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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권력 - 인터넷을 소유하는 자 누구이며 인터넷은 우리를 어떻게 소유하는가
제임스 볼 지음, 이가영 옮김 / 다른 / 2021년 10월
평점 :
“인류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인터넷이라는 시스템을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체를 파악해 이를 바로잡고 통제하는 일이다."

흥미있던 분야라 단숨에 읽게 되는 책이다. 인터넷의 태동과 변천,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여러가지 사실들을 기술적(Part1), 돈(Part2) 적인 측면에서 훑고, 마지막 Part3 에서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서 다룬다.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성요소와 그들 사이의 역학 관계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Part1 에서는 다시 설계자, 망 사업자, 관리자 라는 세 파트로 나누어 설명한다. 인터넷의 역사와 구조, 권력 역학을 다루는 부분인데 IT적 전문용어가 다수 나온다. 쉽게 써놓긴 했지만 그래도 용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는 깊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인터넷이 만들어진 배경을 크게 요약하면, 당시 대학에 컴퓨터가 부족해서 다른 대학 컴퓨터라도 써서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 하나와, 미국 국방부가 통신망이 망가졌을 때 핵억지력을 유지할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산물로 생겨났다는 것.
인터넷이 현대인의 삶에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현재의 인터넷을 마치 자연물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인터넷은 사람들이 내린 다양한 결정과 어쩔 수 없는 타협과 현실적 해결책이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 p55, 「21세기 권력」 중에서
인터넷을 설계한 설계자에게 '인터넷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라는 질문을 하자 이렇게 대답한다.
인터넷이 권력을 공평하게 배분할 거라는 유토피아적 시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저 권력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분배되지 않을까요? 낡은 질서가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유토피아적으로 평등해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달라지는 거죠. 단순한 모형으로 예측할 문제가 아니니까 어렵군요.
- p70, 「21세기 권력」 중에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망관리자에 관한 부분이다. 망관리자가 고객들의 이익에 관심이 없어보인다는 것은 나도 동의하게 되는 바다.
망 사업자들은 그들의 고객인 자국 시민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정부 감시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이 사실만 봐도 망 사업자들이 고객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101, 「21세기 권력」 중에서
마지막, 관리자에 대한 부분은 ICANN 에 대한 설명인데, 인터넷 통제를 위한 여러 국가의 시도 등 이를 둘러싼 역학구도가 흥미롭다. DNS 공격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 흩어진 열쇠가 모여 인증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소설에 나오는 장면 같기도 하다. DNS(인터넷 주소시스템, Domain Name Service)를 비롯해 BCP(Border Gateway Protocol) 등의 기반 기술들이 1980년대에 만들어진 것을 대충 고쳐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정부와 기업은 자신이 인터넷 주소 시스템을 관리하는 권한을 포기할지언정, 경쟁 국가나 기업에 넘겨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들은 그 권한을 정치적 영향력(또는 야심)이 없는 기술 단체에 맡김으로써 경쟁 상대가 인터넷의 핵심 프로토콜이자 주요 기능을 관리하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심 세력 없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취합해야 하다 보니, 인터넷의 기반구조는 아주 느리게 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 p116, 「21세기 권력」 중에서
Part2 에서는 어떤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을지 궁금해져서 벌써 책장을 넘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