을 거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표지로 새 단장하여 나왔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내일』 은 매튜와 엠마라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버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철학교수 매튜는 일년 전, 성탄절을 앞둔 저녁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내 케이트를 잃고 보스턴에서 어린 딸 에밀리를 돌보며 혼자 살아가고 있다. 유명한 뉴욕 최고급 식당에서 일하는 와인감별사인 삼십 대 독신 커리어우먼인 엠마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매달리며 정서불안을 겪고 있다.

매튜는 이웃 동네 벼룩시작에서 우연히 중고 노트북을 한 대 구입하게 되고,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던 사진의 원주인인 엠마에게 메일을 보낸다. 이렇게 우연히 메일을 주고 받게 된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약속한다. 그러나 둘 다 약속한 시간, 약속한 장소로 나갔지만 서로를 만나지 못한다.

알고보니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메일은 무려 1년이라는 시간차가 있었던 것. 매튜는 일 년 전의 엠마와 메일을 주고 받았던 것이다. 노트북이 타임슬립의 매체가 된 것이다. 매튜는 엠마가 과거의 시간에 존재하는 사람임을 이용해 아내의 사고를 막고자 애원한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던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된다. 당신과 가장 가까운 이는 믿을만한 사람들인가? 사람의 마음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내일』 이 던지는 질문이다.

과거의 엠마가 매튜의 아내의 비밀을 밝히는 과정은 서스펜스 넘치는 스릴러의 전개를 따른다. 매튜와 엠마의 미묘한 관계에서는 한 편의 로맨스처럼 느껴진다. 책의 도입부에 나왔던 장면은 책의 후반부에서 반복된다. 그러나 미묘하게 다르다. 굵직한 흐름은 비슷하지만 세세한 부분이 달라져 있는데, 1년 전의 엠마가 바꾸어놓은 미래다. 기욤 뮈소 특유의 영상미가 돋보이는 생생한 화면 구성과 빠른 전개는 이 소설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듯 속도감 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

작가는 책 서두의 작가의 말에서 미래로 메시지를 배달해주는 웹사이트 취재 기사를 신문에서 읽고 작품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 오늘날의 놀라운 기술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 생각하자면 때때로 무섭다는 느낌도 들지만, 작가 입장에서 보자면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금맥이기도 합니다. 작가들은 현대의 놀라운 기술을 활용해가며 가상 세계, 과거, 공간, 시간, 현실 세계 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금을 캘 수 있으니까요" 라고 덧붙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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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레벨 3 : 우주 탐사 - 야무진 10대를 위한 미래 가이드 넥스트 레벨 3
이정모.최향숙 지음, 젠틀멜로우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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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레벨 두번째 편 『메타버스』 에 이어 세번째 편은 『우주탐사』 에 관한 이야기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의 흥미를 북돋울 수 있도록 게임처럼 구성되어 있는 것은 넥스트레벨 시리즈의 특성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각 장은 게임의 레벨처럼 구성되어 한 레벨을 클리어하고 다음 레벨로 레벨업하는 느낌을 주도록 구성되어 있다. Level1 에서는 우주탐사가 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하고, 레벨업하여 읽을 Level2 에서는 우주 탐사가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하게 되었는지 들려준다. Level3 에서는 우주 탐사를 통해 알게 된 우주의 비밀은 무엇인지를, 마지막 Next Level 에서 우리는 왜 우주를 탐사하고 우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풀어낸다.




시리즈의 이름이자 제목에 포함된 단어 '넥스트레벨' 은 '비교 불가능한, 이전보다 더 나은, 보다 발전한 ...' 등의 뜻을 내포한다. 저자는 '한마디로 한수 위라는 거지!' 라고 외치며 아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1969년 인류가 달에 도착했을 때의 모습은 모두에게 벅찬 감동을 주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지금쯤이면 일반인의 우주여행이 세계여행만큼 대중화 되어있읅거라 상상해보기도 했다.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려는 이유는 관광 때문만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자원의 보고와 생활터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구 소련처럼 초강대국만 가능하리라 믿었던 우주진출이 이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 중국, 인도 등의 나라도 가능해졌다.

초창기의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밤톨군은 유아 시절 「라이카는 말했다』 와 같은 그림책에서 라이카라는 강아지의 존재를 알았고, 이후 그래픽노블 「라이카』 로 소련의 우주개발 계획을 접한 적이 있다. 함께 읽으면 더욱 배경지식이 넓어질 듯 하다.


책은 각 장의 시작에 <다큐툰>코너에서 카툰으로 주제를 열고, <Check it up> 코너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상식, 기술, 인물 등의 소주제로 분류하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Level1 에 스푸트니크와 아폴로 11호로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면서, 상식면으로는 왜 인공위성부터 쏘아올렸는지, 기술면에서는 로켓은 어떻게 인공위성을 우주로 실어나를 수 있는지, 인물면에서는 닐 암스트롱을 비롯하여 버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 거스 그리섬, 에드워드 화이트 로저 채피 등을 소환하고, 그들 뒤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많은 과학자들과 우주인들이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영화 <히든 피겨스> 의 세 여성 또한 그런 인물들이었다.



서로 경쟁하던 미국과 소련은 우주 탐사를 위해 협력하게 된다. 또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함께 하게 된다. 그 결과는 국제 우주정거장(ISS )이 건설된다. 우주정거장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우주정거장을 지나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우주로 눈을 돌리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아이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에 대해 유튜브나 뉴스에서 들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민간 기업들의 우주 탐사 분야 참여로 이제 우주 탐사는 우주 산업으로 여겨지게 된다. 경제논리에 따른 경쟁의 분야로 서서히 변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허블과 제임스 웹, 두 과학자들이 우주 개발 영역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로 시작하는 세번째 장에서는 그들의 이름을 딴 우주망원경과 발전사를 풀어낸다. 인공위성, 우주선, 우주망원경에 대한 이야기는 달, 화성과 같은 천체를 탐사하기 위한 비행체인 탐사선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골든 레코드와 칼 세이건을 소환한다.

단순한 과학적 지식이 아닌 여러 분야에서의 우주탐사에 관한 이야기는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은 쉽고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우주 탐사를 왜 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마지막 Next Level 장의 끝에는 <Another Round> 코너를 두어 이 책을 통해 우주 탐사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게 되었는지 그래픽 오거나이저 Graphic Organizer 로 표현해보도록 이끈다. 아이들과 독후활동을 해보기에 좋다. 우주에 대해, 우주 탐사에 대해 궁금한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틔워보는 것은 어떨까. 미래의 우주과학자, 우주기업가 혹은 우주여행가 등 우주에서 활약할 미래 세대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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