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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소설 쓰기 - 짧지만 강렬한 스토리 창작 기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1년 10월
평점 :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이 처음 나왔을 때 그 기발한 상상력과 더불어 ‘와~ 어떻게 이 짧은 분량이 이런 내용을 담을 수 있지?’ 라고 놀랐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압축적이면서도 숨쉴틈없이 휘몰아치던 이야기는 읽으면서 100미터를 전력질주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후 여러 작가들의 엔솔로지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하면 그의 작품부터 먼저 읽게 되었더랬다.
드디어 작가의 창작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의 소설들이 ‘초단편 소설’ 이라는 것도 더불어 깨닫게 되면서.

김동식 작가의 작법서는 그의 소설만큼 재미있다. 그동안 읽었던 여러 이론 책들을 떠올리며 (나름 진지한 학습모드로) 책을 펼쳤건만 쉽게 읽혔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가볍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용적이고, 필요한 핵심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예시로 든 여러 문장들이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그리고 그의 소설처럼 재미있게 제시되어 있기도 하다.
운이 좋게도 나의 글쓰기 방식은 인터넷 독자들의 취향과 아주 잘 들어맞았다.” (p07) 라고 말하는 작가는 초단편 작가라는 의식이나 자부심 없이 글을 써왔노라고 고백한다. 그의 정체성은 오히려 ‘이 작법서를 쓰기 시작하면서 생겨났을지도 모른다’고도 말한다. 작가의 이런 솔직한 이야기들은 읽는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면서 책의 내용에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구성을 살펴보면, 1장에서는 쓰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초단편의 개념과 특징, 정보 습득 방법을 알려준다. 2장에서 본격적인 초단편 작성 과정을 다루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의 해결법을 자신의 솔직한 경험과 함께 제시한다. 그리고 마지막 3장에서 완성 이후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1장에서의 내용을 토대로 워밍업 후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려는 이들에게는 2장이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그의 작품세계가 궁금했던 나는 3장의 ‘다 쓴 후’ 의 내용도 재미있게 다가왔다. 버린 이야기를 ‘써먹는’ 방법 이라니!, ‘전문가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라기에 도발적인 내용을 살짝 기대하다가, ‘일단 시도는 해봐야 결과물을 비교해’볼 수 있다는 그의 노력에 고개를 끄덕인다. ‘해보지 않아도 안다는 말은 이미 많은 걸 직접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p204)
언제나 가장 좋은 스승은 역시 독자다.
그래서 난
스스로 완성된 존재인 척하는 걸 지양한다.
독자의 피드백을 중요시하는 작가의 의지 또한 감사한 마음이다. 자기 중심을 가지면서 여러 의견을 교차 검증하는 그의 자세는 독자들에게 더욱 소통하는 느낌을 준다. 그의 소설이 사랑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무엇보다도 ‘초단편 소설쓰기는 재밌다’ 라는 에필로그의 제목에서 그의 즐거움이 그대로 독자에게로 전해진다. 덕분에 작가의 초단편을 읽는 독자도 ‘재밌다!’