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외전 아르테 오리지널 5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중록. ‘비녀의 기록’ 이라는 뜻이다. 여주인공이 사건의 단서를 조합하고, 실마리를 풀 때마다 비녀로 글을 쓰는 습관에서 비롯한 제목이다. 총 4권이었던 본편 이후 독자들에게 선물같은 외전이 나왔다. 본 편보다는 살짝 작은 판형이다. 



잠중록 외전

처처칭한

아르테(Arte)



황재하와 이서백이 혼례를 앞둔 어느 날, 왕온이 사람을 죽이고 사라졌다는 소식이 기왕부로 날아든다.


본 편에서 각 권마다 인물들의 관계는 이어지지만, 사건은 해당 권에서 깔끔하게 해결하는 구성이었기에 시리즈 상에서 이른바 ‘절단신공’ 같은 것은 없었다. 외전에 등장하는 사건도 마찬가지다. 본 편을 읽지 않아도 사건 전개와 해결을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각 등장인물의 개성을 이해하면 더 재미있을 것이 ‘외전’ 이다. 두 주인공 황재하와 이서백은 물론 사건의 중심인물인 왕온에 대한 캐릭터 설명은 ‘다들 알테니까 생략’ 으로 진행된다는 것.


왕온이 걱정된 황재하는 사건을 확인해보고 싶으나 혼례가 머지 않아 망설인다. 그리고 이를 지켜본 이서백은 혼례를 두 달 뒤로 미루자고 한다. 나서지는 않고 뒤에서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로맨스 소설의 남자 주인공이다. 로맨스 소설임에도 로맨스보다 황재하의 사건해결이 우선인 소설인지라 가뭄에 콩나듯이 나오는 로맨스 장면과 감정선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진다는 것. 덕분에 사건 해결 도중 위험에 처한 황재하를 이서백이 구하러 오는 장면은 ( 이 책의 로맨스적 장면에서 ) 최고의 클라이맥스로 느껴지게 된다.


‘그들은 이후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를 기대하고 외전을 펼친 독자들을 위해, 에필로그에서는 황재하와 이서백의 2세 이야기를 담는 것을 잊지 않는다. 여전히 변함없이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재하의 모습에 나는 더욱 즐거워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달 2 (일러스트 특별판) - 단 하나의 마음 고양이달 (일러스트 특별판) 2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을마다 노래가 다 있는데, 보라의 노래만 없어.

아리석에 숨겨져 있거든




보라의 노래는 그림자별의 주인이 아리석을 손에 쥐는 순간 나타나게 되어있다. 그림자별의 주인이 보라의 노래를 부르는 순간 아리 셋이 하나가 되고 그림자별의 주인과 완벽한 한쌍이 되어 아리별을 지킬 수 있다는 전설이다. 운명의 증표라는 아리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노아는 슬픔에 잠긴다. 아리에겐 운명의 상대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 지금 마레를 아무리 사랑해도 언젠가 그림자별의 주인이 나타나면 보내 줘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남색띠 마을에 도착한 아리와 노아. 마레와 모나의 세계는 루나의 세계보다 더 가까이 붙어있다. 노아는 모나의 세계를 보고 경외심을 느낀다. 나는 모나의 세계를 묘사한 문장에 빠져들었다. 눈 앞에 그대로 그려지는 듯한 모습이다.



통로를 벗어나는 순간 광활한 허공이 펼쳐지더니 강의 흐름을 따라 굽이굽이 절경을 이루는 대협곡이 나타났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수십 수백 개가 어둠 속에서 꿋꿋이 솟아오른 기백이 담대했다. 절벽들은 다채로운 검정과 남색의 단층을 뽐내며 노아의 눈을 사로잡았다. 또한 곳곳에 높이 솟은 바위산과 형상이 기이한 암석들이 어우러져 거대한 장관을 만들어 냈다. 노아는 숨 막히는 절경에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지상의 변화를 견뎌 내는 동안 뼈와 살이 깎이고, 주저앉고 솟아오르기를 반복한 끝에 탄생한 장엄한 풍경. 그 앞에서 노아는 경외심을 느꼈다.



노아는 검정 눈의 소녀를 만난다. 노아는 모나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모나의 눈에서 깊은 고독을 발견한다.



아리석과 우울의 늪. 모나의 세계의 끝과 끝에는 생명과 죽음이 있고 모나는 그것들을 통제한다. 노아는 그런 어마어마한 역할을 책임지고 있는 모나가 더욱 멀게 느껴졌다. 땅 아래로 아무리 내려와도 도저히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듯이 모나도 마찬가지였다. 모나도 남색띠 지하마을도,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전부 이 광활한 어둠처럼 두렵고 신비했다.




이야기는 그라우잠이 아리석을 훔쳐가려는 것을 막아야하는 사건을 다루면서 아리 세 소녀와 그들의 세계에 대해 조금씩 보여준다. 아리별에 대한 비밀의 베일이 조금씩 벗겨져가고 있다. 베일을 다 벗기면 어떤 진실이 드러나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달 2 (일러스트 특별판) - 단 하나의 마음 고양이달 (일러스트 특별판) 2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레, 내가 너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했나 봐.

네 마음이 나와 같지 않다고 서운해하고 원망도 했어.

비겁하게 다른 마음 뒤에 숨으려고도 했지.

그런다고 내 마음이 닳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이제 깨달았어.

내 마음이 네게 짐이 되게 하진 않을게.


- 노아, 흰수염고래의 환영, p135





노아는 마레의 눈부처를 통해 마레의 세계로 들어간다. 바다의 세계다. 노아는 마레의 어렸던 시절, 이 세계의 주인이라는 걸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지난 이야기를 듣는다. 세상이 모르는 마레의 비밀을 담고 있는 비밀의 정원에서 관꽃에 숨은 어린 마레도 만나고, 모나와의 이야기도 알게된다.




​노아에게 비밀을 들켜 부끄러워하는 마레에게 노아는 자신의 비밀도 고백한다. 바라별에서 늘 혼자여서 힘들었노라고. 그때 한 소녀가 다가왔고, 그 소녀가 떠났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괴로웠노라고. 그런데 마레를 통해 알게 된 거 같다고 말한다.


소녀도 너처럼 내게 보여 주지 못한 비밀의 정원이 있었나 봐.

생각해 보니까 늘 내 얘기만 했지, 소녀의 마음속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보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아픈 건 당연하면서 어째서 소녀는 그럴리 없다고 생각했을까.

내 아픔만 보느라 소녀의 슬픔을 헤아려 주지 못했어. 그래서 결국 내 곁을 떠났을 거야.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이제야, 이제야 알겠어....


- p259


이제 마레를 그 소녀처럼 혼자 아파하게 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노아. 마레와 노아는 서로 사랑을 고백하고 입을 맞춘다. 현실과 꿈, 물과 공기의 경계가 사라져 버린 공간에서 빛이 노아를 감싸고, 파랑 하늘에서, 파랑 바다에서 날고 있는 노아. 노아는 아리 중에서 마레와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일까. ( 그럼 노아를 좋아하는 모나와의 관계는? ) 무엇보다도 노아의 성장이 더욱 빛나는 에피소드였다. 자신의 마음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상대의 마음도 들여다보게 될 줄 알게 된 것.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들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1세기 권력 - 인터넷을 소유하는 자 누구이며 인터넷은 우리를 어떻게 소유하는가
제임스 볼 지음, 이가영 옮김 / 다른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인터넷이라는 시스템을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체를 파악해 이를 바로잡고 통제하는 일이다."



흥미있던 분야라 단숨에 읽게 되는 책이다. 인터넷의 태동과 변천,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여러가지 사실들을 기술적(Part1), 돈(Part2) 적인 측면에서 훑고, 마지막 Part3 에서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서 다룬다.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성요소와 그들 사이의 역학 관계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Part1 에서는 다시 설계자, 망 사업자, 관리자 라는 세 파트로 나누어 설명한다. 인터넷의 역사와 구조, 권력 역학을 다루는 부분인데 IT적 전문용어가 다수 나온다. 쉽게 써놓긴 했지만 그래도 용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는 깊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인터넷이 만들어진 배경을 크게 요약하면, 당시 대학에 컴퓨터가 부족해서 다른 대학 컴퓨터라도 써서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 하나와, 미국 국방부가 통신망이 망가졌을 때 핵억지력을 유지할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산물로 생겨났다는 것.


인터넷이 현대인의 삶에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현재의 인터넷을 마치 자연물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인터넷은 사람들이 내린 다양한 결정과 어쩔 수 없는 타협과 현실적 해결책이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 p55, 「21세기 권력」 중에서


인터넷을 설계한 설계자에게 '인터넷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라는 질문을 하자 이렇게 대답한다. 


인터넷이 권력을 공평하게 배분할 거라는 유토피아적 시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저 권력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분배되지 않을까요? 낡은 질서가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유토피아적으로 평등해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달라지는 거죠. 단순한 모형으로 예측할 문제가 아니니까 어렵군요.

- p70,  「21세기 권력」 중에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망관리자에 관한 부분이다. 망관리자가 고객들의 이익에 관심이 없어보인다는 것은 나도 동의하게 되는 바다.


망 사업자들은 그들의 고객인 자국 시민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정부 감시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이 사실만 봐도 망 사업자들이 고객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101,  「21세기 권력」 중에서



마지막, 관리자에 대한 부분은 ICANN 에 대한 설명인데, 인터넷 통제를 위한 여러 국가의 시도 등 이를 둘러싼 역학구도가 흥미롭다. DNS 공격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 흩어진 열쇠가 모여 인증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소설에 나오는 장면 같기도 하다. DNS(인터넷 주소시스템, Domain Name Service)를 비롯해 BCP(Border Gateway Protocol) 등의 기반 기술들이 1980년대에 만들어진 것을 대충 고쳐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정부와 기업은 자신이 인터넷 주소 시스템을 관리하는 권한을 포기할지언정, 경쟁 국가나 기업에 넘겨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들은 그 권한을 정치적 영향력(또는 야심)이 없는 기술 단체에 맡김으로써 경쟁 상대가 인터넷의 핵심 프로토콜이자 주요 기능을 관리하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심 세력 없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취합해야 하다 보니, 인터넷의 기반구조는 아주 느리게 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 p116,  「21세기 권력」 중에서



Part2 에서는 어떤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을지 궁금해져서 벌써 책장을 넘기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단편 소설 쓰기 - 짧지만 강렬한 스토리 창작 기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이 처음 나왔을 때 그 기발한 상상력과 더불어 ‘와~ 어떻게 이 짧은 분량이 이런 내용을 담을 수 있지?’ 라고 놀랐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압축적이면서도 숨쉴틈없이 휘몰아치던 이야기는 읽으면서 100미터를 전력질주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후 여러 작가들의 엔솔로지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하면 그의 작품부터 먼저 읽게 되었더랬다.


드디어 작가의 창작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의 소설들이 ‘초단편 소설’ 이라는 것도 더불어 깨닫게 되면서.



김동식 작가의 작법서는 그의 소설만큼 재미있다. 그동안 읽었던 여러 이론 책들을 떠올리며 (나름 진지한 학습모드로) 책을 펼쳤건만 쉽게 읽혔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가볍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용적이고, 필요한 핵심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예시로 든 여러 문장들이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그리고 그의 소설처럼 재미있게 제시되어 있기도 하다.


운이 좋게도 나의 글쓰기 방식은 인터넷 독자들의 취향과 아주 잘 들어맞았다.” (p07) 라고 말하는 작가는 초단편 작가라는 의식이나 자부심 없이 글을 써왔노라고 고백한다. 그의 정체성은 오히려 ‘이 작법서를 쓰기 시작하면서 생겨났을지도 모른다’고도 말한다. 작가의 이런 솔직한 이야기들은 읽는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면서 책의 내용에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구성을 살펴보면, 1장에서는 쓰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초단편의 개념과 특징, 정보 습득 방법을 알려준다. 2장에서 본격적인 초단편 작성 과정을 다루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의 해결법을 자신의 솔직한 경험과 함께 제시한다. 그리고 마지막 3장에서 완성 이후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1장에서의 내용을 토대로 워밍업 후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려는 이들에게는 2장이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그의 작품세계가 궁금했던 나는 3장의 ‘다 쓴 후’ 의 내용도 재미있게 다가왔다. 버린 이야기를 ‘써먹는’ 방법 이라니!, ‘전문가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라기에 도발적인 내용을 살짝 기대하다가, ‘일단 시도는 해봐야 결과물을 비교해’볼 수 있다는 그의 노력에 고개를 끄덕인다. ‘해보지 않아도 안다는 말은 이미 많은 걸 직접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p204)


언제나 가장 좋은 스승은 역시 독자다.

그래서 난 

스스로 완성된 존재인 척하는 걸 지양한다.



독자의 피드백을 중요시하는 작가의 의지 또한 감사한 마음이다. 자기 중심을 가지면서 여러 의견을 교차 검증하는 그의 자세는 독자들에게 더욱 소통하는 느낌을 준다. 그의 소설이 사랑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무엇보다도 ‘초단편 소설쓰기는 재밌다’ 라는 에필로그의 제목에서 그의 즐거움이 그대로 독자에게로 전해진다. 덕분에 작가의 초단편을 읽는 독자도 ‘재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