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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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이 벌써 여섯 권째에 이르렀다. 이번 책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제목을 읽자마자 '포타티스모스' 라는 단어부터 찾아보았다. 연관된 검색 이미지로 '매시드 포테이토' 가 주루룩 나온다. 이번에는 검색이 아닌 번역기를 돌려본다. 스웨덴어로 '으깬 감자' 라는 단어라고 한다. 경찰과 으깬 감자의 연관성은 무엇이란 말인가.




경찰과 으깬 감자에 대한 궁금증은 책 속에서 곧 풀렸다. 본문에 각주에 잘 설명되어 있다.
'스웨덴어로 Polis, Polis, Potatisgris 는 경찰, 경찰, 돼지 같은 경찰' 이라는 뜻으로, 이 시절 스웨덴 시민들이 시위할 때 경찰을 조롱하며 외쳤던 구호다.(p51)' 라고 되어 있다.

제목은 포타티스모스(Potatismos) 인데 본문에는 포타티스그리스(Potatisgris) 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니 소시지 노점에서 소시지를 먹던 경찰에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남자의 뒤, 유아용 안장에 앉아 있던 세 살짜리 꼬마가 외친 단어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역시 각주가 달려있다.

호텔 식당에서 한낮에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머리에 총을 맞고 테이블 위로 쓰러졌지만 놀랍게도 죽지 않았다. 범인은 쏜살같이 달아났고, 식당 안에 있던 누구도 범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번 사건의 배경은 스웨덴의 항구도시 말뫼를 무대로 펼쳐진다. 이 시리즈에서 수사 방해 빌런을 담당하고 있는 듯한 순찰조 칼레 크리스티안손과 쿠르트 크반트 경관이 씬 스틸러로 또 등장한다. 용의자가 탄 버스의 승객을 확인했어야 했는데 늦게 도착한다. 그것도 하필 군발드 라르손에게 또 걸렸다. 전작에서도 라르손에게 호되게 질책을 당했는데 말이다. 말뫼에서 일어난 이 사건의 지원을 위해 마르틴 베크가 파견된다.

시리즈 내내 조짐이 있긴 했지만, 마르틴 베크는 딸이 독립한 후 아내와 별거에 들어간 상태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4권, 『웃는 경관』 에서 경찰이었던 연인을 잃은 오사 토넬이 풍기단속과 순경이 되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참여하고, 귀족 출신인 라르손의 여동생도 등장하는 등 등장인물들의 변화 또한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감상 포인트가 된다.

피해자인 빅토르 팔름그렌에 대해 '오래된 상류층 저택들 중에서도 제일 큰 집에서 산다는 것. 떼돈을 벌었고 쓰기도 잘 썼다는 것(p87)' 정도가 알려져있다. 살해 동기가 무엇이었을까. 부자였으니 돈이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권력? 그렇다면 그의 죽음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누굴까.

미스터리 소설, 추리 소설보다는 경찰 소설로 불리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등장인물들이 경찰의 속내를 드러내고는 한다. 이번 편에도 탐문수사를 이어가는 콜베리의 생각 속에 그런 점들이 서술되고 있다.


가족을 이루기까지 아주 오래 기다렸던 경찰이 어느 직업과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전적으로 헌신해야 하는 일이었다. 한순간도 편히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매일 대면하다 보면 결국 자신도 비정상이 되기 마련이었다. (p205)


콜베리는 경찰관이 다른 경찰관하고만 어울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래야 시민들과의 거리를 지키기가 더 쉽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이는 곧 경찰관들이 자신이 보호해야 하는 사회, 무엇보다 자신도 그 일원이어야 하는 사회로부터 동떨어져서 산다는 뜻'(p206) 이라고 생각한다.

기자 출신의 두 작가는 '마르틴 베크' 를 통해 1960년대,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알려진 스웨덴 사회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사회가 노동계급을 어떻게 버렸는지 보여주고자 이 시리즈를 기획했다. 두 작가는 기사처럼 인물과 사건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스웨덴의 빈곤과 범죄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비판한다. 이번 편에서는 특정한 사회 계층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인물의 증오가 빗어낸 사건을 다루면서, 부가 권력이 되어 가난한 약자를 괴롭히는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 그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마르틴 베크 경감은 기분이 전혀 좋지 않았다.(p397)' 독자인 나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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